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안’ 정부에 눈물 흘리는 30만 택시기사

권익 보호 없이 적자생존식 정책 추진 안 된다

최한민 기자 | 입력 : 2018/12/21 [17:23]

▲ 최한민 기자     © 팝콘뉴스

(팝콘뉴스=최한민 기자)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있었던 택시 집회는 그야말로 생계가 달린 생존권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는 자리였다.

 

현장을 찾은 12만 명의 택시기사들은 저마다 절박함을 호소하며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를 외쳤다.

 

파주에서 새벽 일찍 내려왔다는 한 택시기사는 “오늘 회사에서 집회에 나가도 근무 일수를 인정해준다고 해서 나올 수 있었다”며 “오늘 영업하는 기사들은 회사 사납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행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생계 위협에 내몰리는 택시업계의 불안감은 정부가 해답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이에 더욱 증폭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조성해 카카오와의 갈등을 해소하려 했지만 택시업계는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공유경제라는 신산업 성장모델은 현시대에 꼭 필요한 존재로 자리매김한 것은 기정사실이다.

 

다만 정부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고 위축될 택시산업과 택시기사들의 생계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부족해 보인다.

 

정부가 제시한 상생 방안에는 상대적 약자에 대한 권익 보호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채 산업발전에 따른 변화와 4차산업혁명을 강조하며 기를 쓰고 억지로 끌고 가려는 모습이 역력할 정도다.

 

오히려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불거질 일을 예견하면서도 의도적으로 덮으려는 모습까지 확연하다.

 

20일 집회에서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도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전했는데 “현행법으로도 자가용으로 영업하면 형사 처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불법 카카오를 구속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김 의원이 언급한 현행법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는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유상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으며 위반시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출ㆍ퇴근 시간대에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 등의 목적을 예외로 하고 있어 법리 해석을 확대해 카풀업이 시장에 달려든 꼴인데 정부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채 앵무새처럼 카풀 허용에 대한 당위성만 강조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11월 기준 전국 택시기사는 26만8164명으로 이 가운데 50대 이상의 운전자는 89.5%로 약 24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힘 없고 나이 먹어 궁여지책으로 택시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어르신들의 밥그릇을 빼앗아 대기업에게 주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카풀 허용에 대해 정부도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출퇴근 시간대에 국민들이 겪는 택시 이용의 불편성을 강조하며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카풀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과 현재의 사납금 제도를 월급제로 바꿔 택시기사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겠다고 항변하지만 순서가 매우 잘못돼 있다.

 

택시기사들의 고질적인 처우개선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고 살인적인 사납금 문제 역시 과거부터 재탕, 삼탕되어 왔던 개선과제임에도 카풀 허용을 전제로 월급제로 바꾸겠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정부정책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아직도 세계 각국에서는 우버 도입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져 오고 있다.

 

면허가 없는 개인이 유상 운송이 가능한 우버는 필리핀 등 택시 면허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나라에서는 비교적 탈 없이 도입돼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규제와 허용을 놓고 아직도 많은 갈등을 빚고 있다.

 

기존 유상 운송업에 관한 현행법이 존재하는데도 택시업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없이 전국의 모든 자가용이 택시화된다면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불러올 병폐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지 조차 의구심이 앞선다.

 

정녕, 국민을 위하고 시장경제를 위한 일이라면 공익성을 갖고 정부와 지자체가 직영제로 관리,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택시는 일반 국민들이 이용하고 있음에도 법적으로 대중교통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제한성을 가진 운수업으로 정부 지원이 요원하다 보니 택시기사에 대한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

 

심야시간 이용 불편이나 불친절, 노령화 등을 들어 많은 국민들이 택시 업계에 많은 등을 돌리고 있는 것도 단순히 택시기사만의 문제로 들여다 볼 것이 아니라 소외돼 온 정부의 택시정책의 결과로 보는 이유다.

 

택시업계나 관련 단체들도 국민들의 불편을 충분히 수긍하고 자정의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택시기사의 생업에 대한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전까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3D업종이라는 오명과 함께 기피 직업으로 전락하면서 젊은 연령층의 택시기사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사양산업은 분명하지만 지금도 누군가는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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