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자·청소원, 가계부에는 직장인이 담겨 있다

(팝콘뉴스=김진경 기자)[편집자 주: 가계부를 작성하는 20·30대가 늘고 있다. 가계부라고 하면 전업주부와 잡지 부록을 떠올리던 때는 지났다. 신년이 되면 서점 매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가계부가 아니다. 이제는 가계부도 영상물로 작성한다. 브이로그의 유행을 타고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가계부 브이로그'의 시대가 왔다.]

'가계부 브이로그'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사회초년생과 전업주부와 대기업 고연봉 전문직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개인들이 쓰고 만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평범한 직장인이 찍어서 올리는 가계부 브이로그는 사뭇 비장하면서 가장 치열하다. 이들의 가계부에는 단순히 절약하는 과정과 비법만이 아니라 직장인으로서 각자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사고와 애환이 담긴다. 기꺼이 짠순이, 자린고비라는 멸칭을 견디기로 작심한 사람들의 면면을 들여다보았다.

▲ (사진=유튜브 채널 '장블리TV') © 팝콘뉴스


#1 장블리TV "직장인 부업 투잡하는 짠순이 가계부 절약 브이로그"

일주일 7만 원으로 생활하기 목표를 세우고 이를 지키기 위해 도시락을 간편식으로 밀프렙하는 등 다른 직장인 일상 브이로그와 다를 바 없는 내용이다. 다만 작은 것은 아끼면서 중요한 지출에는 과감하게 목돈을 투자하는 면이 이채롭다. 대부분의 소위 짠순이 싱글 여성들이 저축을 위해 미용 도구나 비용은 최대한 절감하는 한편 장블리는 에스테틱에서 할부로 피부관리를 결제한다.

"돈 쓰는 거 좋아하지만 동시에 돈을 열심히 모으고 싶고, 다이어트 하고 싶지만 맛있는 건 먹고 싶은 나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모순된 면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모습이 장블리TV의 절약 브이로그, 가계부 브이로그의 특별한 점이다.

▲ (사진=유튜브 채널 '청소아가씨 금원') © 팝콘뉴스


#2 청소아가씨 금원 "절약 짠순이 가계부, 퇴사 브이로그 총생활비 22만 9425원"

청소원으로 일하는 운영자는 수익에서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금액을 저축 중이다. 월급여의 대부분을 저축하는 방식은 이른바 시드머니를 만들기 위해 직장인 할 수 있는 재테크 방법 중 가장 흔한 경우다. 흔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월 급여 70% 이상 저축하기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생활비의 비중을 최대한 줄이는 게 관건이다.

청소원 금원 씨는 생활비를 다시 자기 계발비와 식비와 용돈으로 잘게 나누어 지출 명세를 구체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다른 가계부 생활비와는 다른 부분으로는 총지출 22만 원 정도에서 부동산 공부 비용으로 8만 원을 지출한 점이다. 무조건 생활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고 미래의 좀 더 다양한 재테크를 위해 자기 계발 비용에 전체 생활비의 50%에 가까운 큰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나는 돈 버는 것이 중요하지 더 이상 번듯한 직장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공무원, 대기업, 공공기관 취업 등."

청년이자 여성인 그는또래의 청년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좀 더 빠르고 실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말한다.

▲ (사진=유튜브 채널 '췌옹CHEOUG') © 팝콘뉴스


#3 췌옹CHEOUG "일주일에 5만 원 쓰는 직장인 가계부"

췌옹은 서비스 기획자로 재택근무를 하다가 최근 사무실 출근을 다시 시작하면서 도시락을 만드는 일과가 가장 중요해진 듯하다. 직장인들 생활에서 경조사비나 패션 소품 구매가 아니라면 지출은 거의 식비이기 때문이다. 압력솥을 구매해서 잡곡밥을 지어 먹으며 도시락을 챙기고 퇴근 후에는 직접 식자재 마트에 들른다. 편의점이나 배달앱을 이용하기 쉬운 1인가구 직장인이지만 그런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무조건 먹는 즐거움을 포기한 것 또한 아니다. 췌옹은 친구들과 퇴근 후 맥주 한 잔의 여유도 즐긴다. 그럼에도 누군가 한 번 야식으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면 사라지는 돈 5만 원으로 일주일을 알차게 보낸다.

▲ (사진=유튜브 채널 '은하수를 건넌 하루') © 팝콘뉴스


#4 은하수를 건넌 하루 "일주일 무지출을 달성한 직장인 VLOG"

은하수를 건넌 하루는 심지어 지출 0원을 달성한 직장인이다. 일주일 지출 5만 원도 쉽지 않은데 전혀 지출을 안 하고 사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예상했던 것보다는 평범하다. 다만 매일 퇴근 후에도 바쁘게 몸과 정신을 움직여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는 "흙수저가 월급 70% 저축하고 1억 목표로 모으려면 구질구질하게 살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정말 구질구질하게 사는 건 또 아니다. 매일 남들보다 일상에서 좀 더 바쁘게 살고 꼼꼼하게 아끼고 있을 뿐이다. 식자재를 인터넷 주문으로 사는 대신 냉장고에 남은 것들을 활용해서 일주일 버티거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레시피로 크림새우튀김을 만들어 먹거나. 절약 정신의 중심은 결국 남들보다 약간 더 부지런하게 생활을 가꾸고 신경 쓰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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