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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서 '우리 아이', 육아 공동체 '함께크는 어린이집'

많은 어린이집에 공동체 개념 적용되길

편슬기 기자 | 기사입력 2020/11/09 [16:46]

'내 아이'에서 '우리 아이', 육아 공동체 '함께크는 어린이집'

많은 어린이집에 공동체 개념 적용되길

편슬기 기자 | 입력 : 2020/11/09 [16:46]

(팝콘뉴스=편슬기 기자)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홈스쿨링, 학원, 유치원 등 아이를 교육하는 방법의 선택지가 다양한 요즘 세상에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전업주부, 육아 대디, 맞벌이 가정 등 온전히 아이에게만 시간을 쏟을 수 있는 부모를 찾아보기 어려운 요즘이야말로 사회 전체의 전폭적인 도움과 상호작용이 필요한 '공동체 육아'가 절실한 때다.

 


함께 크고, 놀고, 배우며 성장하는 삶의 '터전'


 

▲ 함께크는 어린이집 입구. 원생들이 직접 그린 현관이 인상적이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지난 1996년 IMF로 인해 국내 기업이 휘청이며 직장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직장탁아'가 어려워지면서, 맞벌이부부들이 공동출자 하거나 운영에도 직접 참여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어린이집'이 태동했다.

 

전국적으로는 현재 81곳의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함께크는공동육사회적협동조합' 역시 그 중에 하나이다. 김정희 설립자의 개포동 친정집을 기반으로 한 지역 내 최초의 공동육아어린이집으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함께크는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이하 '함크')는 뒤로는 우면산이 있고, 근처에는 두 군데의 놀이터와 양재시민의숲이 위치하고 있다. 어린이집 내부에는 아이들과 선생님이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애지중지 키우는 작물들로 채워진 텃밭도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원생 교육에 반영해 함크에서는 자연 속에서 자연을 배우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3세, 4세, 5세, 6세, 7세까지 총 5개의 반으로 구성된 함크. 산을 탈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짧은 나들이'로 점심까지 들과 숲을 누비고 때로는 긴 나들이를 떠나 낙엽 위를 뒹굴고 논밭 위를 달리는 것이 일상이다.

 

이렇게 콘크리트 숲이 아닌 진짜 숲에서 뛰어놀고, 텃밭에서 키운 작물이 곧바로 식탁 위에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소중함은 자연스레 몸에 익히게 된다.

 

면접을 거쳐 함크에 들어오게 되면 엄마 또는 아빠가 아이 숫자에 따라 1년에서 2년간의 운영진 활동에 필수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운영진은 해당 임기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부서별로 운영회의를 진행하고 재정, 홍보, 원아, 기획을 비롯해 교육 커리큘럼부터 나들이 장소 선정, 시설 보수와 아이들의 식단까지 아마의 손이 어린이집 곳곳에 뻗어 있다. 22가정 24명의 인원으로 꾸려진 함크는 조합원 모두가 이용자인 동시에 주인인 셈이다.

 

어린이집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다 보니 이보다 투명하게 운영될 수 없다. 지난해 전국의 원생 부모들을 분노에 들끓게 했던 사립 유치원의 공적 자금 사적 이용 사건, 부실 급식과 원생 학대 사건도 함크에서는 별나라 이야기다.

 

세 명의 아이를 함크에 보낸 푸우(원내 별명, 학부모는 서로 별명으로만 부른다.)는 "함크 내부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요. 그 바탕엔 선생님과 아이 그리고 학부모들 사이의 '신뢰'가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설명했다.

 

함크에서는 선생님과 원생 간 상하 구조가 정해져 있지 않다. 학부모와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별명으로 부르면서 수평적인 구조를 지향한다. 학부모는 누구의 엄마, 아빠로 규정되지 않고 아이 곁에 있는 선생님은 높은 곳에 있는 무서운 사람이 아닌 무엇이든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울타리 안 사람'인 것이다.

 


동네가 함께 키우고, 돌봐주는 '우리 아이'


 

▲ 가을 나들이를 나온 함크 소속 어린이들(사진=함께크는어린이집).  © 팝콘뉴스

 

슬하에 아들 셋을 둔 푸우는 육아 공동체를 통해서 겪을 수 있는 재미있는 일화들을 소개하겠다며 이야기보따리를 펼쳤다.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둘째 아들 옷 좀 입혀야 할 것 같아. 또 반팔만 입고 다닌다. 날도 추운데 감기 걸리겠어~!"라는 내용의 문자 한 통을 전달받았다. 같은 육아 공동체에 속해 있는 동네 주민이 보내온 것이었다.

 

라면을 먹는 것이 금지된 학생이 있었는데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을 봤다며 서로서로 정보를 공유했던 일화도 있었다.

 

푸우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CCTV가 따로 필요 없어요. 동네 주민들이 함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내 아이, 네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로 키우다 보니 다들 서로의 자녀를 살뜰히 챙겨요. 온 동네가 아이를 키우는 데 동참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 삭막한 요즘 세상과는 달리 함크 소속의 원생들과 부모들은 촘촘하게 엮어진 연결망으로 이어져있다. 동네 전체가 우리 아이를 돌보기 위해 나서는 모습에서 사람 사는 냄새를 맡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동체의 의미가 퇴색되면서 김장 문화도 점점 사라져가는 요즘, 함크에서는 외려 아이들이 김장철을 기다리는 흥미로운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푸우는 "옛날처럼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아이들이 '이것' 때문에 김장 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하죠.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요?"라며 질문을 던져왔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김장을 담그는 모습은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리고 김장철에 김치 담그기가 막바지로 다다를 무렵이면 냄비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와 코를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

 

입안 가득 군침이 돌게 하는 '수육'이다. 고된 노동과 스트레스로 주부 10명 중 6명은 올해 김장을 포기하고 포장 김치를 사 먹겠다는 의사를 밝힌 요즘 김장 날 먹을 수 있는 수육의 맛을 아는 아이가 얼마나 될까?

 

빨리 수육을 먹고 싶어 너 나 할 것 없이 김장을 돕고 심지어 매실 장아찌와 매실액 담그기까지 도와 아이들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것과 더불어 ‘품앗이’의 의미까지 배울 수 있다.

 

때로는 함크 소속의 학부모들이 모여 함께 반찬을 만들고 동사무소와의 연계를 통해 취약계층, 독거노인 등 반찬을 만들어 먹기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직접 만든 반찬을 나눠주는 봉사활동도 지속 중이다.

 


점점 사라지는 공동체…"자녀의 자녀까지 이용할 수 있었으면"


 

▲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사진=함께크는어린이집).  © 팝콘뉴스

 

푸우의 꿈은 자녀의 자녀들까지 함크를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첫아이가 다닐 어린이집을 알아보기 위해 이곳저곳 발품을 팔아 줄기차게 돌아다녔지만 끝끝내 마음에 드는 어린이집을 찾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던 찰나 알게 된 것이 함크였다.

 

공동체 육아라는 단어가 낯설었지만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들을 보며 첫아이의 유치원을 함크로 정했다.

 

육아 공동체 특성상 각종 회의와 청소, 시설 보수 등 대부분의 일을 학부모들의 손으로 해야 했지만 그런 만큼 쌓이는 보람의 크기도 남달랐다.

 

내리 세 명의 아들들을 함크에 보낸 푸우는 많은 유치원에 육아 공동체 형태가 도입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재정적인 부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 '육아 공동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폭 넓어졌으면 한다는 점이다.

 

함크 운영 비용은 대부분 학부모들이 출자한 자금으로 충당하고 있고, 여기에 보건복지부 평가어린이집 인증 덕에 약간의 정부 보조금이 지원된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적은 금액으로 교사 월급과 식비 등 어린이집 운영에 사용하기엔 다소 빠듯하다는 설명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1인 가구는 증가하는 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가정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렇다 보니 어린이집도 소수 정예로 변화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곳까지 늘고 있다. 실제 지난 2018년 상반기 자료만 살펴봐도 전국 1,320 곳의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문을 닫는 어린이집이 많을수록 갈 곳이 없어진 학생들은 기존 어린이집에 몰리게되고, 교사 한 명당 맡아야 할 어린이 수가 증가하면서 교육의 질적 저하와 열악한 근무 환경 조성을 채찍질 하게된다.

 

이렇다 보니 지역 주민과 함께 보육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이들은 점차 늘면서, 육아 공동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함께크는 어리이집'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자리한 육아 공동체가 '보육'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풀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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