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내림 혹은 빙의의 정신과 진단명은

(팝콘뉴스=김진경 기자 ) [편집자 주: 최근에 유명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연예인이 성인 ADHD를 진단받아 이슈가 됐다. ADHD란 질병 자체도 대중적으로 인지도 높지 않고 대부분 어린 시절에 진단받거나 남자아이들만 진단받는다고 알려진 질병이었다. 그러나 여성이고 중년을 지난 유명 연예인이 ADHD를 진단받자 이후 갑자기 정신과를 찾는 성인 ADHD 의심 환자가 늘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국내외 수많은 예능인과 배우들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고백해 정신건강에 대한 대중적 인식의 지평이 넓어졌다. 

'MZ멘탈리스트'는 정신건강과 삶에 대한 문제를 세상에 널리 알린 예술가, 공인 그리고 더 나아가 픽션 캐릭터를 통해 사회적 선입견을 톺아보고자 한다.]

영화 '파묘' 대살굿 장면(사진=쇼박스)
영화 '파묘' 대살굿 장면(사진=쇼박스) ©팝콘뉴스

한국인에는 아직 조금 낯선 장르 영화인 오컬트 영화 '파묘'가 개봉 11일 만에 누적 관객수 600만을 넘겨 화제다. 2024년 상반기 최대 흥행작으로 예상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듄 파트2'와 정면승부를 했는데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어 더욱 놀랍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극 중에서 무당 또는 무녀가 중요 인물로 등장한다. 그리고 신내림‧빙의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듄'은 SF소설 원작의 블록버스터 영화지만 예언이나 종교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신화적인 분위기의 서사를 갖고 있다. 영화 '파묘'는 제목에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묘를 파서 이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기괴한 일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무녀와 풍수지리사가 등장하고 자기실현적 예언을 한다.

최근 이 같은 오컬트 영화의 유행으로 무속인과 신내림 현상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무당이 겪는다는 신병과 빙의란 무엇일까.

#1 무속인이 겪는다는 신병과 신내림이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신병'이란 민간에서 이르는 이름이고 학계에서는 '무병'이라고 부르고 있다. 무병은 신내림을 받기 직전 당사자가 앓게 되는 질병이다. 신병을 치료하기 위해 내림굿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신내림'이 이뤄진다.

신병은 1930년대에도 기록이 남아있다. 기록에 의하면, 신병은 밥을 먹지 않고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다가 별안간 밖으로 뛰쳐나가 춤추고 정신을 잃고 쓰러지거나 신탁(神託)을 내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무당이 되는 경우를 '강신무'라고 하며 이들의 눈에는 신령이나 잡귀의 모습이 보이고 방울소리·징소리 같은 것이 귀에 들린다.

 #2 신병‧신내림의 정신과 진단명은?

강신무가 되기 전에 무속인이 겪는 무병은 정신의학적 관점에서는 양극성장애의 증상으로 보인다. 별안간 옷을 벗고 춤을 추거나 감정기복이 심하고 환청과 환각을 보는 것 모두 양극성장애의 증상들과 유사하다. 과거에는 무속적인 질병인 무병을 조현병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섬망 증세가 조현병의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학계에서는 문화적 질병으로 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있다.  

놀랍게도 신병과 신내림은 몽골과 아메리카 원주민 문화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된다. 또한 대부분의 신병이나 빙의 증상이 정신과 치료 없이 무속문화 내부에서 문화적 관례를 통해 해소된다. '신어머니'라는 무속 선임자를 통해 신내림을 받고 나면 대부분 섬망 증세가 사라지고 정신건강을 되찾는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문화관련 증후군으로 진단한다.

#3 정신의학에서 굿이란 무엇일까

굿이란 무엇인가. 여러 목적과 종류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무당이 모시는 강하고 좋은 신령으로 나쁜 영령이나 귀신을 쫓아낸다는 뜻이 있다. 감독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이란 오컬트 영화에도 주인공 소녀에 들린 악귀를 내보내기 위해 굿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파묘'에서도 일종의 퇴마의식으로 사용된다. '파묘'에서 보이는 굿은 대살굿으로 산제물을 바쳐 피를 보는 것으로 '살풀이'를 한다고 해서 '대살굿'이라 한다.  

무당이 굿에서 흔히 자신이 모시는 신령의 목소리를 내거나 신탁을 내리는 등 '빙의'된 모습을 보이는데, 여기서 무당에게 빙의되는 초현실적 존재는 때로는 몸주인 신령일 때도 있고 굿을 의뢰한 의뢰인의 조상신인 경우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을 정신의학적으로 분석한다면 일종의 해리장애라고 할 수 있다. 해리장애 내지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란 한 사람 안에 둘 이상의 구분되는 다른 정체성이나 인격이 존재하여 분열적인 언행을 보이는 이상증세를 말한다. 빙의가 된 무당이 보이는 행동양식은 이와 유사하다. 무당도 빙의된 상태에서는 자신의 개인적인 자아 대신 다른 자아를 일종의 공연예술을 통해 보여준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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