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를 위한 안전대책' 두고 누리꾼 설왕설래
'임대아파트 공급' 문구에 "지하 산다고 다 가난한 것은 아니다" 반발도

▲ 서울시의 반지하거주민 지원대책(사진=서울시)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서울시가 폭우로 지하·반지하 거주민들이 큰 손해를 입은 것과 관련해 대책을 내놨습니다. 반지하 가구에 사는 세입자들을 지상층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인데요, 여기에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워딩이 있어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매우 뜨겁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지하(반지하 포함)층 거주민들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이 침수 등으로 피해 보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며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를 위한 안전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닷새 뒤인 15일에는 추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지하 거주지는 침수, 화재, 습기, 곰팡이 등으로 결코 안전하다고 보기 어려운 공간이지만, 경제적 이유 등으로 그곳에서 살 수밖에 없는 시민을 위한 대책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입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시에서는 (반)지하를 차례대로 없애가면서 대신 그곳에 사는 가구원에게 '임대주택'을 지원한다는 것인데요, 공급물량은 오래되고 낡은 임대주택을 재건축해 확보하는 방향으로 설정한 듯 보입니다. 시에서 조사한 20년 내 재건축할 수 있는 노후 임대주택단지는 258개로, 시는 이를 통해 약 23만 호 이상 공급 가능하다는 계산을 밝혔습니다.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시에서는 우선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합니다. 서울 시내 약 20만 가구에 달하는 반지하 주택의 정확한 위치 그리고 침수 위험성, 취약계층 여부, 임대료 등을 파악해 종합 로드맵을 그려놓고, 그것을 토대로 이 사업을 실천해 나간다는 의지입니다.

계획이나 방향은 마련됐지만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라는 게 있듯 당장에 지하층 거주민들을 임대아파트로 이사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시에서는 임대주택 공급 전까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주거급여'를 확대하고, 또 지하층 거주민만을 위한 특정 바우처를 신설하는 등 '주거약자'들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기준이 매우 명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지하층에 살아도 평수나 가진 재산 등은 같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한 누리꾼은 서울시의 사업발표 이후 시 홈페이지에 "(반)지하에 산다고 모든 사람이 사회적 약자는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는 "여건에 따라 살 수도 있고, 필요에 의해 살 수도 있는 것인데 돈이 없어 무조건 지하에 산다고 보면 안 된다. 물론 정말로 수중에 돈이 없어 지하에 살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핵심은) 수해 침수지역에 있는 지하 주택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지, 형평성에 어긋나게 지원금을 주고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그 기준을 어떻게 정하고 판단할 것인가. 급하게 만든 정책은 탈을 일으킨다"며 지하층 세대 모두에 대한 임대주택 제공에 대해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지하 주택에 세를 놓고 월세를 주 수입원으로 사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우선이라는 입장도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오늘 서울시 발표를 듣고 열불이나 항의 전화하려다가 참았다"며 "부모님은 1층에 사시면서 2층 두 가구, 지하층 두 가구 이렇게 총 네 가구로부터 저렴한 월세를 받아 생활하고 계시는데 지하 가구에 사람 못 살게 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집주인 생각은 하면서 이런 정책을 결정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분노했습니다.

그러나 그 누리꾼의 댓글은 다른 누리꾼들로부터 "건물주가 여기 와서 할 소리는 아닐 듯", "지하 사는 사람이 침수로 잘못되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이런 망언을 하냐?"는 저격의 대상이 됐습니다.

월세 수입을 걱정하는 사람을 위해 또 다른 누리꾼은 "집 주인이 지하층 월세 소득은 포기했지만, 결과적으로 건물 가치가 높아질 방법은 있다"며 "SH 공사 등에서 지하층을 매입하거나 빌려 주민 커뮤니티를 위한 시설을 조성한다는 정보를 들은 적이 있다. 동네 특성에 맞는 문화공간을 만들면 건물은 가치가 높아질 것이고 월세 수입 또한 보장될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임대주택을 노리고 일부러 지하층을 노리는 얌체 시민들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커뮤니티 게시판의 한 댓글은 "요즘 임대주택 들어가기도 하늘의 별 따긴데 임대주택 준다고 하면 반지하에 살았던 것처럼 집주인이랑 짜고 치는 사람들도 생길 것 아니겠냐?"며 "공공임대주택 들어가겠다고 청약저축하고 점수 계산하면서 노력한 사람들은 뭐가 되는지"를 따져 묻기도 했습니다.

이 의견을 찬성한다는 한 누리꾼은 "지하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이 지하 사는 사람들을 위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냐?"며 "임대주택도 모자라 특정 바우처라는 구상을 누가 한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고 비난했습니다.

한편 서울 시내 (반)지하 주택은 전체 세대(398만 2290세대)의 약 5%(20만 세대)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2010년 기록적인 폭우 이후 신규 건축물에 대한 반지하 신축 금지 정책을 펼친 바 있고, 그 결과 이후 삽을 잡는 주거용 건축물 공사 현장에서는 지하 세대를 만들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12년 지난 이번 여름 또다시 기록적인 폭우로 지하층 가구원들이 숨지는 등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자 이번에는 "반지하 주택을 (아예) 없애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우선, 시는 가장 먼저 신축 건물의 지하 공간에 대해서는 허가가 날 수 없도록 정부와 협의한다는 방침입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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