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실무가 균형을 이룬 건축물 위해...응축한 최적화 모델 구현 중
순탄하지 않았으나, 순탄하게 느껴지는 건 감사한 이들 덕분

▲ (사진= 김동일 건축가 제공) © 팝콘뉴스


(팝콘뉴스=김보연 기자)* [talk! talk! 튀는 인생] 코너는 평범(平凡)함과 비범(非凡)함이 공존하고, 톡톡 튀는 자신만의 개성으로 현시대를 뜀박질하는 청년과의 대화를 의미한다.

넓은 세상으로...

햇볕이 따갑게 내리쬠과 동시에 기분 좋은 간들바람이 불던 날, 짧은 한국 출장에도 취재차 시간을 할애한 김동일 건축가는 깔끔하면서도 다부진 인상을 풍겼다. 1984년생인 김 건축가는 뉴욕 소재 H Architecture 디자인 책임자 외에도 화려한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2011년 4월 미국행을 선택한 그는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후 곧 결혼했다. 마침 우리 부부가 뉴욕의 다른 회사로부터 일자리 제의를 받은 상태였다. 더 넓은 세상에서 견문을 넓히고자 아내와 여행 가방 4개만 가지고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라며 "미지로 가득한 곳에서 당시 회사의 비자 지원으로 운이 좋게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후 김동일 건축가는 REX와 Morphosis Architects 등 뉴욕 및 LA의 건축사무소에서 실무를, UC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에서는 한인 최초 John.K Branner Fellowship을 통해 덴마크 왕립학교 건축연구소,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교, 미시간 대학교 수석 연구원을 지냈다. 그 외에도 서울대학교, 컬럼비아 대학교, 뉴욕공과대학교 건축대학원 겸임 조교수 등의 활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 (사진= 김동일 건축가 제공) © 팝콘뉴스


언어 장벽을 넘어

김 건축가가 타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건 그의 무수한 노력의 결집이 아닐까. 그러나 김동일 건축가에게도 높은 장벽이 있었다. 바로 언어였다.

"처음 미국으로 갈 때만 해도 영어를 지금처럼 유창하게 구사하진 못했다"는 김 건축가는 "외국인 신분으로 아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한 상황에, 업무 과정에서 회사 대표에게 업무 관련 영어를 배우면서 서서히 늘어갔다"며 "그 후인 2013년 UC버클리 건축환경대학원 건축대학원 석사과정에 수석으로 입학한 아내와 함께 입학하게 됐다"고 회상에 잠겼다.

이어 그는 "학부 과정 중 건축의 예술적, 사회적 측면에서 도시 및 건축 관련 다수의 상을 받았다. 대학원 땐 '건축의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축 빅데이터(Big data)와 AI' 관련한 연구 주제로 건축에 미학적 측면뿐 아니라 기술적 측면으로도 인정을 받은 편"이라며 "그 덕분인지 2016년, 수석 졸업으로 건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아울러 교내외 다수의 수상 및 논문상과 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AIA Henry Adams 메달을 수여받았다"고 털어놓으며 수줍게 웃었다.

"이후 H Architecture로 자리를 옮겨 건축설계와 디지털 디자인 관련 연구 분야 디자인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고 말을 이은 김동일 건축가는 "프로젝트 및 연구 성과가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세밀한 분석과정을 통해 진행되다 보니 내부 팀은 물론 건축주 측에서도 신뢰도가 쌓여 좋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책임자의 역할을 굳건히 다질 수 있었다"라며 "회사에서도 꾸준히 연구개발과 관련된 시간적, 금전적 지원을 해주고 있어 좋은 프로젝트를 많이 구현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 (사진= 김동일 건축가 제공) © 팝콘뉴스


10년을 훌쩍 앞서가야 한다

김 건축가가 이룬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설계하는 프로젝트에 따라 전체 건물에 형상이나 공간 개념을 구체화하고 구현하는 건축가로서 그는 공인 건축가 자격증도 소지하고 있다.

김동일 건축가는 "미국은 주마다 건축가 자격증을 따로 발부한다. 뉴욕 및 뉴저지 공인 건축사를 가지고 있다. 자격증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건 둘째가 태어났을 때였다"며 "6개월 육아휴직 중 낮엔 아이들을 돌보고 저녁엔 공부해서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길게는 3~5년 정도 소요되지만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 아내를 포함한 가족들의 도움으로 자격증 취득까지 1년 정도 걸렸다"고 뿌듯함을 내비쳤다.

자격증 외에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유에 관해 "다변하고, 급변하는 건축업계의 흐름에서 앞서가기 위함"이라는 김 건축가는 "건축은 환경 데이터, 구조 데이터, 도시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디자인 과정에 사용한다. 소비자들의 요구 조건이 획일화된 산업사회의 구조를 지나 개인의 성향에 맞도록 구체화된 고유성을 가지도록 바뀌었다"며 "그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선 매번 새롭게 해석하고 볼 줄 알아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여러 프로젝트 중 뉴욕 맨해튼 시청 전면에 위치한 60평 면적에 50층 높이의 타워와 강서 마곡지구에 새롭게 들어설 군도형 마스터플랜을 가진 친환경 강서구청 신청사가 있다. 내가 연구해왔던 다양한 지식과 연구 내용들을 프로젝트에 응축해 최적화 모델을 구현해내려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우리가 기획하는 건축물은 대부분 짧게는 3~5년 후에 지어진다. 1~2년 앞만 보고 지으면 뒤떨어진다. 난 학생들에게 '건축은 10년 전과 10년 후가 다르다'고 말한다. 산업에 발맞추지 않고 머물러 있는 순간 제자리가 아닌 뒤로 물러나게 돼 어느 순간에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라며 "건축 전문지, 잡지, 논문 등으로 견문을 넓히고 응용력을 키워야 한다. 교육, 연구, 실무의 균형도 중요하다. 이론과 현장이 시너지 효과를 내야만 의미가 생긴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 (사진= 김동일 건축가 제공) © 팝콘뉴스


감사합니다!

"난 응용력이 뛰어난 편인 것 같다"며 홍연대소(哄然大笑)를 보인 김동일 건축가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유럽 여러 도시 및 나라에 살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편견이 줄었다. 그들 간의 상호연관성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응용력이 늘었다"고 털어놨다.

김 건축가는 "미시간,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독일, 영국, 덴마크, 그리고 서울 등에 살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생활문화와 건축물을 접했다. 그곳에서 가장 선진화된 연구소들을 다니면서 견문도 넓히고 응용력도 키웠다"라며 "내게 특히 큰 영향을 준 이는 대학원 때 은사이신 카일 스타인펠트(Kyle Steinfeld) 교수님이다. 생활, 교육철학, 건축적 철학 등 내게 많은 영감과 도움을 주신 반면 교수님도 나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30대 중반부터 회사에서 중책을 맡은 그는 감사 인사를 전할 사람이 많다. "주위 좋은 분들로 인해 힘들어도 힘든지 모르고 지내온 것 같아서 인사를 드리고 싶다. 김태만 대표님을 비롯해 윤세한 대표님과 회사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며 "아울러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늘 믿음과 응원을 주신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큰 결정을 할 때 어른들과 의논을 많이 한다.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동일 건축가는 특히 아내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아이들의 엄마, 친구이자 동료인 아내 이서주 씨는 나와 하나인 존재나 마찬가지"라며 "순탄하지 않았지만 순탄하게 살아온 것처럼 느껴지는 건 아내의 힘이 크다. 아내와 두 아들 태인, 태하와 행복하게 사는 게 내 최종 꿈"이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 (사진= 김동일 건축가 제공) © 팝콘뉴스


사회 기여도 높아져야...

자신이 걸어온 숱한 길에 자신보단 다른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김 건축가는 10년 후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지금을 살며 10년 후를 바라본다"는 그는 "미국과 한국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지만, 언젠가 지금보다는 더 활발하게 실무를 하고 후학을 양성하고 싶다"며 "더불어 급변하는 시대에 내가 가진 역량으로 좀 더 사회 기여도가 높은 건축가가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 건축가가 각광받는 직업임에도 불구, 다양한 사회 문제는 물론 전쟁 혹은 기후변화를 통한 재난 시 건축가로서 한계를 느낀다. 그로 인해 건축적 예술성과 미래 공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며 "10년, 20년 후 영향력 있는 건축가로서 단순히 하나의 작품을 넘어 인문학을 바탕으로 예술과 기술적 융합을 통해 미래의 도시공간을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김동일 건축가를 통해 건축업계의 새바람을 기대해본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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