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공공성' 일부만 인정... 지역별 예산 들쑥날쑥해
"좋은 사람들이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지지해줬으면"

▲ 이승미 중랑구 파랑새지역아동센터장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아이가자라는마을①]에서 이어집니다.

■ '절반'만 인정받는 '돌봄 공공성'...피해는 아동에게

개인의 '선의'와 '희생'으로 지탱되는 '돌봄'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돌봄 취약 아동 돌봄을 상당수 감당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시설이지만, 국가 예산에서 이 같은 '공공성'은 '절반'만 인정받는다.

"(센터 종사자가) 최저임금을 받은 지는 10년도 안 됐어요. 그전에는 월급이 뭐겠어요. 그냥 하는 거지. '예전 생각하면 월급도 주고 많이 나아졌다'는 말을 가끔 하는데, 그럼 되게 혼나고 그래요. 다음에 일 시작한 분들은 좀 나아지긴 했는데,여전히 (법인이 아니라) 개인 시설이면 최저임금으로 딱 맞추는 경우가 많죠."

2021년 말 기준,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기본급은 복지부 인건비 가이드라인의 79.8%에 그쳤다.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남인순 의원실 복지부 제출 자료).종사자 인건비가 사실상 센터 자부담인 까닭이다.

지역아동센터는 국고 지원 사회복지시설이지만, 여타 시설과 달리 별도 인건비 예산은 없다. 시비와 국비로 지원되는 '운영비'를 받아 인건비까지 각 센터가 '알아서' 나눠 쓰는 방식이다.2022년 기준 지역아동센터의 최소 국고 및 시비 보조금(기본운영비)은월 552만 원(등록 아동이 10~19명이고 '동' 지역인 경우)에서 월 835만 원(등록 아동이 30명 이상이고 '읍면' 지역인 경우) 사이다.

지자체나 자치구별로 냉난방비, 급식비, 인건비(종사자 처우개선비 및 호봉제 적용) 등 별도 보조금이 마련되기도 하지만, 지자체 및 자치구 '자율'인 만큼 지역별로 진폭이 크다.

서울, 인천, 강원, 충남, 제주 등은 단일임금체계(종사자 보수를 전담 공무원 보수 95%까지 보전)를 적용하고 있고, 인천, 대구 등 일부 지자체가 종사자 호봉제를 적용 중이다. 서울 노원구는 최근 관내 24개 지역아동센터 중 과반을 구립으로 전환했다.반면, 전남 등은 호봉제 등을 두고 여전히 이견이 오가고 있다.

"종사자 처우 개선도 지역마다 다 다르죠. (통일된 지침이 없다 보니) 호봉제가 적용되면 처우개선비가 중단되면서 결국 똑같은 경우도 있고요.아이들 급식비 지원도 지역마다 차이가 커요. 방학 때는 아이들이 센터에서 두 끼를 먹어야 하잖아요. 서울시는 시비랑 구비가 지원돼서 방학 때는 두 끼 분 보조금이 지원되거든요. 그런데, 방학 때도 예산은 한 끼 분만 마련되는 지자체도 있어요."

이처럼 인건비와 급식비에 대한 강제력 있는 지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작 '공공화' 사업은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이다.지난 2019년 정부는 몇 개 민간 운영 센터가 모여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 해당 시설에 대해 추가 운영비를 지원하는 '공공성 강화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해당 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은 올해 중단됐다.

"(공공성 강화 사업은) 마을과 아이들이 처음부터 반대했던 사업이었어요. (지역아동센터 지원에 배정된) 총예산이 똑같았어요. '돌려막겠다'는 걸로 보이더라고요. 일부 단체는 정부와 발맞춰 키웠는데, 갑자기 사업이 중단된 거예요. 무책임한 거죠."

▲ 프로그램실 한편에 음악 수업 기자재인 우쿨렐레가 가지런히 정돈돼 있다 © 팝콘뉴스

■ 센터 아동 '낙인'찍는 복지부 지침 '여전'..."내 아이 행복해지려면 내 아이 친구도 행복해야"

정부의 희미한 '돌봄 공공화' 의지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아동에게 돌아간다.

복지부는 2022년 사업 지침에서 "시설별 신고정원의 50% 이상은 차상위 계층, 다문화 가정, 등록 장애인이 있는 가정 등의 '우선돌봄아동'이어야 하며 이외 '일반아동'은 50% 범위 내에서만 등록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돌봄'에 배정된 예산이 한정적이다 보니, 가장 물리적으로 '위험'한 아동에게 예산을 배정하기로 한 셈이다.

2019년 지역아동센터 연합인 지역아동센터바로세우기운동연대는 해당 지침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했으나 헌재는 "긴급하게 돌봄이 요청되는 돌봄취약아동들에게 (돌봄 기회가) 더 절실할 수 있다"며 기각했다.

이 센터장은 이 같은 '가구 경제력에 따른 성장공간 분리'가 '낙인효과'로 상처받는 '우선돌봄아동'뿐 아니라 '일반아동'에게도 긍정적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정의 경제력이 해당 아동에게 '맞는' 돌봄을 정하는 적절한 기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경제력이 있어도 더 케어(생활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이 있어요. 가령, (가정 경제 상황은 '일반아동'에 해당하지만) 가정에서 체벌이 반복돼서 매가 없으면 '잘못했다'는 인식이 없는 아이가 있거든요. 그런 아이들도 미워할 게 아니라 발굴하고 맞는 케어를 해줘야죠. 체벌하는 보호자에게는 전화하거나요. '애가 심하게 맞는 것 같네요. 저 이제 알았거든요' 하고요."

무엇보다 '분리'해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적절한 관계 맺기를 배우지 못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대의 결핍을 찾아 '찍어내는' 식으로 얘기하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부모에게서 배운 거죠. '우리 집에는 이것도 있는데, 너희 집에는 없지?' 하는 식으로요. 그러면, 선생님들이 가서 '너한테는 A가 있지만, 저 친구 집에는 너희 집에 없는 B가 있는걸?' 그래요.아니면 "저 친구 봐봐. 눈이 저렇게 예쁜데?' 하거나요. 내 아이가 행복해지려면 내 아이 친구도 행복해야 해요. 그건 '진리'예요."

국공립 돌봄시설인 '다함께돌봄센터'는 지난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신설 500세대 이상 주택단지 내 필수 설립시설로 정해졌다.

다함께돌봄센터에는 경제력에 따른 아동 비율 기준이 없다. '아파트 단지 돌봄시설'과 '취약지역 돌봄시설'이라는 편견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좋은 사람들이 잘 운영하려면 '지지' 필요해"

최근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적절한 지침과 지원이 더 절박해진 상황이다. 무엇보다 학습지원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원격 수업 시 보호자의 지도가 가능한 아이와 혼자 학습해야 하는 아이의 학력 격차는 점차 커지고 있다. 가정과 센터는 이를 가장 시급하게 실감하고 있었다.

"부모님들한테 전화하면 반성문을 쓰세요. 생업 할 터전이 없어진 분도 계시고, 실직한 분도 계시고 해서, 보호자도 너무 소진되니까 아이들한테 관심 더 가지기가 어렵거든요.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러시는데, 그럼 저희는 '뭘 안 돼요, 본인도 힘든데' 그러죠."

현재 파랑새지역아동센터는 프로그램을 일부 원격으로 진행하고 있다. 센터에 하나 있는 여분의 노트북을 돌려가며 쓴다. 이 센터장은 "오히려 모니터가 딱 고정돼 있으니까 집중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다"며 농담을 실어 말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있고, 누구에게도 '옳은 선택'인지 묻지를 못하니까, 덜 후회하는 선택이었기를, 행운을 바랄 따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이 같은 '한계'들이 아직은 일에 대한 '자부심'을 해치지는 않는다고 이 센터장은 단언했다. 아이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는 일이, 그것을 위해 공부하는 일이 의미 있다는 설명이다.

"센터에 오면 이유 없이 짜증 내는 아이들이 있어요. 꼭 센터에서만 큰일 보고 가는 아이들도 있고요. 처음엔 잘 몰랐는데, 그게 아이들에게 센터가 '비빌 언덕'이어서, 편해서 그러는 거구나 알게 되더라고요. 어떤 애들은 앞에서 넘어지면 집에 다 왔다가도 되돌아와요. 선생님들이 '아프겠다'고 해주니까, 그걸 들으러요. 그게 좋더라고요."

▲ 코로나19 장기화로 자가격리에 돌입한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센터에서는 각 가정에 급식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식을 준비 및 배달하고 있다 ©팝콘뉴스

지역센터 이용 아동은 2018년 기준 약 11만 명이다. 한 센터당 약 26.5명의 아이들이 생활한다. 복지부 2022년 예산안에 따르면, 전년 대비 약 50개소의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지원이 중단됐다. 문을 닫으면서다.

이날 이 센터장은 기자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면서 "다음에는 중고등학생 아이들이 있을 때 오시라"고 "정말 재미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책에서 복지기관을 언급할 때 자꾸 지역아동센터는 빠져 있어요. 운영하시는 분들만의 마음과 에너지로만 언제까지 운영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죠. '좋은 사람들이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지지를 해주면 좋겠는데' 싶어요."[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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