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급증하는 '살아있는 쓰레기' 유기견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팝콘뉴스

(팝콘뉴스=김재용 기자 ) 매년 3월 23일은 국제 강아지의 날이다. 2006년 미국의 반려동물학자인 콜린 페이지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아지의 날은 '우리 반려견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자'는 이벤트성 날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반려견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자는 날로 인식되고 있으나 실제 제정 취지는 버려지는 유기견을 보호하고 입양하자는 것이다. 동물 보호를 향한 더 근본적이고 사회적인 고민이 담겨있다.

해마다 급증하는 유기동물, 개가 가장 많아

알다시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유기동물 발생도 더욱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유기 동물 발생 및 반환 사례 통계'에 의하면 2013년에 유기동물은 총 8만 3029마리였고 개가 5만 8437마리로 가장 많았다. 지난 10여년 간 이 숫자는 급증했다. 농림식품부의 '2022년 구조동물 구조, 보호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유기동물은 11만 3440마리다. 개가 8만 393마리, 고양이가 3만 1525마리, 토끼 등 기타 동물이 1522마리다. 2017년부터 매년 많게는 13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기동물이 처음 발견되면 신고, 포획, 처리의 4단계를 거쳐 처리된다. 거리를 배회하는 유기동물을 발견한 사람이 근처 동사무소 등에 신고하면 관할 자치단체의 환경관리과에서 지정 동물보호소에 연락해 유기동물을 포획하도록 한다. 이렇게 구출된 유기동물은 전국 350여 개의 보호소로 들어간다. 유기된 동물의 50% 이상이 개이며 보호소에서는 소유자를 찾기 위해 7일 동안 인터넷 등으로 공고를 올린다. 7일이 지나도 소유자를 못 찾고 입양도 되지 않으면 20일 후에 안락사를 하는데 보호소에 들어온 유기동물의 4마리 중 1마리는 20일 만에 안락사를 당한다고 한다. 

쓰레기 처리하듯이 처리할 수 없는 유기동물

문제는 유기동물은 생명이라는 점이다. 소유자를 못 찾으면 안락사시키는 편의적 행정처리로 끝이 아니다. 장은혜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의 논문 '살아있는 쓰레기, 유기동물의 보호 시스템 실태와 개선방향'에서 장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집 앞의 쓰레기 처리하듯이 처리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유기동물을 관리하는 사회적 시스템의 체계가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따라서 현재 유기동물보호는 소수의 뜻 있는 민간단체나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형편이다. 

안락사는 가장 현실적이고 인간에게 편의적인 방식일 뿐 생명 존중의 제 기능적 방식은 아니다. 생명을 손쉽게 없애버리는 과정에서 감춰진 동물학대, 생명 윤리적 문제, 동물보호법, 동물보호 시스템의 문제나 기타 사회적 손실 등을 고려하면 '안락사'를 언제까지 유일한 대안으로 유지할 수는 없다. 정부는 더욱 긴밀한 동물보호 시스템 구축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반려동물은 언제 등장했을까?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는 1983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관한 국제 심포지움'에서 애완동물이라는 용어 대신 사용하자는 제안으로 시작됐다. 인간은 예로부터 늑대를 가축화하여 길렀다. 이것이 개의 조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고대 북이스라엘에서는 개와 사람이 같이 묻혀있는 묘기가 발견되기도 했는데 죽은 사람의 손이 개의 어깨 위에 올려져 있어 개와 사람의 친밀한 관계를 알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나 고대 이집트의 그림에서도 반려동물이 나타난다. 이집트는 5천 년 전부터 종교적 목적으로 고양이를 사원에 두었고, 3천 년 전부터는 고양이를 기르는 것이 일반화된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개와 인간의 친밀한 관계는 이보다 더 오랜 역사를 지닌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반려동물이라는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애완동물은 단지 동물을 키우는 만족 이상의 이로움을 사람에게 준다. 인간과 동물의 유대는 최근 동물매개심리치료로 발전하고 있다. 동물과의 유대를 이용해서 자폐나 치매, 행동장애, 정신 장애 치료 효과를 얻고 있다. 동물매개치료를 소개하고 있는 한국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 김옥진 회장의 저서인 '인간과 동물'에서는 애완동물이 사람의 심리적, 육체적인 건강을 증진시키며 사회적 감정적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한다. 홀로 거주하는 노인들이나 사회활동이 제약된 장애인들이나 기타 여러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사람들에게 동물은 손쉽게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동물은 사람의 외양을 차별하거나 조건에 불만을 갖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 애착관계 형성이 가능하다. 

동물매개심리치료로 발전하는 반려동물

정서뿐 아니라 신체적 건강에 미치는 효과도 나타난다. 동물매개치료란 동물과 사람의 유대관계를 이용해 약물 없이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환자는 동물과 교감하면서 심혈압, 심박수, 스트레스 감소 등의 효과를 얻는다고 한다. 또한 집중력, 대화능력, 감정조절 능력이 증가하고 사회적 반응성도 향상된다. 뿐만 아니라 동물을 보살피고, 먹이를 주고 규칙적인 운동을 시키면서 인지적 능력이 향상된다는 점도 빠뜨릴 수 없다. 그래서 동물매개치료는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아동의 치료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살아있는 쓰레기'가 되어 폐기 처분되는 동물들의 해결책을 위해 국내에선 아직 체계적이고 발전적인 시스템이 갖추어 있지 않다. 현대 사회에서 점점 커지는 반려동물의 역할을 고려해 볼 때 유기동물 보호 기틀을 세우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팝콘뉴스]

키워드

#기자수첩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