디지털디톡스 D+2

(팝콘뉴스=강나은 기자 ) 고백하자면, 저는 오덕후 체질을 타고났습니다. 콘텐츠 하나에 빠지면 끝까지 파고드는 것이 저의 습관입니다. 선천적인 오덕후로서 디지털 세상은 얼마나 휘황찬란한지 모릅니다. 파고파고 들어도 끝이 없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디지털 콘텐츠를 즐기는 수준을 넘어서 디지털 콘텐츠에 중독된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갓생(God生)을 산다는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적인 일상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마음먹었던 일상이 있나요? 걍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갓생을 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살펴보며, 실패와 성공의 이유를 짚어봅니다. 그러면 내일은 조금 더 갓생에 가까워질 테니까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팝콘뉴스

실패기1. 기상과 함께 시작된 웹툰과 웹소설 달리기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던 저에게 웹툰의 발전은 축복과도 같았습니다. 이제는 나가서 만화책을 빌려오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너무나도 간편해서 침대 위에서 웹툰을 보는 것을 삶의 낙으로 여기며 살아갔죠. 

그런데 이는 점점 과해졌습니다. 웹툰 플랫폼이 한둘이 아닌 데다가 한 플랫폼에 올라오는 웹툰이 점점 많아지면서 저 역시 하루를 웹툰으로 시작해 잠들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더군요. 오전 시간과 여가 시간을 모두 날리기를 반복하는 건 물론, 미리보기에, 완결작 정주행까지 웹툰에 퍼붓는 돈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럴 거면 차라리 만화책을 사는 게 낫겠다 싶은 정도였죠. 게다가 재미있게 보던 웹툰의 원작인 웹소설에 손을 대면서 사태는 급속도로 심각해졌습니다. 웹툰과 웹소설을 보느라 다른 취미 생활도, 나를 위한 시간도 모두 무너진 건 물론, 심지어 업무 중에도 주의력이 산만해졌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간신히 웹툰과 웹소설을 덜 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때의 원칙은 단 하나였습니다. 중간중간 생기는 자투리 시간에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되, 통으로 보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다짐은 이미 실패를 담보한 다짐이었습니다. 자투리 시간에 보던 웹툰이나 웹소설이 이후 시간에 통으로 이어지기를 반복하게 되었죠.

실패기2. 웹툰과 웹소설을 끊었더니 숏폼으로 대체된 도파민 중독

이번에는 웹툰과 웹소설을 끊기 위해 과감하게 애플리케이션을 지우고는 지인들에게 선포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웹툰과 웹소설에 끌려다니지 않겠다고요. 처음에는 요일마다 보던 웹툰과 웹소설이 눈에 선하더군요. 그런데 몇 주가 지나자 열심히 챙겨보던 작품들의 이름이 흐릿해졌습니다. 드디어 웹툰과 웹소설 중독에서 벗어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도파민 중독은 쉽게 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영상으로 중독 증세가 이어져 숏폼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더군요. 하나의 영상이 워낙 짧으니 ‘몇 개 보다가 말겠지’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스크롤 하는 제 손가락에는 브레이크가 없어 몇 시간을 내내 숏폼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재미없으면 재미있는 영상이 나오길 기다리는 마음으로, 재미있으면 이어서 롱폼의 영상을 보는 방식으로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또 한 번 큰마음을 먹고 숏폼을 끊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았죠.

성공기. 금단증세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채 이틀째 성공

문제는 이 애플리케이션은 웹툰이나 웹소설과 달리 지울 수 없다는 점입니다. 꽤 많은 정보를 이용할 때도 있으니, 그때를 위해 남겨놔야 했죠. 자발적으로 몇 번 끊어보려고 했지만, 애플리케이션을 다시 켜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마트폰에서만 플랫폼을 사용 중지해 두었습니다. 저의 패턴을 살펴보니 스마트폰으로 숏폼 영상을 주로 시청하되, PC로는 숏폼을 보는 경우가 거의 없더군요. 아마도 누워서 편하게 숏폼을 보고 싶은 마음이 아닐지 추측됩니다. 그래서 PC로는 접근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으로는 접근할 수 없도록 해놓았습니다. 그러니 이제야 좀 안 보게 되더군요.

고작 이틀째 성공이라고 적어놓은 이유도 숏폼을 보지 않으려고 여러 번 실패했다가 마음먹기를 반복했지만,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하루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이미 여러 번 금단증세에 시달려 본 경험을 떠올렸을 때, 이번에는 성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스마트폰으로부터 놓인 저 자신에 대한 안도감도 들었습니다. 그간 스마트폰 하나만 붙잡고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하려고 미뤄놓았던 일들을 하나씩 하고 있으니까요. 이번에는 디지털 디톡스에 비로소 완벽하게 성공해 보겠습니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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