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댄스와 국악의 융합, 1시간 넘는 비보잉 무대로

(팝콘뉴스=김진경 기자)[문화예술 산업은 전무후무할 정도로 대중화되고 파편화되어 일상 곳곳에서 숨 쉬고 있다. 소설가는 온라인 이야기 플랫폼을 통해 독자를 만나고 에세이 작가는 블로그를 통해 출판사를 만난다. 새로운 예능인은 공중파보다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에서 더 쉽고 빠르게 인지도를 얻고 있다. 청년 예술가들에게 그리고 대중에게 예술은 어느 때보다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말은 성공하기 쉬워졌다는 뜻이 아니다. 그만큼 더 치열해졌다는 의미다. 어느 때보다 더욱 치열해진 문화예술업계에 뛰어든 청년들은 누굴까.]

▲ 김기수 안무가 zoom 인터뷰 모습(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안무가 김기수의 이름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가 있다면 아마도 '댄싱9'이라는 방송 프로그램 속 비보이가 기억에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스트릿 맨 파이터'로 스트릿댄스와 댄서가 조명받기 전에 '댄싱9'이 있었다. 안무가 김기수는 이 방송을 통해 비보이로 이름을 알리고 '무버'라는 무용창작그룹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댄싱9'에 참여하면서부터인 듯합니다. 그 방송을 통해 비보이뿐만 아니라 발레, 스포츠댄스 등 여러 장르의 댄서와 교류하면서 의미 있고 즐거운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해왔어요. 특히 저에게 무버라는 크리에이터 그룹을 제안한 김설진 감독의 행보가 너무 즐거워 보여서 함께 작업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죠."

안무가 김기수는 '댄싱9'에서 인연을 맺은 김설진과 함께 무버라는 무용 창작가 그룹을 2014년도에 결성했다. 무버는 올해 비보잉과 국악의 융합 프로젝트인 '메리고라운드'를 창원을 비롯 인천, 천안을 거쳐 12월 3일과 4일 양일간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에서 공연한다.

#1 '스우파', '스맨파' 방송 이후 스트릿댄스와 댄서를 향한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댄서라는 직업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는데요. 최근 주변에서 이런 변화된 시선을 느끼시나요?

"최근 체감을 많이 할 때가 있는데 학원에서 상담할 때입니다. 제가 댄스학원을 운영 중인데 학생들이 '스우파'나 '스맨파' 방송을 보고 춤을 배우고 싶고 직업으로 삼고 싶어서 왔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들의 인식이 크게 변하고 있는 걸 현장에서 느낍니다. 이전에는 춤꾼이라고 하면 딴따라다. 혹은 더 거칠게 말해서 양아치라고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요즘에는 학원에 부모님들이 찾아와서 아이가 춤에 관심이 많은데 진로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진지하게 상담에 임하시는 예가 많습니다."

#2 이번 '메리고라운드' 공연은 안무가로서 몇 번째 작품이신가요? 안무가로 활동을 시작하신 건 언제부터이신가요?

"아마도 7~8번째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종대 현대무용 석사를 마치고 그때 졸업작품으로 안무를 맡으면서 자연스레 첫 작품을 올리게 되었는데요. 이후 '댄싱9'을 통해 지금의 창작그룹 무버를 만나게 되었고 이번 '메리고라운드' 공연이 8번째입니다."

▲ 공연 모습(사진=김기수 안무가 제공) © 팝콘뉴스


#3 이번 프로젝트 '메리고라운드'는 비보잉과 국악의 결합이라고 하셨는데요. 스트릿댄스와 국악은 글로벌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템을 선택하신 의도는 무엇인가요?

"두 가지를 융합하려는 이유는, 아시다시피 비보잉과 국악 융합을 위한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이런 작업에 대한 해외 반응도 좋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 자신이 비보이 댄서로서 전통 악기와의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꿈이 오랫동안 있었고 그중에서도 거문고가 주는 터프한 느낌과 비보잉의 터프한 느낌이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생각에 언젠가는 한번 이 둘의 협업을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4 이번 공연의 첫 발상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2021년도에 무버의 창작진들과 함께 내년에 무대화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을 때 제가 낸 아이디어가 중심 주제로 채택되어 이번 공연 작품까지 발전시키게 됐습니다. 저희 창작진은 모든 멤버가 안무가 겸 댄서이기 때문에 함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작품으로 발전시킵니다. 초안에서는 언택트 시대에 맞춰서 현실과 가상현실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것이었다가 비보잉과 거문고의 융합이 중심 주제로 정해져서 지금의 '메리고라운드'로 갈무리가 됐습니다. 채택되지 않은 아이디어들은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비축하고 있고요."

#5 최근 창원에서 초연을 마치고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관객분들의 호응이나 질문 중에 인상에 남는 것이 있다면?

"일단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사람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의문이었는데 생각보다 참여도가 높아서 놀랐고요. 그동안 전국을 전부 다 돌아봤다고 할 수는 없어도 꽤 많은 지방에서 공연을 해봤는데 지역마다 호응도가 조금씩 다릅니다. 이전에도 창원에서 공연했을 때 호응도가 좋았는데 이번 공연에서도 공연 중에 관객석에서 손뼉도 편하게 치고 호응도가 유난히 좋았습니다. 질문은 여러 가지가 나왔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우리 아이도 댄서가 꿈인데 어떻게 하면 그런 훌륭한 댄서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일 겁니다."

이전에는 주로 제작 의도나 소품의 활용, 댄서들이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 관한 질문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춤을 직업적 성취로 이끌 방법에 관한 질문이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댄서나 안무가에 대한 직업적 인식이 분기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안무가 김기수 씨는 댄서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직업적 성취도 중요하지만 일단 정말 재밌게 춤으로 놀아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라고 말한다.

이번 '메리고라운드' 작품은 비보잉을 단 하나의 주제로 1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으로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김기수 안무가는 "비보잉으로만 한 가지 주제로 1시간 이상 공연을 구성해서 무대에 올리는 건 이번 프로젝트가 처음이다. 아마 국내 최초일 거다"라고 강조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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