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통해 국정방향 제시…가변적이고 추상적인 답변 많아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17일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청와대). © 팝콘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국내외 250여 명의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외교ㆍ안보,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주요 이슈들에 대한 국정철학을 쏟아냈지만 명쾌한 논리보다는 대통령으로서 강한 소신만 강조됐다.

청와대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사전 질문이나 질문자를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공교롭게도 기자회견장내에서 거수로 질문을 신청하는 기자들 많았음에도 사전에 약속된 듯 질문자 대부분 한결같이 맨 앞줄이거나 두 번째 줄에 앉아 의구심을 자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평소 국정철학에 대한 확고부동한 선명성을 드러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나 방침을 제시하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맞춰가는 가변적이고 추상적인 답변이 대체적으로 우위를 차지해 논리적으로 다소 부족한 인상이 두드러졌다.

■ 확고한 자주주권 행사로 외교ㆍ안보 강화
문 대통령은 먼저 외교ㆍ안보 분야에 관련해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 개선 및 북미 관계로 인한 한미동맹 신뢰도와 FTA 개정 협상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전쟁가능성에 대한 깊은 우려에는 한반도 전쟁불가론을 앞세우며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은 우리 대한민국만 결정할 수 있으며 대한민국 동의 없이 누구도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자주주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경제조치로 결국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대화 자체를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의 대화가 재개되어야 하지만 조급할 필요는 없으며 대화 자체를 목적으로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의 단절을 극복하고 대화를 재개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대화를 위해서는 대화의 여건이 갖춰져 있어야 하고 대화가 좋은 결실이 맺어지리라는 담보가 있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체제 안착에 대한 대화의 전제 조건을 앞세운 것이다.

북한 핵무기 포기를 수용하는 대화의 여건이 마련된다면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것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남북문제 개선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한미동맹 관계의 친밀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UN안보리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적인 공조와 혈맹관계라는 입장이어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됐다.

문 대통령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단호한 결의를 보이면서 북한을 압박하고자 하는 것이 반드시 군사적 행동을 실행할 의지를 가지고 하는 것이라 보지 않으며 그 점에 대해서 한미간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설령 미국이 한반도 밖에서 군사적 행동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남북관계의 긴장을 높이는 우려가 있을 경우 사전에 한국과 충분히 협의할 것이라 확신하며 그것이 한미동맹의 정신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미FTA 개정 협상요구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상황이 급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FTA 개정 협상요구에 대해 이미 예상하고 있었으며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에서 통상교섭본부로 격상하고 통상교섭본부장을 대내적으로 차관급, 대외적으로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조치를 미리 취해 미국과 당당하게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FTA 체결 이후 세계의 교역량이 12%가 줄어들어든 반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한미의 교역량은 오히려 12% 늘어 양국 모두 호혜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한미FTA 개정을 협상한다고 해도 국회 인준을 받아야할 사항으로 당장 이행될 수 있는 소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 文, 내년 지방총선 개헌 약속 지킨다
또 정치 분야와 관련해서는 통합정부 실천구상과 공영방송의 공공성 및 공정성 유지 확보를 위한 방안, 적폐청산 범주, 지방분권 강화, 개헌 등에 대한 내용들로 요구성 질문이 더 많았다.

먼저 통합정부 인사코드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지역탕평, 국민통합의 인사 기조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입장을 비쳤다.

문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국민통합 또 네 편 내 편 편을 가르는 정치를 종식하는 통합의 정치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참여정부와 2012 대선 당시 함께 해왔던 많은 동지들이 있지만 소수만 발탁하고 과거 정부에서 중용됐던 사람도 경선과정에서 다른 캠프에 몸담았던 사람도 능력이 있다면 다 함께 하는 정부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또 언론의 공정성 확보와 관련해서는 “언론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언론이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지만 “지난 정부동안 공영방송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그런 노력들이 있었고 실제로 현실화 됐다”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공영방송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 했던 정권도 나쁘지만 그렇게 장악당한 언론에게도 많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배구조 개선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방안을 입법을 통해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적폐청산과 관련해서는 “우리 사회를 아주 불공정하게 불평등하게 만들었던 많은 반칙과 특권을 일소하고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특정 사건 또는 세력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적폐청산의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1, 2년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방분권 강화와 연결된 개헌 의지에 대한 질문에는 내년 지방선거 때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에 변함이 없다”며 “국회 개헌 특위에서 국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서 국민주권적인 개헌방안을 마련하면 정부는 그것을 받아들여서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국회 개헌 특위에서 여야 논의가 이견 차이로 좌초될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 논의사항을 이어받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그때까지 합의되는 과제만큼은 반드시 개헌을 할 것이며 그 과제 속에서 지방분권의 강화,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재정분권의 강화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 생각하고 정부는 지방분권 개헌 이루기 전에도 현행법 체계속에서 할 수 있는 지방자치분권의 강화 조치들은 정부 스스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다양한 스펙트럼 합리적 수용
사회 분야는 복지정책 강화로 인한 증세 여부와 8.2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주거복지 정책, 위안부 및 강제징용자 문제, 노동조합설립, 탈원전 등 다방면에서 심도 있는 답변들이 이어졌다.

일단, 복지정책 강화에 따른 증세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정부가 밝히고 있는 증세 방안들은 정부에 필요한 재원조달의 딱 맞추어서 맞춤형으로 결정된 것으로 더 이상 증세가 없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확고한 답변이다.

문 대통령은 “현재 정부가 발표한 여러 가지 복지정책에 대해서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증세방안만으로도 충분히 재원 감당이 가능하다”며 “증세를 통한 세수 확대만이 유일한 재원 대책이 아니라 기존의 재정 지출을 대대적으로 구조 조정해 세출을 절감하는 것이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8.2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는 보유세와 같은 증세 인상보다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화에 역점을 삼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8.2 부동산대책은 가장 강력한 대책이기 때문에 그것으로도 부동산 가격을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오를 기미가 보인다면 정부는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마련해 넣어 두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더불어 보유세 인상방안에 대해서는 “공평과세, 소득재분배 등 추가적인 복지재원 확보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일본 외신기자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자에 대한 보상 문제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이미 양국이 합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양국이 합의를 했다고 해도 개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와 강제징용자 문제가 한일 회담에서 다 해결됐다는 것은 맞지 않은 일”이라며 “양국간의 합의가 있더라도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고 민사적 권리는 남아 있다고 보는 것이 한국의 헌법재판소, 대법원 판례로 정부는 그런 입장에서 과거사 문제를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거사 문제가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서 안되며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노동현장에서 부당노동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정부 개입을 요구하는 질문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노동조합 조직율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부당노동 행위에 대한 공권력의 역할이 미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노동조합 결성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사용자의 부당행위에 대해 강력한 의지로 단속하고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정목표 하나가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되려면 정부가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그런 정책들을 전향적으로 펼쳐야 하지만 노동자들도 스스로 단합된 힘으로 자신들의 권익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탈원전 정책에 대한 짙은 불신감도 터져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 말씀드리자면 제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은 급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럽 선진국의 탈원전 정책은 수년 내에 원전을 멈추겠다는 계획으로 급진적인 반면 우리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현재 가동되고 있는 원전의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대로 하나씩 문을 닫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근래에 가동이 된 원전이나 건설 중에 있는 원전은 설계수명이 60년으로 적어도 탈원전에 이르기까지 6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며, 그 시간 동안 LNG 등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대체에너지원을 마련해 나가는 것은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신고리 5, 6호기는 공론화위원회 조사결과에 따라 원점화 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짓겠다는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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