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회사 갑질 근절해야" '한 목소리'...롯데 측 "택배기사 업무 부담 개선하겠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연이은 택배기사의 과로사로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이 근로환경 개선안을 제시하며 근로자들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반면 롯데택배와 로젠택배는 이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은 26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 건물에서 일방적인 배송 수수료 삭감과 불법적 택배접수중단 조치 등에 대한 롯데택배의 갑질 횡포에 맞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또한 같은 날 오후 2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로젠택배 본사 앞에서도 로젠택배의 갑질을 규탄하고 불공정 계약의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집하 금지에 기습 수수료 인하…신음하는 롯데택배 조합원


▲ 택배노조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앞에서 롯데택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롯데택배 규탄 기자회견에서는 25일 롯데택배가 택배노조 소속의 조합원 근무 지역에 대한 택배접수중단(집하 금지) 조치를 내린 것과 코로나19로 영업이익이 30% 상승에도 배송 건당 수수료를 어떠한 협의 없이 인하시킨 점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현재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 경기도 성남시와, 울산, 광주, 창원‧거제 등 택배연대노조 소속 롯대택배 조합원들의 구역에 갑작스러운 택배접수중단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택배노조 김세규 교육선전국장은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갑작스럽게, 불법적으로 이뤄진 택배접수중단으로 이는 롯데택배가 집하금지 조치로 입게 되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택배노조 소속 택배기사들을 죽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롯데택배는 올 상반기에만 영업이익이 160억 원으로 전년대비 30% 증가했음에도 배송 수수료는 서울 송파의 경우 2018년 935원에서 2019년 880원, 올해는 825원(부가세 포함)까지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동 지역 역시 2018년 건당 1,130원이었던 수수료는 현재 840원(부가세 포함)까지 삭감됐지만, 택배 노조 측에 의하면 롯데택배는 배달 물량이 증가했으니 수수료가 낮아져도 결국 버는 돈은 똑같지 않느냐며 배달 수수료 인하를 강행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롯데택배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관계자 A씨는 "우선 택배노조 조합원 담당 지역 집하금지 조치는 27일 있을 택배 파업을 앞두고 고객들이 물건을 받는 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정 작업으로 인한 것으로 26일 아침을 기점으로 집하 금지 된 대리점 모두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택배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서는 평소 택배 물량이 적었던 지역에는 택배 수수료와는 별도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었는데 최근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증가하면서 지급하던 지원금의 양을 줄인 것이지 택배 수수료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롯데택배는 업계 1위 CJ대한통운이 발표했던 택배기사 근무환경 개선 방안과 같이 조합원들과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더 나은 근무환경 조성에 앞장설 계획이며 앞으로도 대리점 및 조합원들과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분류작업 지원을 위해 분류지원인력 1천 명을 집배 센터별 작업 특성 및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물량의 적정량을 산출, 택배기사들의 업무 부담 및 피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로젠택배, 업계 유일 보증금과 권리금으로 조합원 숨통 조여



로젠택배의 경우 지난 2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B씨의 유서에서 그동안 로젠택배 내부에서 자행되고 있던 불법적 악행과 구조적 문제들이 세상 밖으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로젠택배에서 택배기사로 근무하기 위해서는 1,500만 원에 달하는 권리금을 지불해야 하며 전국 지점마다 액수는 다르지만 300만 원에서 500만 원의 보증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점과 맺는 택배 노동자의 계약서에는 1,000만 원에 이르는 위약금이 적혀 있으며 만약 을의 책임으로 일을 그만두게 될 시 보증금을 포기하도록 돼있기까지 했다.

택배노조는 "B씨의 죽음은 어떤 근거도 없는 불법적 권리금과 보증금 문제, 일방적으로 갑에게 유리하게 작성돼있는 계약서와 지점의 열악한 환경 등 로젠택배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택배 산업 초창기부터 구역 내에서 대리점 혹은 배송 기사들을 서로 사고파는 일이 비일비재해지면서 권리금과 보증금이 생겼다"라며 "그만두게 되면 직접 사람을 구해서 그 사람한테 받으라는 식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목소리 높였다.

택배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로젠택배에 B씨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할 것과 전국 지점에 대한 실태 조사 및 구체적 해결 방안 제시, 권리금과 보증금을 비롯한 다단계 착취 구조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각 지점별 터미널의 노동환경을 개선해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막을 것을 촉구했으며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교섭 요구에 응할 것을 기자회견을 통해 전했다.

한편,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급증함에 따라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는 근무환경 개선과 심야배송 전면 중단 등 택배기사 보호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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