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칼럼] 개헌과 지방분권

홍선기 법학박사 | 기사입력 2022/07/26 [11:46]

[팝콘칼럼] 개헌과 지방분권

홍선기 법학박사 | 입력 : 2022/07/26 [11:46]

(팝콘뉴스=홍선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분권제도 연구부장·법학박사·독일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어떠한 사회도 영구적인 헌법을 만들 수는 없으며, 모든 헌법은 19년이 경과한 후에는 자연 소멸한다." -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이는 한 세대마다 자기 세대에 맞는 헌법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은 1787년 제헌 이후 18차 개헌을 했다. 반면 대한민국은 1948년 제헌 이후 9차 개정이 전부이다. 더구나 1987년 이후에는 30여 년이 지날 때까지 한 번도 개헌한 적이 없다. 참고로 독일은 1948년 이후 60여 차례 걸쳐 개헌했고, 인근의 스위스도 1848년 이후 무려 150여 차례 연방헌법을 개정한 바 있다. 

 

마침 이번에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김진표 의원은 '제74주년 제헌절 기념식'에서 국민통합형 개헌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 직속 '개헌자문회의'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선거법 개정과 국회법 개정 등을 통한 정치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개헌과 관련해서 가장 시급한 일 중의 하나로 지방분권을 언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 홍선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분권제도 연구부장·법학박사·독일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팝콘뉴스

현재 대한민국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인구의 50%가 넘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국내 1천 대 기업 본사의 70% 이상이 집중되어 있으며 전국 20대 대학의 80%가 있어서 수도권은 사실상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블랙홀이 되어 버렸다. 더구나 앞으로 30년 안에 전국 시군구의 37%, 읍면동의 40%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서 지방분권 강화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가치이며 국가발전 전략이다. 우리와 같은 전형적인 중앙집권국가였던 프랑스조차 2002년 헌법 개정을 통해 지방분권국가임을 표방했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재차 확인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9세기까지의 헌법에서는 지방자치에 관한 조항을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2차 대전 이후, 1987년에 발효한 유럽 지방자치 행정 헌장(Die Europaeische Charta der kommunalen Selbstverwaltung)은 지방자치를 헌법으로 보장할 것을 권고했고, 이후 대다수의 현대적 헌법은 별도의 지방자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를 헌법에 규정하는 취지는 지방자치를 헌법적 차원의 질서로 받아들여 그 보장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헌법의 지방자치에 관한 문제점으로 보통 내용의 빈곤을 들고 있다. 조문수가 제117조와 제118조로 단 2개뿐이기 때문에 실질적 내용이 부족하고 추상적이어서 지방자치제도의 보장을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자칫 왜곡된 해석으로 제도의 변질 및 왜곡을 마주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반면 독일 기본법은 전체 조항 중 44.2%가 지방자치와 관련된 조항으로 매우 광범위하게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있다.

 

독일 건국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와 전후 독일경제를 재건한 이른바 '라인강의 기적'의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제2대 총리는 모두 전후 독일의 국정 운영원칙을 '모두가 잘사는 나라'로 삼고 독일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균형발전을 목표로 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독일은 철저한 지역 기반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독일은 2차 대전 이후 모든 행정 시스템이 초토화되었음에도 기존부터 존재해 왔던 가장 작은 자치 조직 단위인 '게마인데'가 그 기능을 유지함으로써 공권력의 부재를 대신할 수 있었고 이는 그대로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동독과 서독의 지방자치단체 간의 교류와 협력은 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지방자치단체 간의 직접적 교류 협력은 통일 이후 사회통합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우리가 독일의 사례를 연구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지방분권 강화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당위성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미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grass-roots democracy)의 근간이다(헌재 1991.3.11. 91헌마21)'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제 지방자치의 3대 권리인 자치조직권,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헌법 개정에 대해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팝콘뉴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