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반연,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행된 모든 파괴와 폭력 끊어내야"

▲ 미투 운동 지지자들이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폭력 없는 세상'을 외치며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 윤혜주 기자


(팝콘뉴스=윤혜주 기자)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를 시작으로 미투 운동이 범사회적인 운동으로 번져나가는 가운데 세계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면서 미투 운동이 나아가야 할 뚜렷한 방향성이 요구되고 있다.

미투 운동은 작년 10월 미국 영화감독 하빈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SNS에서 해시태그(#MeToo)를 다는 행동에서 시작됐으며, 우리나라 미투 운동의 경우 서지현 현직 검사가 생방송에 출연해 검찰 내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면서 교육계와 정치계, 연극계 등 여러 사회 영역으로 퍼져나갔다.

이후 ▲연극연출가 이윤택 ▲시인 고은 ▲인간문화재 하용부 ▲배우 조민기 ▲배우 조재현 ▲충남지사 안희정 등 남성 권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끊임없이 드러나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김지은 비서가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동안 4차례 성폭행을 저지른 안희정 지사를 고발하며 미투 운동이 활발한 시점에서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해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점점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는 가해자들을 혐오하면서 SNS 댓글과 게시글을 통해 무서워서 말하지 못했거나 그 당시 성추행인지 몰라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성범죄 관련 경험들을 공유하며 미투 운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비뚤어진 ‘성’도덕


다수의 여성들이 남긴 미투 운동 관련 SNS 댓글을 보면 “창피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무서워서 그냥 참았다” 등 성추행을 당할 당시 여성들이 ‘창피함’과 ‘두려움’이란 공통된 감정을 느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어떤 아저씨가 내 앞을 지나가며 가슴속으로 손을 넣고 만지고 갔는데 움직일 수 없었으며 가해자에게 화를 내기 전에 내가 더 창피해서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라는 SNS 댓글에서 알 수 있듯,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느껴야할 부끄러움을 피해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었다.

‘가슴이 너무 커서 움직일 때 거슬리지 않느냐’, ‘치마를 입었어야지 왜 바지를 입었냐’ 등의 말은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더라도 명백한 성희롱에 속하지만 여성들은 문제 제기를 한 뒤 사회적으로 낙인찍혀 생계를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까 두려워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회와 법 제도는 세상을 남성의 관점으로 필터링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힘을 가질 수밖에 없는 과정이 재생산되는 구조”라며 여성은 ‘수동성’을 남성은 ‘능동성’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 "이렇게 사회에 깊숙이 뿌리 내린 관습적인 행동 양식들은 언론 매체 보도와 법정, 경찰서에서 ‘여자가 유혹한 것 아닌가’하는 말이 전달되는 과정 속에도 들러붙어 있었다"고 비판했다.

한편 남성들이 성범죄 사실을 자백하는 ‘내가 그랬다(IDidThat)' 캠페인은 인도 소설가 드방 파닥이 과거 한 여성을 상대로 키스를 강요했었던 것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내가 그랬다 캠페인은 일부 남성들도 자신들이 여성을 향해 내뱉는 말이나 행동들을 성범죄라는 인식 없이 저질렀다는 것을 보여주며 남성 중심적 성차별 생각 틀이 남성과 여성 모두의 일상생활에 만연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차 가해, 가해자를 방조한 ‘침묵’의 사회 구조


성추행 사건의 특징상 피해자들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어려워 인생이 통째로 흔들리며 괴로움에 몸서리치지만 성폭력 가해자 하용부 씨의 “사죄는 하지만 기억에는 없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가해자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살고 있었다.

더욱이 가해자들은 용기를 가지고 고백한 피해자들에게 피해자의 주장만 있을 뿐 성범죄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고죄’와 허위가 아닌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죄의 처벌이 가능한 ‘사실 적시 명예 훼손’, 돈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접근한 꽃뱀 등의 이미지를 적용시켜 2차 공격을 가하고 있다.

가해자들은 비뚤어진 성 인식과 이를 용인하는 권력 시스템 속에서 성범죄를 저지르며 수십 년이 지나 용기를 낸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의 추악한 행위를 고발해도 가해자들은 무고죄와 꽃뱀 이미지라는 방패를 사용해 빠져나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미투 운동 지지자들은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가해자는 피해자를 억누를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범죄가 일어난 당시 피해자가 자신이 당한 성폭력을 고백할 수 없는 사회 시스템이 고질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성반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받는 2차 피해는 가해자만 가하는 것이 아니라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 없이 가십거리로 보도하는 언론과 가해자를 지지하는 집단 또한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꼬집었다.


세계 여성의 날, '미투'의 의미 되새겨야


현재 사회 전반에 걸쳐 미투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면서 실질적 성평등 실현 촉구 등 ‘여성 인권’이 재조명되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하다가 화재로숨진 여성들을 기리기 위해 미국 노동자들이 궐기한 날을 기념해 유엔이 공식적으로 지정한 날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대변인은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미투 운동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늘 세계 여성의 날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성폭력 대처를 위한 선언적 구호를 넘어서 실질적 행동을 할 것이다"며 세계 여성의 날과 미투 운동이 '여성 인권'문제에서 맥락을 같이함을 논평을 통해 8일 밝혔다.

또 한국YWCA연합회는 세계 여성의 날을 상징하는 장미를 옷에 걸고 8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중구 명동 YWCA회관 앞에서 '3‧8 여성의 날 기념 YWCA 행진'을 실시하며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를 표현할 예정이다.

SNS 누리꾼들도 "우리 모두 분발해서 모든 남녀가 정의롭고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다짐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해본다","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인권의 중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여성 인권을 위해 힘쓰시는 분들을 응원한다"며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미투 운동이 자신들에게 가지는 의미를 설명했다.

하지만 성반연 관계자는 여전히 다수의 피해자들이 한국에서 피해자들을 비뚤게 바라보는 ‘性’인식 때문에 미투 운동이 활발한 시점에서도 신원 밝히기를 두려워하며 피해자가 겪는 어려움과 피해자가 발휘하는 용기를 가로막고 있다고 평가했다.


억눌려왔던 여성들의 처절한 외침 ‘미투’


▲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연극계 내 성폭력과 위계폭력을 반대하며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동료 연극인들의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모임이다(사진=성반대 SNS 갈무리).

성반연 관계자는 “남성은 나쁘고 여성은 옳다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답습에서 비롯한 현상을 뿌리부터 다시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미투 운동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또 피해자들의 미투 발언에 이은 운동의 동력은 피해자들의 더 많은 성범죄 폭로와 고발이 아닌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피해자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에게서 나와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이 자신을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키면서까지 제기한 문제들을 지지자를 비롯한 사회 구성원들이 해결해야 하며 피해자를 다시 피해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미투 운동의 지지자들이 가지는 역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미투 운동 관련 단체들은 가해자가 확실한 처벌과 제재를 받고 피해자는 삶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현실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 미투 운동의 방향성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성반연 관계자는 "더 나아가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하게 여겨왔던 부당한 모든 일들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반성과 성찰을 통해 다시는 성폭력이 반복되지 않는 것이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바라는 최종 목표"임을 밝혔다.

또 사회 모든 구성원들은 불평등한‘性’인식이 오랜 남성중성적인 사고방식에서 출발해 사회전반에 견고히 쌓아올려졌다는 것을 인정해야하며 이러한 인정을 통해 성평등이 이룩된다는 것을 매우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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