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가게] 자리도, 고기도, 사람도 좋은 정육점

단골이 단골을 부르는 마법, 진미정육점

강나은 기자 | 기사입력 2022/08/02 [17:19]

[백년가게] 자리도, 고기도, 사람도 좋은 정육점

단골이 단골을 부르는 마법, 진미정육점

강나은 기자 | 입력 : 2022/08/02 [17:19]

(팝콘뉴스=강나은 기자) 어느 동네에나 정육점은 하나씩 있지만, 일산시장에 있는 진미정육점은 어머니의 손맛, 할머니의 손맛을 찾고 싶은 이들의 동네 정육점으로 알려져 있다. 40년 전 깨끗하고 믿음직스러웠던 처음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며 자리도, 고기도, 사람도 좋은 정육점으로 남은 진미정육점은 오늘도 단골로 단골을 부르며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가까운 곳, 어쩌면 허름해서 그냥 지나친 곳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30년 이상 이어왔고, 어쩌면 100년 넘게 이어질 우리 이웃은 가게를 운영하며 어떤 사연을 쌓아 왔을까요. 힘든 시기에 몸도 마음도 지친 소상공인은 물론, 마음 따뜻한 사연 있는 가게를 찾는 사람들에게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 백년가게: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곳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하는 평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점포.

 

▲ (사진=진미정육점)  © 팝콘뉴스


지금까지 없었던 새롭고, 깨끗한 정육점

 

1983년 5월 2일 일산시장에 드디어 정육점이 하나 들어왔다. 시장 주변으로 서너 개가 넘는 정육점이 있었지만, 시장 안에 들어온 정육점은 처음이자 유일했다. 진미정육점이라는 이름을 크게 붙인, 꽤 세련된 모습의 정육점이었다. 엎드려서 문을 열어야 하는 냉장고가 아닌, 서서 여닫는 방식의 냉장고와 쇼케이스로 불리는 냉장고는 낯설고도 믿음직스러웠다. 눈앞에서 냉장되고 있는 신선한 고기를 보고 있으니 다른 정육점보다 좋은 고기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 직관적으로 보였다. 대화동에서 나고 자란 최봉자 대표가 고향 동네이자 친정 동네로 돌아와 보여준 첫인상은 이렇게 강렬했다.

 

정육점 개업 소식은 시장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진미정육점은 곧 몰려드는 꾸준한 고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런데 이 유명세는 개업 당시뿐만 아니라 40년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진미'를 위한 진미정육점의 노하우가 담겨있다. 

 

"고기를 사가서 맛있게 드신 고객은 꾸준히 오세요. 결국 물건이 좋으면 고객은 계속 오죠."

 

특히 까다로운 고객, 미식가 고객일수록 진미정육점을 찾았다. 한우 암소를 통째로 직접 사서 작업해 판매하는 정육점은 흔치 않았다. 게다가 이렇게 부위별로 정육 된 고기는 진공으로 포장해 바로 냉장실로 들어갔으니 그 신선함이 다른 정육점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고기만 좋다고 해서 무조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친절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정육점에 적용하자면 고객이 말하기 전에 원하는 고기를 알아서 줄 줄 알아야 한다. 이전에 같은 부위를 사가면서 살코기를 원했던 고객이 다시 정육점을 찾으면, 알아서 살코기 위주로 고기를 잘랐고, 비계 부위를 좋아했던 고객에게는 비계 비중이 높은 고기를 썰어드렸다. 미리미리 알아서 해주는 서비스에 고객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 (사진=진미정육점)  © 팝콘뉴스


품질 하나로 버텨낸 시간들

 

승승장구하던 진미정육점도 구제역이나 광우병 등 전염병이 돌았을 때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몇 차례 그런 일을 겪으며 최봉자 대표는 이를 이겨내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견디는 것. 정육점을 찾는 고객이 뜸해져도 좋은 고기를 꾸준히 판매하며 고객이 다시 찾을 날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전염병이 와도 너무 힘들게 하지는 않고 지나갔다. 기나길었던 코로나19 역시 그렇게 견디다 보니 어느새 지나갔다.

 

"아예 고객 자체가 없다 보니까 힘들기는 하죠. 저희는 무작정 손님을 기다려야 하니까요. 그런데 고기는 먹어야 하니까, 안 먹을 수는 없으니 조금 시간이 지나면 고객들이 띄엄띄엄 찾아오시더라고요."

 

이렇게 힘들 때도, 좋을 때도 늘 그 자리를 지켜오던 진미정육점을 알기에 단골들은 주변에 진미정육점의 고기 품질을 자랑하곤 했다. 

 

"'고기가 너무 맛있다'라면서 '어떻게 이렇게 좋은 고기를 갖다 파시느냐'라고 물어보시는 고객도 많았어요. 이렇게 고기 품질에 만족한 고객들은 꼭 주변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주시더라고요. 일산시장에 진미정육점이라는 데가 있으니, 거기 가서 사다 먹어보라고요."

 

▲ (사진=진미정육점)  © 팝콘뉴스


백년가게의 자부심을 지켜나가며

 

그렇게 알음알음 알게 된 고객 역시도 수십 년간 진미정육점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반가운 일도 종종 일어난다. 한 젊은 새댁이 진미정육점에서 최봉자 대표의 얼굴을 보고는 '우리 어머님 말씀이 진짜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 며느리는 시어머니께 이렇게 들었다고 한다. '일산시장에 가면 단발머리에 까만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그 사람에게 고기를 사 와라' 젊은 새댁은 자주 정육점을 찾던 단골의 며느리였다. 며느리는 어머니의 미션을 무사히 성공하고, 고기를 사 갔다.

 

며느리뿐만이 아니었다. 딸도, 아들도, 손주들도 엄마의 맛, 할머니의 맛을 찾기 위해 진미정육점을 찾았다. 심지어 서울이나 파주, 인천으로 이사 간 고객도 고기 한 덩이를 사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인터넷으로 백년가게 정육점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고객, 백년가게라는 현판을 보고 지나치지 않고 진미정육점에 방문하는 고객도 생겨나고 있다. 

 

"아유, 너무 좋죠. 내가 오래 했다는 자부심도 느껴지고요. 내가 좋은 고기를 고객에게 드릴 수 있었던 덕분이라고 생각하면 보람도 큽니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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