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은 건전한 것, 우리나라에선 그동안 정치인의 이권 유지를 위해 이용돼

▲ 다양한 '지역감정'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스위스(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김재용 기자)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은 지역 기사가 최근에 하나 있었다. 지난 10월 11일 경상북도와 전라남도가 공공으로 '영호남 상생협력화합 대축전'을 개최했다는 기사다. '지금은 지방시대, 하나 되는 영호남'을 슬로건으로 각종 문화행사도 하고 전라남도 각계각층의 사절단이 대규모로 경북도청을 방문했다. 행사를 서로 주고받기로 하고 내년에는 전남에서 행사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지역에 기반한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영호남 반목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 국내 실정에서 보기 좋은 기사라고 생각된다. 이 행사를 주관한 담당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역감정=망국적?

우리나라에서 '지역감정'이라고 하면 무조건 나쁜 것을 의미한다. 지역감정이 나라를 망친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역감정이라는 말에는 지역이기주의, 지역패권주의, 텃세의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 지형도가 이념과 뜻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지역을 기반한 정당 문화이기 때문에 정당끼리의 경쟁이 과격해질수록 각 정당에 기반한 지역 사람끼리의 반목도 덩달아 심해진다. 이런 여러 가지 한국적 특성들로 인해 지역감정이 국민화합에 해로운 것으로 여겨진다.

지역감정은 부정적인 의미 외에도 정상적이고 건전한 지역 정서에도 뿌리박고 있다. 부정적 지역감정만 빼서 없애려다 건전한 지역감정까지 없어질 수 있다. 부정적 지역감정과 긍정적 지역감정을 명확히 분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역공동체는 그 지역 사람들의 오랜 정서에 뿌리박고 있기에 그렇다. 전북대 사회학과의 정철희 교수도 2003년에 발표한 연구논문인 '전통적 지역가치와 지역감정'에서 이 점을 설명한다. "지역감정을 설명함에 있어 정치·경제적 요인 이외에 전통적 가치와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도 중요한 설명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지역감정에도 조화롭게 공존하는 스위스

백과사전에 보면 '지역정서(지역감정)란 그 지역 사람들이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공유하고 반응하며 살아온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관습'이라고 나온다. 지역정서는 지역의 개성을 살리고 문화의 색깔을 만들어 한 나라나 사회의 문화 창조 원천이 된다. 지역정서는 세계 어디에나 있다. 인구가 870만 명 정도 되고 땅덩어리가 남한의 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스위스는 아주 다양한 지역정서와 지역문화가 있다. 언어만 해도 독일어를 쓰는 지방과 프랑스어를 쓰는 지방, 이태리어를 쓰는 지방도 있다. 모두 공용어다. 특히 스위스 생모리츠에서는 고대 로마어와 토착어인 켈트족 언어가 믹스된 로망어를 쓴다. 마찬가지로 공용어다. 바젤, 베른, 취리히 등 지방마다 집의 모양, 사람들의 기질, 사투리가 다르지만 조화롭고 살고 있다.

독일 또한 남부 바이에른 사람은 외향적이고 활달하지만 북부 사람은 근엄하고 내성적이다. 북부 이탈리아와 남부 이탈리아, 북프랑스와 남프랑스도 사람들의 기질이 다르다고 한다. 일본은 어떤가? 동경 중심의 관동지방과 교토 중심의 관서 지방의 대립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역마다 풍토가 달라서 기질이 다 다르다. 함경도 사람, 충청도 사람, 경상도 사람, 전라도 사람, 강원도 사람 다 기질이 다르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 지역의 독특한 풍토와 문화 정서 그리고 전통이 있는 것이다. 한국은 중앙집권적 군사정권으로 인해 지방자치제의 도입이 늦어져 지방문화 발전이 몇십 년간 침체해 왔다. 하지만 지방정서, 향토문화는 보호되고 육성돼야 한다. 지방마다의 고유한 농산물, 고유한 문화유산, 고유한 풍토의 맛,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국 어디를 가나 똑같은 구조의 집, 똑같은 관광상품, 똑같은 사람들의 기질만 있어 획일적이라면 개성 있는 지방문화의 발전을 기대할 순 없을 것이다.

지역감정이 정치인의 이권 유지를 위해 이용돼

우리나라는 그동안 지역정서가 문화의 향유를 중심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정치적, 경제적 권력관계에 의해 지역감정으로 오용됐다. 다른 지역문화를 비하하고 배타적 태도를 조장하는 식으로 왜곡되어 발전했다. 이런 배타성은 자기 지역의 우월성, 이권 유지를 위해 지역인의 야합을 용이하게 했다. 이로 따라 지역정서의 유대가 이권을 위한 야합으로 변질했다.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 관계 실현을 위해 지역정서를 최대한으로 이용해 지역 간의 화합을 방해했다. 우리는 이런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지역감정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한국융연구원장이자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인 이부영 원장은 자신의 책 '그림자'에서 지역감정을 없애려면 오히려 역설적으로 지역정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의 의식이 약하고 주체성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인의 지역감정 조장에 쉽게 휘둘린다. 독재자는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정치인은 정치적 이득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것을 키운다. 적이 있음으로써 자신을 지지하는 집단성원을 더욱 단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감정을 없애려면 지역정서를 더욱 키워야

이부영 원장은 집단 속에서 '집단적 무의식의 파괴적 현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집단적 무의식의 파괴적 현상이란 심리적 투사를 말한다. 사람의 부정적 측면의 심리를 '그림자'라고 하는데 그림자가 강해지면 상대방 성격의 부정적 측면만을 두드러지게 과장해서 본다. 그러면 상대방의 건설적인 측면을 보지 못하게 된다. 이것을 심리적 투사(상대방의 부정적 측면만 보는 것)라고 한다. 따라서 그림자가 부각하지 못하도록 상대방의 긍정적인 측면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지역정서를 발전시켜 각 지역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끼리 자주 교류하고 화합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의 긍정적인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지역감정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정치인이나 신문이 지역감정이라는 단어부터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지역감정은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고 또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올바른 정치를 펴서 공사가 분명하게 실현되고 지역주의에 영향받지 않도록 공평한 정치를 해야 한다. 각 지역의 개성적 매력을 최대한 발휘시킬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팝콘뉴스]

키워드

#기자수첩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