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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기업시민을 만나다'...문래동 도시재생사업 주인공들

도시재생 코디네이터·소공인·기업시민...결국 '사람'이 답이다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0/10/29 [18:11]

'사람과 사람, 기업시민을 만나다'...문래동 도시재생사업 주인공들

도시재생 코디네이터·소공인·기업시민...결국 '사람'이 답이다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0/10/29 [18:11]

▲ 27일 '스틸아트' 시상식에서 수상자 및 포스코건설, 도시재생센터 관계자들이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포스코건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에는 아직도 대장간이 있다. 펄펄 끓는 용광로와 끝이 벌겋게 달은 쇠막대, 쇠막대를 몇 번이고 내려치는 망치질이 있다. 철강 골목이 처음 조성된 1960년대 이래 문래동의 색과 소리는 줄곧 그것이었다. 불에 달은 쇠, 쇠를 내려치는 망치.

 

'철강'의 인상이 진하지만, 사실 철강 도시로서 문래동의 부흥기는 퍽 짧았다. 1980년대 이후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망치를 내려놓고 불 앞을 뜨는 사람들이 늘었다. 마을에는 상업시설이 들어섰다. 옆 동네에서는 '새 도시'를 만들겠다며 원래 있던 공장을 밀고 새 건물에 밀어 넣었다가 공장을 2, 3층으로 분분히 흩뜨리는 바람에 사달이 났다는 '재개발'설이 도시괴담처럼 건너왔다.

 

마을에 도시재생지원센터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2017년을 전후해 돌았다. '재생'은 '재개발'과 얼마나 다를까. '재생'은 '산업'을 이해할까. 마을을 빠져나가는 사람들, 옆 동네의 괴담을 버텨서 제 자리를 지킨 소공인들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센터와 만났다. 이후 조금씩, 문래동은 회복하는 중이다.

 


마을을 살리고, 도시를 살리는 것은 '사람'


 

영등포구 문래동은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도심에 가까운 낙후 지역이 상업 및 주거 지역 등으로 탈바꿈하면서 원래 거주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는 현상)'의 수혜지역이자, 피해지역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젊음의 거리 신촌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활동했던 상인들과 예술인들이, 임대료 폭등으로 버티지 못해 홍대로 밀려났고, 이들이 모여 홍대가 신촌을 대신하는 젊음의 거리로 거듭나면서, 다시 홍대에 있던 혹은 홍대로 왔던 상인과 예술인들은 주변으로 내몰렸다.

 

영등포구 문래동은 이런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던 소상인과 예술인들이 모인 곳으로, 이들의 노력으로 문래동은 다양한 카페가 생기고 예술 창작촌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문래동 역시 젠트리피케이션 조짐이 보이면서 이곳에 모인 상인들과 예술인들은 또 다시 미래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01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5년 사이 평균 2배 넘게 임대료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외부에서 유입된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기 전에 내부에서의 변화를 통해 문래동을 지켜야 한다는 이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대표적인 이들이 이번 포스코건설과의 도시재생사업 협력이란 결실을 낳은 '영등포·경인로 일대 도시지원센터'의 코디네이터들이다.

 

▲ 임현진 영등포·경인로 일대 도시재생지원센터 총괄코디네이터 겸 센터장.   © 팝콘뉴스

특히 도시환경전문가로 서울 서대문구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에도 힘쓰고, '더 도시연구소' 대표로 '도시재생'을 고민했던 임현진 센터장의 노력이 적지 않았다.

 

임 센터장은 단순한 환경 개선이 아닌 기존 산업을 지키고 활성화하기 위한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모델로 추진하기 위해 센터 자체적인 고민은 물론 대외적인 도움을 구하기 위해 백방 뛰어다녔다.

 

경제기반형 사업은 주거지나 중심지 재생과 달리 일거리를 많이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큰 목적이다.

 

하지만 "일자리가 증가한다고 기존에 지역을 지켜왔던 이들이 내몰리는 것은 바람직한 도시재생이 아니다"라는 임 센터장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공존하기 위한 도시재생을 위해 기존 장인들의 기술력을 자산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임 센터장은 우선 마을 주민들, 즉 '장인'들 사이의 교류를 추진했다.

 

문래동에는 소규모의 4~5차 벤더(하청) 공장이 밀집해 있는데, 이들은 제각기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경우가 많아 공장간 사업적 교류가 적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인들 간의 유대감 형성이 필수라고 여긴 것이다.

 

이런 노력 덕택에 문래동 소공인들이 주체가 된 '서울소공인 사회적협동조합'을 지난해 결성할 수 있었다. '서울소공인 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해 서울 소공인협회의 도움을 얻어 제주도특별자치공사의 '삼다수' 제품 생산에 필요한 독일제부품을 국산화하는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었다.

 

소공인 협동조합으로서는 안정적인 일감을 얻었고, 제주도공사로서는 부품 국산화에 따른 원가 절감 및 조달 용이성이라는 '일거양득' 효과를 본 것이다. 

 

임현진 센터장은 이같은 사례가 더욱 확대되길 기대하고, 확신한다.

 

임 센터장은 "지난해 서울소공인협회와 함께 시정협치사업인 '도심제조업존치프로젝트'를 제안해 3억 원의 예산 지원을 확보했고 올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해당 사례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해 거둔 '지역자산화 프로젝트'로 센터가 해당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끝까지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래동 일대 주민공모사업이 현재 진행 중이며, 청년일자리창출포럼을 통해 도시재생대학 등을 운영해 '이곳에 살고 있는 이'들이 주체가 되는 도시재생을 추진해 영등포 문래동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탠다는 의지이다.

 


문래동을 지키는 '소공인' 


 

문래동 일대에서 펼쳐지는 도시재생사업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수십 년 간 이곳을 지킨 소공인들이다.

 

생계를 위해 쉼 없이 망치를 두드리고, 프레스를 누르고, 쇠를 깎아왔던 영등포 문래동 소공인들이 여전히 이곳에 있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싹틀 수 있었다.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 소공인들이 운영하는 업체는 가내 수공업 형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작다. 1~2명이 일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여러 분야를 복합적으로 진행하는 제조 방식 대신 한 분야를 꾸준하게 이어가는 형태의 업체가 대부분이다. 수십 년 간 한 길을 걸어온 이들이 여전히 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대를 이어 하는 업체들도 있어 영등포구 문래동 철강거리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 기초 제조업의 장인'이 모인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이곳은 지켜가는 소공인을 대표한 (사)서울소공인협회 이용현 회장은 "문래동에만 1,300여 개 업체가 있어, 소재부터 후처리까지 제조와 관련한 모든 공정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셈"이라며, "어떠한 부품도 문래동에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서울 중심인 세운상가 주변에도 금속 가공 제조업체가 상당수 몰려있었다. 그런 이유로 서울 도심의 세운상가 일대와 영등포 문래동 일대는 대한민국 수도에서 기초산업을 지키는 소공인의 성지(聖地)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세운상가와 청계천 일대 공구거리가 도시개발로 인해 주변으로 밀려나며, 세운상가 일대 상인 상당수도 문래동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서울시내 소기업이 집단을 이룬 곳은 문래동이 유일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IT 기술과 환경을 가진 대한민국이 미래 먹거리로 '4차산업'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이들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잉요현 (사)서울소공인협회 회장. 그는 "굵은 뿌리가 있으면 잔뿌리도 있어야 하는 것처럼, 기초산업이 있어야 4차산업이 튼튼하게 자리잡을 수 있다"라며 문래동 소공인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 팝콘뉴스


이용현 회장은 "굵은 뿌리가 있으면 잔뿌리도 있어야 하는 것처럼 기초산업이 있어야 4차산업이 튼튼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라며 "그런 관점에서 우리 소공인들은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서도 이곳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다만, 제조업 환경이 좋지 않아서 젊은 사람들 유입이 안 되면서, 미래가 어두운 상황이다. 대기업에 돌리는 거대한 기계도 수많은 부품으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그런 부품은 나사와 볼트로 튼튼하게 설치되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문래동 소공인)들이 하는 것이 간단히 말하면 그런 것을 만드는 일인데, 여기가 무너지면 된다면..."이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현 회장은 이곳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영등포역 주변으로 각종 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문래동 철강거리도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이 회장은 "단순히 개발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 소공인들은 어떻게든 도태되지 않도록 저마다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 소공인들이 서울시 등에 컨설팅을 받고, (도시재생 등) 여러 가지 사업에 대해 기획부터 함께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강조했다.

 


문래동을 지키는 '장인'에게 '기업시민' 손을 건네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다. 영등포구 문래동을 지켜가려는 혹은 새로운 모습으로 살리려는 이들의 '스스로'의 노력 역시 '기업시민'을 만나며, 보다 구체화됐고 가시화됐다.

 

기업시민은 '기업에 시민이라는 인격을 부여한 개념으로, 현대 사회 시민처럼 사회 발전을 위해 공존과 공생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주체'를 뜻하는 말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철강그룹인 '포스코'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내세운 경영 철학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커지면서, 대부분의 기업은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포스코는 사회공헌 활동 외에도 기업시민을 통한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고 있다.

 

박철호 포스코건설 기업시민사무국 상무는 "기업시민은 기업의 이윤을 일방향적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이를테면 사회공헌처럼 일방적인 개념이 아닌, 비즈니스와도 연결해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개념으로, 비즈니스와 사회공동체, 포스코임직원 등 모든 영역에서 공생 가치를 함께 만드는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이유로 이번 문래동 도시재생사업에 대해서도 '지원'이 아닌 '협업'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박 상무는 "문래동과 관련한 소식을 듣고, 도시재생센터를 방문한 뒤, (포스코건설) 임직원들과 다양한 고민을 했다"라며,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포스코 하면 '철'이니까, 문래동에서 아파트와 관련된 제품을 만들면 어떻냐'는 제안이 있었고, 이를 통해 문래동 장인들이 철로 만든 예술작품을 포스코건설의 더샵 아파트에 설치하는 방안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포스코건설과 영등포·경인로도시재생지원센터가 함께 진행한 '스틸아트' 공모전 입상작은 수도권 일대 들어서는 포스코건설 더샵 아파트에 설치 예정이다.

 

박철호 상무는 "이번 전시회는 시범 사업 개념이고, 포스코건설 건축사업 본부에서 앞으로 더샵 아파트 준공하는 모든 현장에 이와 같은 소공인이 만든 철제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것으로 검토 중이다"라며, "포스코가 추진하는 기업시민이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사업을 통해 서로가 함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시민도 결국 '사람'이 한다


 

▲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 지난 2017년 포스코 홍보실장 당시 문래동을 찾아 공동사업을 추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사장 취임 뒤 다시 문래동에 손을 내밀어 서울시·소공인협회 등과 도시재생 협력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 팝콘뉴스

 

포스코의 상생경영 철학인 기업시민 역시 그 주체는 '사람'이다. 이번 영등포 문래동 도시재생사업 협력에는 실무를 책임진 이들의 노력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또 한 명 있다. 바로, 올해 1월 포스코건설 대표이사로 취임한 한성희 사장이다. 

 

한성희 사장은 지난 2017년 포스코 홍보실장 근무 당시 문래동을 이미 한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문래동이 '철'을 대표하는 포스코와 어울리는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고, 1970~80년대 한국 산업의 큰 기여를 한 곳으로 기억하는 만큼 '지붕 없는 박물관' 등을 고민하며 지역 소공인을 만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시 문래동 일대 자리 잡은 예술인과의 협업도 고민했지만, 현실적인 여건에 부딪혀 그는 결국 고민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20년 한성희 사장이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한 사장은 다시 한번 문래동에 손을 내밀었다. 현실적으로 접었던 고민을 포기하지 않고 지우지 않았던 결과이다.

 

한성희 사장은 "과거 철강사업의 중심지였던 문래동이 활기를 잃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라며, ""문래동 소공인의 '기술력'과 예술인의 '창의력'이 포스코건설이라는 '장'을 만나면, 일감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도시재생 협력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 사장은 "포스코건설의 협력이 문래동 도시재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며, "이후에도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키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만났고, 손을 잡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그리고 '사람'과 '기업시민'이 만나 더 나은 문래동을 만들기 위한 작지만 뜻깊은 첫걸음을 내디뎠다. 앞으로 10년 뒤 문래동이 어떤 모습을 띄고 있을까? 오늘의 첫걸음이 10년 뒤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지만, 첫걸음을 내디딘 이들의 작은 수고는 10년 뒤에도 기억돼 도시재생에 힘쓰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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