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범위에 양측이 모두 피해 보는 형국

(팝콘뉴스=최한민 기자) 최근 택시업계와 카카오 카풀 간의 갈등 문제가 연이어 이슈다.

카카오는 카풀이 공유경제를 기반한 4차 산업의 범주에 속하는 산업으로 운송 경제 현실이 바뀌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는 불가피함을 주장하며 시장 진출을 정당화했다.

정부도 카풀 산업이 기존 택시산업을 발전시키면서 새로운 4차 산업혁명에 맞는 플랫폼을 결합시키는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된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일부 택시업계에서는 “알선에 불과한 카풀이 왜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4차 산업이라는 것은 어떤 것이며 카풀 산업이 4차산업이 맞는 것일까.

4차 산업은 정보와 지식이 풍부해짐으로써 이들을 자본 삼아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기업들을 서비스 산업인 지난 3차 산업과 구별한 것이다.

급격히 발전한 인공지능기술과 사물인터넷 및 빅데이터 등 ICT(정보통신기술)와 융합을 통해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되고 제품과 서비스가 지능화되면서 경제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는 흐름이다.

다만 4차 산업의 도래로 인한 기존 산업과의 충돌은 불 보듯 뻔해 이를 두고 전문가들도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교통과 관련해 법률적 판단을 논하는 유튜브 방송도 진행하는 한문철 변호사는 “카카오가 하려는 카풀은 법의 허술함을 이용하려는 유사 여객행위”라고 못을 박았다.

한 변호사는 “4차 산업이라는 광범위한 범위에 카풀을 집어넣어 기존 산업과 충돌해 대기업만 배부르게 된다”며 “카풀이 4차 산업이라는 미명하에 불법을 자행한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카카오가 말하는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 플랫폼’이라는 표현이 카풀을 용인하고자 하는 눈가리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도 “카풀 서비스가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라며 “그동안 자가용 유사영업을 엄격하게 금지해왔고 현재도 그에 따른 규제가 존재하는데 카카오는 법적 조치 없이 시범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반해 신산업의 도입에 따라 4차 산업을 정의하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4차산업혁명연구부 장윤종 부장은 “1차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대영제국이 2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지게 된 이유는 ‘붉은 깃발법’ 등 당시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낙후된 법”이라는 것을 주목했다.

시대착오적 규제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붉은 깃발법은 1865년 영국이 마차 사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의 최고속도를 제한하고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그 뒤를 따라 서행하도록 만든 법이다.

장 부장은 “붉은 깃발법으로 영국에 신산업의 규제가 드리워지자 독일 등 다른 나라보다 자동차기술이 뒤처지게 됐다”며 “기술격변기에 신기술과 신산업을 사회가 수용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정보기술혁신재단 로버트 앳킨슨도 “4차 산업혁명은 혁신적이면서도 파괴적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라며 이 주장에 힘을 싣는다.

앳킨슨은 “앱 등을 통해 두 명이 한 차량을 공유하는 것은 두 대의 택시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생산성이 높다”며 “이것이 4차 산업이 말하는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4차 산업이라는 범주는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의 관점과 기존 산업에 대한 보장이라는 관점에 따라 모호하게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정립되지 않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 아래에 끊임없이 갈등을 양산해 내고 다투고 있다.

당장 정부도 극으로 치닫고 있는 카풀과 택시업계의 갈등을 놓고 지난 1년간 4차 산업혁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공을 들이고 있지만 입맛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선택이 기존의 택시산업을 보호하고 발전시키면서 새로운 4차 산업혁명에 맞는 플랫폼과도 결합시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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