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부모의 ‘소유물’ 아냐, 생명 좌지우지할 권리 없어

▲ 부모가 자녀 목숨을 앗아가는 끔찍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편슬기 기자)처지를 비관해 가족 단위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우리나라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21일 발생한 의정부 일가족 사망사건을 비롯해 지난 3월 화성 일가족 사망 사건, 2018년 경제적 어려움의 이유로 남편이 아내와 세 딸을 목 졸라 죽인 사건 등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부모가 자식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사건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사건에 대해 우리나라의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관념과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지난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동반 자살이라는 용어 자체가 굉장히 잔혹한 용어다. 어떻게 보면 딸도 타인인데 그 사람의 생명권을 아버지가 좌지우지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녀의 생명권은 부모가 좌지우지할 수 없으며 부모가 자녀의 목숨을 앗아가는 극단적 선택은 살인죄가 적용될 만큼 심각한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아들만을 남겨둔 것에 대해 노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에 따라 집안의 대가 끊길 것을 염려한 아버지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해당 사건에 대해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자녀를 소유물로 여겨온 경향이 있어 자신이 낳고 키운 자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김씨 부부가 생활고를 비관해 자녀들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으나 둘째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재판부는 “어린 자녀를 살해하는 것은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서구 문화권에서는 자녀의 독립성과 개별성 그리고 자율을 강조하는 의식이 발달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부모와 자녀 간의 일심동체적인 동일체 의식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가족 살해를 두고 전문가들은 “자녀가 피로 이어진 관계의 ‘가족’일 수 있으나, 본인과는 개별적인 독립된 ‘타인’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을 방지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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