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의 안전의식·공연행사 주최자·중앙정부 모두가 한 박자로 준비하고 고민해야


(팝콘뉴스=김재용 기자)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정부는 일주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애도기간도 끝나고 조금씩 사고 원인과 사후 수습 결과가 드러나면서 경찰의 무능과 여러 가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밝혀져 논란이다. 슬픔이 다소 가신 이 시점에서 우리는 차분하게 압사 사고의 정황을 곱씹어 봐야 한다.

2005년 상주 압사 사고=2022년 이태원 참사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압사 사고로는 2005년에 경북 상주시에서 발생한 상주 자전거 축제 압사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10월 1일부터 3일까지 매년 상주 자전거 축제를 개최했는데 마지막 날인 오후 3일 오후 7시 근처에 있는 공설운동장에서 MBC가 주관하는 가요 콘서트 녹화방송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 주최 측은 입장권을 발부하지 않고 선착순 입장 방법을 선택해서 오전부터 공설운동장 주변에 많은 인파가 모였다. 오후 5시가 지나자 1만여명 정도가 운동장 주변에 모였다. 그중 출입문 입구 앞에 운집한 반 정도의 인파는 대부분 노약자와 청소년들이었다. 당시 출입문의 형태는 이번에 이태원 참사의 장소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출입문을 통과하면 바로 앞에 15도 경사의 내리막길이 있었던 것인데 이태원 참사도 내리막길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예정된 6시보다 조금 이른 5시 40분에 경비 직원이 문을 열자 공연 기대감으로 흥분된 군중이 몰려들었고, 가장 앞에 있던 노인과 청소년들이 입장하는 순간, 뒤에 있던 일반시민들이 서로 밀면서 넘어졌고 이에 충격으로 앞에 노약자와 청소년들이 넘어졌다. 비명을 질렀으나 뒤쪽의 시민들은 앞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서둘러 혼란스러운 이 장소를 벗어나자는 생각에서 계속 밀면서 지나갔다. 그리고 100명이 압사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명이 사망하고 162명이 다쳤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시 당국의 방관, 공연 주최 측의 무능과 무대책이 원인이었다. 당시 상주시는 행사를 주관하도록 사단법인 국제문화진흥협회와 1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사단법인이 행사를 진행하는 영리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자 뒤늦게 유닉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회사를 급조해서 만들었다. 모두 급조된 영세업체였다. 이 기획사는 대형 공연행사 경험이 전혀 없어 행사를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할 능력이 없었다. 관련법도 몰라 경찰, 소방 등 공공기관과도 사전에 협조하지도 못했다. 민간 경비업자도 자격 기준이나 전문성보다는 인맥에 의해 선정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는 이번 이태원 참사와도 비슷한 면이 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가 어느 주관단체의 관리하에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상주 사건에서 무능한 주관사의 존재와 비슷하다. 또한 참사 당일 용산경찰서에서는 사전에 이미 수많은 사고 예견 보고서가 나왔었고 사고 당일에도 수많은 시민의 119 신고가 폭주했음에도 유관기관이 전문성 있게 대처하지 못한 점이 상주 사건과 또한 비슷하다. 17년 전과 비슷한 상황의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은 정말 기가 막힌 일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부는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사회적 안전의식은 정부와 함께 개개인의 의식도 중요

안전의 문제는 헌법이 보장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이다.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정부와 안전이 결여된 상품을 생산, 판매하는 기업은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사회적 직무 유기인 셈이다. 그래서 법적으로 직무유기죄는 엄하게 처벌한다. 그렇다고 개인의 잘못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개개인도 안전의식을 사소한 것으로 생각해 부주의하게 행동한다면 이는 자신뿐 아니라 가족까지 고통에 빠뜨리는 '죄'를 범하는 것이다.

문화 행사 공간에서의 압사 사고는 일차적으로 관리주체나 정부의 책임이지만 다른 사고보다 개개인의 책임이 더 큰 사고로 여겨지는 면이 있다. 우선 공연 행사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이상군중심리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공연 행사장에 참석하는 많은 사람은 흥분된 상태므로 서로서로 혼잡을 조장한다. 그래서 사고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고 사고 발생 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군중이 빽빽하게 모인 상황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항거, 흥분, 냉소, 파괴 등의 행위에 무감각해지는 이상군중심리가 발생해서 사고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이상군중심리에 빠지면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동요해 주변의 집단주의적 선동에 쉽게 휩쓸리기 쉽고 다른 사람의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게 된다. 사람은 감각적 흥분 상태에 빠지면 고통을 느끼는 감각이 무뎌지고 동시에 안전의식이 풀어진다. 이때 이성을 잃게 되어 평소에는 하지 않던 잔인한 행동도 태연스럽게 할 수 있다. 이번 이태원 참사 상황에서 바닥에서는 사람의 목숨이 꺼져가고 있는데 그 옆에서는 취객이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뉴스를 통해 나왔다. 이런 것이 단적인 예이다.

공연 행사장이라는 공간이 이상군중심리를 유발해

군중심리는 몇 가지 이상심리의 특성이 있다. 따라서 공연 행사장에서의 압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 군중의 심리적 위험성을 예견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첫 번째로, 군중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감각적 흥분으로 말미암아 정서의 충동성이 강해진다. 정서적 평형 작용이 붕괴해 강렬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개개인은 심리적 격동상태에 빠진다. 두 번째로 군중은 논리적 판단력이 약해진다는 특성이 있다. 개인이 혼자 있을 때는 논리적 판단력이 강하지만 집단 속에 익명으로 있으면 논리와 이성보다는 감성이 강해져 상황판단을 논리적으로 하지 못하게 된다. 세 번째는 일차 심리가 강해진다는 점이다. 이차적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직의 속박과 제약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억압시켰던 개인의 본능적 감정이 강하게 표출된다. 네 번째로는 개인이 군중 속에 동화되면 도덕관념이 모호해지면서 기존 가치체계의 경계를 벗어나게 된다. 이러한 인간의 군중심리에 대한 토대를 바탕으로 보다 과학적인 압사 사고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후진국형 압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누구의 잘못만 따질 수 없다. 개개인의 안전의식, 공연 행사 주최자, 중앙정부 모두가 한 박자로 준비하고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 격리가 끝나고 앞으로 공연이 다시 활발해질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법제화 추진을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한다.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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