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특허심판원 결정 두고 '아전인수' 해석... "ITC 판결에는 영향 없을 것"

▲ (사진=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사이 특허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 소송 결과 발표를 약 한 달(2월 10일) 앞두고 양사의 공방전이 뜨겁다. 특히 미국특허청 특허심판원(이하 PTAB)의 SK이노베이션 발 특허 무효 심판(이하 IPR) 8건의 모두 각하 결정을 두고 논쟁이 불붙는 모양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PTAB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제기한 IPR 8건을 모두 각하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은 14일 이를 알리는 성명문을 발표하면서, "PTAB의 IPR은 통상적으로 신청 대상이 된 특허청구항 중 적어도 하나에 대한 '신청인의 무효주장이 받아들여질 합리적인 가능성'이 인정되면 조사가 개시"된다고 짚었다.

SK이노베이션이 LG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이 사실상 '이유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반대로 LG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신청한 IPR 1건은 각하 없이 진행 중이라며, 전문가 입을 빌려 "(SK 이노베이션이) 특허소송 전략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주장을 간적접으로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하 SK)은 즉각 입장문을 통해 반박했다. PTAB은 지난해 초부터 ITC에서 함께 다투는 사례 중 ITC의 결론이 먼저 나온다고 판단되면 중복청구를 이유로 IPR 개시를 각하하고 있고, 이번 모두 각하도 해당 방침의 연장선 상이라는 설명이다.

되려 PTAB이 결정문 일부에서 "신청인(SK)의 특허무효 주장에 강한 신빙성이 있다"고 언급한만큼, ITC 절차에서도 SK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정체불명 업계 전문가까지 동원해 여론을 왜곡"했다고 강도높게 LG를 비난했다.

양사는 15일과 18일, 다시 반박과 재반박을 반복하며 공방전에 나섰다. 오는 2월 10일, 이미 두 차례 미뤄진 ITC의 특허 침해 관련 심판의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양사 모두 신경이 곤두선 모양새다.

해당 공방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 맞는 말이면서, 전부 맞는 말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양사가 자사에 유리한 부분만을 '골라' 제가끔 부각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특허청구항에 '합리적인 가능성' 있으면 청구 진행? : 조건 중 하나일 뿐


LG의 최초 성명서에서 PTAB은 청구인 주장에 '합리적인 가능성'이 있다면 심판이 진행된다며, SK의 청구항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돌려 제기했다.

LG의 주장이 사실의 절반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PTAB이 심판 진행 결정을 내리는 데 적용되는 조건이 '가능성' 하나는 아닌 까닭이다.

이창훈 미국 변호사(특허법인 아주)에 따르면, PTAB은 무효 심판의 권한심리 진행 결정을 내리는 데 여섯 가지 조건을 고려하고 있다.

여섯 가지 조건 중 한 가지는 LG가 언급한 '무효 심판 승소 가능성 유무' 여부지만, 나머지 다섯 가지는 '절차 중복' 관련 사항이다.

PTAB은 동일한 심판이 주 법원, ITC 등 타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을 시 해당 심판과의 관계를 고려해, '같은 사안인지'를 묻는 '절차중복' 여부를 추가로 판단, 심판 개시를 결정한다.

SK는 몇 개 청구항에서 해당 '절차 중복' 여지가 발견되면서 각하 결정이 내려졌을 뿐, '신뢰 정도'는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델러웨이 법원에 중복해 제출된 것으로 알려진 LG 발 IPR 1건이 SK 신청 심판과 달리 진행되고 있는 것 역시 '신뢰'의 차이는 아니라고 짚었다.

이 변호사는 "특허심판원이 '절차 중복'을 심판 각하 기준 삼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부터다. 아직 특허심판원이 어떤 기준에 더 무게를 둘지 등도 결정되지 않았다. 관련한 상급심 판례도 없다. 아직 '과도기적인 기준'인 셈"이라며 "(LG의 사례는)특허심판원이 어떤 기준을 (선행해) 적용할지를 탄력적으로 적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PTAB, '높은 신빙성' 언급? : 법적 효과 없어


PTAB이 SK의 주장에 '높은 신빙성'이 있다고 언급했다는 SK의 성명 역시 사실 중 일부만 언급한 것이라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이 미국 변호사에 따르면, ITC에 동시 제소된 총 4건에 대해 무효 심판이 청구됐으며,PTAB은 SK의 무효심판을 각하하면서 ▲1건('517 특허)는 '무효 가능성이 높다' ▲2건('877 특허와 '241 특허)은 '무효가능성만 본다면 본안심리를 진행할 정도의 무효가능성은 있다' ▲ 나머지 1건('512 특허)는 판단을 유보한다고 판시했다.

다시 말해, SK가 인용한 '높은 신빙성' 언급은 '517 특허 한 건에 대한 PTAB의 판단인 셈이다.

신빙성 언급 역시 '전문가'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읽힐 수는 있으나 '법적인 영향력'은 없는 발언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미국 변호사는 "PTAB의 심판관들은 '의견'을 말했을 뿐"이라며 "법적효과는 없다"고 못 박았다.


PTAB 결과 ITC 영향 주지 않겠지만... 경제성 영향 등 법리 외 영향 요소 있을 것


따라서, PTAB의 8건 각하 결정에 따라 발발한 이번 공방전은 '여론전' 이상의 힘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PTAB의 결정은 ITC의 결정과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ITC가 판결에 꼭 '법리'만을 조건 삼고 있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ITC는 '국가 경제(Domestic Industry)'를 주요 판단 요건으로 삼는다.

ITC는 판결 이후,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정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해당 제품의 폐기 혹은 압류 작업에 나서는데, 이때 미국 국민에 끼치는 경제적 피해가 '매우' 크다고 판단하면 법리 외에 판결 조건으로 고려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LG와 SK가 모두 미국 내 회사가 아닌 만큼, 국가 경제 요건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이 미국 변호사는 "ITC에 도메스틱 인더스트리는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한 쪽 회사의 배터리가 미국 내 유통되지 않을 때, 미국 자동차 회사가 입을 수 있는 피해가 소비자에게 '심각한' 피해로 돌아갈지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LG, SK 모두 미국 내 회사가 아닌 데다 '대체재'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며 결과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1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국내 이차전지 생산액이 30조 원 수준이며, 수출액은 70억 달러(7조7천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확장하는 사업에 발 맞추기 위해 최근 SK이노베이션은 미 기후변화 및 환경보호 전문가이자 변호사인 캐롤 브라우너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며 사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주관사를 입찰하는 등 상장 절차를 밟으며 자금 확보 수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시 에너지솔루션의 단독 몸값은 100조 원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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