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만병통치약' 아닌데, 형기 후 대안 없어"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최근 전자발찌 적용 대상 전과자가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거나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등 사건이 연달아 알려지면서, 전자발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두 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의 경우, 첫 번째 범행 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치 추적 외에 '범죄 행위'에 대한 제재가 가능한 대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 "전자발찌 '만병통치약' 아니야...과잉 기대 위험"

전자발찌가 도입된 2008년 이후, 성폭력 사건 중 재범 사건의 비율은 줄었다. 2004~2008년 성폭력 사건 중 재범 비율은 14.1%였지만 지난해 기준 성범죄자 중 전자발찌 부착자의 재범 비율은 1.3%다.

지난해 재범 위험성이 현저히 높은 대상자에 1:1 전자감독을 실시하면서 감시 수준을 높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전자발찌의 범죄 억제 효과가 분명히 있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교 교수는 "전자발찌는 전자위치장치다. 현장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장치는 아니"라며 "자신의 위치 발각에 대한 두려움으로 범행 의지가 약화하는 사람에게는 심리적인 억제를 기대할 수 있지만, 범행 의지가 강하거나 순간적 분노를 조절할 수 없는 사람의 행동을 제재할 수는 없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술지 '한국심리학회지: 법'의 '성범죄 전자감독 대상자들에 대한 재범추적 연구'에 따르면, 성범죄로 전자발찌 부착 중 재범을 저지른 전과자 122명 중 77.9%인 95명이 3년 내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재범 비율은 줄었지만, 재범을 저지른 사람의 '삼범' 가능성은 큰 셈이다.

'인프라' 부족 역시 문제로 제기된다.정부는 지난해 초 가석방자 중 전자발찌 부착 대상을 기존 4대 특정 사범에서 모든 가석방 대상자로 확대 시행했다.

곽 교수는 "작년 가석방 대상자가 추가되면서 2000여 명 이상 부착 대상자가 늘어났다. 하지만 인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라며 "누구를 대상으로 전자발찌 제도를 적용할 건지, 객관적이고 학술적인 연구 후에 대상을 확대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과부화가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 수용과 전자발찌 사이 '중간지대' 필요해

특히, 사각지대가 분명한데도, 형을 마쳤지만 재범 위험이 있는 사람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조처가 '전자발찌'밖에 없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을 통해 "형기를 마친 사람들이 사회에 나오기 전 (거칠 수 있는) '중간지대'가 왜 없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중간지대가 있었으면, 전자발찌를 끊지 않고 더 많은 개선교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곽 교수 역시 "교정 기관 내의 프로그램과 연계해서, 사회에 나와서도 그 사람의 왜곡된 인식이나 잘못된 생활 습관 등을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제공될 필요가 있는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2일 서울경찰청은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두 명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강윤성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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