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정겨움은 그대로, 요즘의 신제품은 새롭게, '삼원슈퍼'

(팝콘뉴스=강나은 기자)어릴 적, 사탕과 껌 등 간식을 팔던 추억의 슈퍼. 그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오는 슈퍼가 있다. 어느새 슈퍼집 아들은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그 당시 퇴근길마다 슈퍼를 들르던 단골 아저씨는 할아버지가 되었다. 너무나 오래 보아와서 단골도, 슈퍼 직원도 하나의 가족처럼 느껴진다는 이들이다. 비록 주변은 재개발로 그 모습이 바뀌었지만, 믿을만한 동네 슈퍼가 있는 정겨운 풍경은 아직도 그 자리에 남아있다.

가까운 곳, 어쩌면 허름해서 그냥 지나친 곳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30년 이상 이어왔고, 어쩌면 100년 넘게 이어질 우리 이웃은 가게를 운영하며 어떤 사연을 쌓아 왔을까요. 힘든 시기에 몸도 마음도 지친 소상공인은 물론, 마음 따뜻한 사연 있는 가게를 찾는 사람들에게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 백년가게: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곳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하는 평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점포.

▲ (사진=삼원슈퍼) © 팝콘뉴스


요즘 상품 밀키트까지 판매하는 옛날 슈퍼


1988년 4월 1일에 김필제 대표를 비롯한 삼 형제가 함께 삼원슈퍼를 열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형제들은 다른 생업을 찾아 나섰고, 김필제 대표는 삼원슈퍼를 지키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1988년부터 삼원슈퍼를 찾았던 동네 단골들이 꾸준히 슈퍼를 찾기에 요즘처럼 마트나 편의점이 많은 세상에서도 삼원슈퍼의 인기는 여전하다. 단, 여기에 요즘의 취향을 반영한 변화도 이어진다. 1인 가구의 증가, 핵가족화 등에 맞춰 소포장 상품을 늘려나가고 있다.

"저희 슈퍼에서는 취급하지 않고 있는데, 다른 마트에서 취급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거나, 우연히 다른 마트를 들렀을 때, 상품이 괜찮겠다 싶으면 실험적으로 들여놓곤 해요. 물론 우리 동네에는 아니다 싶을 때도 있어서 다른 품목으로 교체할 때도 많죠."

최근에도 이렇게 실험적으로 들여온 밀키트의 반응이 뜨거웠다.

"코로나19로 인해 더 판매가 활발해진 상품인데요. 그중에서도 1인 밀키트가 많이 나가는 편이에요. 원래 이러한 소포장은 판매가 잘 안될 것으로 생각했었어요. 가족 단위의 수요가 훨씬 더 많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주변에 간단하게 먹고, 자주 장을 보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생각 외로 밀키트 수요가 많더라고요."

슈퍼가 다 거기에서 거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상품 종류가 조금 달라졌다. 꾸준히 나가는 상품을 계속해서 들여오고, 신상품도 얼마나 빨리 알아채느냐에 따라서 슈퍼를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 (사진=삼원슈퍼) © 팝콘뉴스


포인트 적립, 배달 등 매일 변화하며


변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삼원슈퍼에서는 적립된 포인트를 슈퍼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시기마다 적절한 행사 상품을 정해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략도 사용하곤 한다.

"아무래도 상품이 한자리에 계속 있는 것보다는 자리를 바꿔가면서 행사 상품으로 눈에 띄게 하고, 할인하면 판매율도 높아지고, 상품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니까요. 행사 상품도 2주에서 3주마다 품목을 바꾸면서 할인하고 있어요."

또한 삼원슈퍼에서는 배달도 진행하고 있다. 생수 등 무게가 나가거나 부피가 커서 들고 가기 힘든 품목에 대해서는 고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먼저 배달을 권하기도 한다. 또한 심하게 배달이 밀리거나 바쁘지 않은 한에서는 최대한 빨리 고객에게 전달하도록 하고 급한 배달은 먼저 가져다주는 등 마트와 달리 융통성 있게 운영한다.

▲ (사진=삼원슈퍼) © 팝콘뉴스


슈퍼집 아이가 한 아이의 아빠가 되는 동안


김종현 이사는 직원과의 소통, 단골과의 대화는 물론, 들여놓아야 할 품목을 알아차리는 안목까지 아버지인 김필제 대표에게 배울 것이 많았다고 이야기한다.

"어렸을 때는 사실 아버지가 슈퍼 운영하시는 것을 보면서 특별한 감흥은 없었는데, 제가 직접 슈퍼를 운영하면서는 아버지를 존경하게 되었죠. 그래서 아직도 많이 배우곤 해요."

삼원슈퍼는 초등학교 인근에 있다 보니 연령대가 다양하다. 초등학생 아이들부터 시작해 밤늦게 술 취한 어르신까지 전 연령대의 고객을 응대해야 한다. 그렇기에 말투와 억양도 하나하나 신경 쓰곤 한다. 부모와 함께 오는 아이들에게는 칭찬해주며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이름을 기억해주는 습관 덕에 부모와 아이 모두 단골이 되기도 했다. 또 어르신 중에서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반말하는 때도 많지만, 이 모두가 친근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예의 있게 대한다.

이러한 배려 덕분에 예전부터 삼원슈퍼를 찾아온 단골들은 항상 이 슈퍼를 찾는다. 삼원슈퍼를 찾는 단골들이 삼원슈퍼에서 정을 느끼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15년 이상, 7~8년 이상 근무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직원들 역시도 그 세월을 같이하고 있다.

김종현 이사가 어렸을 당시 슈퍼를 자주 찾았던 고객도 수없이 많아 단골들은 그에게 있어 가족처럼 느껴진다. 어르신들 역시 "많이 컸네"라면서 알아보기도 하고, 김종현 이사의 아이를 보면서 벌써 아빠가 된 그를 보고 놀라는 이들도 있다. 이 역시 동네 장사가 아니었으면 느껴보지 못했을 정겨운 모습이다. 또한 배달은 반드시 김종현 이사에게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전부터 봐왔던 그에 대한 믿음의 표시이기도 하다.

현재 정식적으로 승계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김필제 대표는 거래처 관리에 나서고, 김종현 이사가 운영을 맡고 있다. 앞으로도 삼원슈퍼는 재개발 구역이 되어 삼원슈퍼가 이사 가야 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김종현 이사도 김필제 대표를 도와 삼원슈퍼를 지키겠다는 생각이다.

"아버지가 힘든 시간을 이겨내셨듯이 지금도 힘든 시간을 조금만 버티면, 지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심각했는데, 그나마 조금 나아졌고, 점점 더 나아질 테니까요. 게다가 현재 재개발로 인해 이사한 주민이 많은데, 재개발이 완료되어 입주가 시작되면 더 좋아지리라고 믿습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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