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미용사 최나래 씨...유기동물 보호소 설립해 쾌적하게 운영, 염원해

▲ (사진=최나래 씨 본인 제공) © 팝콘뉴스


(팝콘뉴스=김보연 기자)* [talk! talk! 튀는 인생] 코너는 평범(平凡)함과 비범(非凡)함이 공존하고, 톡톡 튀는 자신만의 개성으로 현시대를 뜀박질하는 청년과의 대화를 의미한다.

스스로 고생길로 들어서다

흐리지만 선선한 바람이 알 수 없는 상쾌함을 자아내던 날, 석촌호수 인근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외유내강의 이미지에 눈웃음이 매력적인 애견미용사 최나래 씨를 만났다.

1986년생인 최 씨의 현재 삶은 비교적 안정적이나, 한때 산전수전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치위생과 전공으로 대학교에 다니다 적성에 맞지 않아 1년 만에 자퇴를 한 그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자신의 인생 행로에 대한 방황의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어렸을 때 신당동에 살았다는 최나래 씨는 "동대문 쇼핑몰을 보고 자라 의류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이를 계기로 동대문에서 일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의도치 않게 아기가 생겼다. 앞이 캄캄했다"라며 침잠해 있었다.

이내 마음을 가다듬은 최 씨는 "당시 초등학교 동창이자 연인이었던 지금의 남편과 크게 다퉈 헤어진 상태였다. 먼저 연락하기 자존심이 상해서 임신 사실을 알라지 않았다"라며 "책임감이 강한 난 어쩔 수 없이 혼자 아기를 낳아서 키웠다. 그때부터 고생길이 열린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동대문 야간 아르바이트 등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일했다"는 그는 "어린 나이에 육아와 일을 병행하려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내가 아르바이트로 바쁠 땐 친동생이 육아를 도와줬기에 버틸 수 있었다. 동생에게 정말 고맙다"며 "그렇게 힘겨운 시간이 흘러 아기가 돌이 지날 즈음, 남편과 재회해 가족이 됐다"고 밝혔다.

▲ (사진=최나래 씨 본인 제공) © 팝콘뉴스


운명처럼 애견미용사 돼

여전히 뚜렷하게 하는 일 없이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던 최나래 씨에게 고민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들이 어린이집에 갈 무렵 최 씨의 직업을 궁금해했기 때문이다.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었던 그는 "강아지들과 함께 출퇴근할 수 있는 직장을 찾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어느 날 강아지 두 마리와 산책하던 중 유기견을 발견해 집으로 데려오면서 내 미래의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라며 "내가 유기견을 모른 척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란 것을 깨달아 바로 애견미용학원으로 달려갔다"라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기견으로 인해 운명처럼 애견미용사의 길로 들어선 최나래 씨는 애견미용과 유기견 봉사활동으로 여념 없는 나날을 이어 나갔다. 이에 최 씨는 "애견 미용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강아지와 교감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작업"이라며 "강아지를 관찰하고 성향을 파악하는 일이 선행돼야만 한다. 오롯이 나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강아지 미용을 해야 하므로 나만의 방식을 터득하는 건 필수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사진=최나래 씨 본인 제공) © 팝콘뉴스


그는 애견미용과 유기견 봉사활동에만 그치지 않았다. 파양견 네 마리와 길냥이 네 마리를 키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아지 임시보호도 한 바 있다. "SNS에 임시보호 공고를 보고 신청을 해 6개월 정도 임시보호를 한 강아지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는 최나래 씨는 "2세 추정 유기견이던 그 강아지는 우리 집의 다른 반려동물과 다르게 내게 안겨서 잠을 잤다. 상처가 많은 아이라서 더 내 품에 품었던 것 같다"며 "보낼 자신이 없었지만, 엄격한 심사 끝에 입양처가 결정되고 좋은 보호자를 만나게 됐다. 보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눈물이 영글기 전, 최 씨는 "그 강아지는 아주 산만해서 미용이 어려운 아이였다. 입양을 간 후에도 한동안은 내가 미용을 했었다"라며 "조만간 미용을 해주기 위해 1년 만에 만난다. 벌써 설렌다"라고 밝게 웃었다.

그 후로도 임시보호를 한 적이 있는 그는 "앞으로도 임시보호를 통해 유기견에게 좋은 보호자를 찾아주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 하지만 한 번은 임시보호 후에 우리 집 노령견이 감기가 옮아서 아팠던 것이 있다"며 "그때 우리 반려동물들에게 매우 미안했다. 유기견이 원망스러운 게 아니라 내가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완벽하게 분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마련되면 다시 임시보호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사진=최나래 씨 본인 제공) © 팝콘뉴스


사람과 동물이 어우러져...

최나래 씨는 현재 코로나19의 여파로 애견미용은 예약제로 운영하며 유기견 봉사활동은 일절 못 하는 실정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다소 주객이 전도된 부분도 없지 않으나, 최 씨는 자기 경험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이에 그는 "애견미용을 해보니 미용에 적합한 애견미용복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서게 됐다. 애견미용사가 편안하게 미용할 수 있는 애견미용복을 제작해 판매 중"이라며 "더불어 작은 인터넷 쇼핑물을 운영, 여러 가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재봉자격증을 취득해 반려동물용품을 제작하고 싶기도 하다"고 전했다.

또한, 평소 늘 진실함과 책임감을 강조하는 최나래 씨는 "유기견 봉사활동을 가면 힘없이 구석에 누워있는 아이들에게 더 눈길이 간다. 가는 길만이라도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들 정도"라며 "유기동물들을 데려와 보호함에 있어서 내 삶이 흔들이지 않을 정도의 경제적 여건이 될 때, 유기동물 보호소를 설립해 쾌적한 환경에서 동물들을 돌보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힘겨운 미래가 보이는 와중에도 책임감으로 미혼모의 길을 선택했던 최 씨, 애견미용사로서 유기견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지향하는 그, 조갈(燥渴)을 해소할 곳이 간절한 각박하고 삭막한 현실에서 최나래 씨의 작은 힘이 큰 빛을 발해 사람과 동물이 어우러져 사는 세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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