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로 살아갈 자유를 잃었던 아이들을 위한 피터팬

(팝콘뉴스=강나은 기자)우리 주변에는 아이들답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한쪽에서는 학원에 다니느라 뛰어놀 시간이 하나도 없는 아이들이 있고, 또 한쪽에서는 부모님 대신 생계를 이끌어가야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아이들에게 아이의 역할보다 어른의 역할을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여기에 아이로 살아갈 자유를 잃었던 두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다시 아이들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마술을 보여드립니다. 안나라수마나라.

* 과거의 우리의 문화생활은 어땠나요? 음악을 감상하고, 책을 음미하며 산책을 즐기기도 했죠.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문화생활은 어떤가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동영상을 즐기며, 책을 읽기도 하고, 운동도 합니다. 우리의 문화생활 모두가 어느새 스마트폰 속으로 쏘옥 들어갔죠. 그런데 너무 콘텐츠가 많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시겠다면, '디지털 문화생활'에서 애플리케이션, 유튜브,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내 손바닥 위에서 즐기는 디지털 문화생활,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사진=네이버 웹툰 '안나라수마나라') © 팝콘뉴스


마술에는 관심 가질 여유가 없는 아이 앞에 나타난 마술사

인적이 드문 망해버린 유원지. 여기에서 사는 마술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마술사는 눈속임 마술을 부리는 게 아니라 진짜 마술을 부린다고 하네요. 절단 마술을 하면 진짜 사람을 잘랐다 붙인다고요. 그런 것을 마술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마술을 믿습니까? 여러분이 믿는 마술은 무엇입니까?

주인공 '윤아이'에게 마술을 믿을만한 여유는 없습니다. 부모님 없이 동생과 생계를 이어가기에도 벅찬 아이에게는 마술뿐만이 아니라 어떤 것도 즐길 여유는 없죠. 쌀이 없어 수돗가에서 물을 먹어야 하는 이에게 마술은 사치일 뿐입니다. 아이는 아르바이트로 하루 생계를 이어가는데요. 그날은 월급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었습니다. 아이는 이 돈으로 쌀도 사고, 스타킹도 사며 일주일을 버틸 수 있다고 신나 합니다. 그런데 그 돈은 바람을 타고 어딘가로 날아 들어가죠. 그곳은 진짜 마술을 부리는 마술사가 살고 있다는 유원지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이곳에서 마술사 '리을'을 만납니다. 그리고 마술사는 묻죠. "마술을 믿습니까?" 그러자 아이는 대답합니다. "아니"라고요.

그런데 믿을 수 없게도 아이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마술사 리을이 나타나 아이를 구해줍니다. 아빠에게 돈을 빌려준 빚쟁이들이 집을 찾아왔을 때도, 편의점 사장이 아이에게 추근댈 때도 리을이 마술로 멋지게 이 상황을 해결해주죠.

▲ (사진=네이버 웹툰 '안나라수마나라') © 팝콘뉴스


아이에게 관심 가는 자신을 외면한 일등

한편 윤아이에게 남몰래 경쟁심을 품는 '나일등'이 있습니다. 나일등은 공부를 잘하지만, 수학만은 윤아이에게 뒤처지곤 했는데요. 같은 반에서 우연히 짝이 되고 난 뒤 윤아이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조용하고, 잘 웃고, 가난한 윤아이를 보며 나일등은 윤아이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요. 그 호감이 나일등에게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검사인 아버지 아래에서 전교 1등만을 해오며 모든 경쟁에서 승자가 되었는데,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던 아이가 마음에 들어오다니요. 게다가 아이에게 조금씩 마음을 표현해도 아이는 나일등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 나일등은 자존심이 상해가던 차였죠.

그래서 윤아이가 마술사에게 찾아간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신 역시 마술사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그 마술사는 일등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스팔트 길은 너무 차갑지 않니?"라고요. 그 뒤로 일등이는 자신이 아스팔트 길 위에서 살아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는 이 세상에 미친 사람은 없고, 사회가 정한 규격에 맞지 않으면 미친 사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느끼게 되죠.

두 아이는 점차 리을에, 그리고 마술에 빠져듭니다. 마술사 아저씨는 순수한 사람일 뿐이지 소문처럼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으니까요. 아이의 구멍 난 스타킹을 물방울무늬 스타킹이라며 예쁘다고 말해주고, 일등이에게는 마술로 꽃밭을 보여주곤 하니까요. 그러나 모두가 리을을, 마술을 믿는 건 아닙니다. 세상에 마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마술을 믿는 사람보다 많고, 그 사람들에게 '리을'은 그저 이상한 사람일 뿐입니다. 사회의 틀에 맞춰지지 않은 어른인 리을은 어떻게 될까요?

▲ (사진=네이버 웹툰 '안나라수마나라') © 팝콘뉴스


가끔은 어리숙하게 속아주고, 즐거워지는 우리를 위해

하일권 작가는 다양한 방법론으로 만화를 꾸미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만화에 콜라주 형식을 사용하기도 하고, 납작한 종이에 그림을 그려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주로 이렇게 표현하는 대상이 바로 나일등입니다. 어쩌면 작가의 마음속에서 진정한 주인공은 나일등일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의 집중력이 윤아이와 마술사 리을에게 맞춰진 사이,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였던 나일등이 자신만의 꽃밭을 찾아갔으니까요.

리을은 어른들에게는 그저 한심한 사람, 철없는 사람입니다. 두 아이 역시 처음 리을을 만났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죠. 하지만 그것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갖게 된 감정일까요? 그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주입한 생각은 아닐까요? 경쟁하지 않거나 경쟁에서 이기지 않은 사람은 모두 한심하고, 철없는 사람이라고 가르쳐왔던 것은 어른들이 아닐까요? 작가는 그런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가끔은 아스팔트처럼 쌩쌩 달려야 하는 도로가 아닌 걸으면서 멈춰 설 수 있는 꽃밭에 있어도 괜찮다고요. 그리고 가끔은 속아줘도 즐겁다면 다 괜찮다고요.

각박한 현실을 잊고, 지금 서 있는 곳을 잠시라도 꽃밭으로 만들어주는 웹툰, '안나라수마나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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