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기름 연구에 매진한 방앗간, 깨볶는부부방앗간

(팝콘뉴스=강나은 기자)깨볶는부부방앗간의 기름은 다른 방앗간의 기름과 다르다. 마치 아메리카노를 넣은 듯 짙은 갈색의 기름이 아니라 노랗고 투명하다. 건강에 좋으면서도 맛도 잡기 위해서 그간 수십 년의 연구가 이어졌고, 이제야 완성작이 되었다. 외국인도, 아이들도, 한식에도, 양식에도 특별한 풍미를 한 방울 선물하는 특별한 기름을 짜는 방앗간을 소개한다.

가까운 곳, 어쩌면 허름해서 그냥 지나친 곳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30년 이상 이어왔고, 어쩌면 100년 넘게 이어질 우리 이웃은 가게를 운영하며 어떤 사연을 쌓아왔을까요. 힘든 시기에 몸도 마음도 지친 소상공인은 물론, 마음 따뜻한 사연 있는 가게를 찾는 고객들에게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 백년가게: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곳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하는 평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점포.

▲ (사진=깨볶는부부방앗간) © 팝콘뉴스


지인이 없는 낯선 곳에서 희망이 되어준 은인

심태규 대표는 강원도에서 방앗간을 하는 고모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방앗간 일을 접했다. 본격적으로 방앗간을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제대 후였다. 강원도에서 방앗간을 할 수는 없으니 경기도 시흥으로 올라왔고, 1993년에 개업했다. 그러나 이때 마주한 현실은 기대와는 달랐다.

"우선 주변에 방앗간이 몇 군데 있었어요. 게다가 고향을 떠나서 지인도 없는 곳에서 가게를 운영하기에는 힘들더라고요. 아무리 열정이 있고, 배짱이 좋았더라도 장사가 안되니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삼 년 차 더는 버틸 수 없어서 고향으로 내려갈 생각을 하던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있었다. 건물 주인 할아버지는 3년간 한 자리에 고생하며 가게를 운영해나가던 모습을 지켜봤다며, 가게가 잘 되게끔 힘써주겠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흘려들었지만, 동네 유지였던 할아버지는 동네 곳곳에 지인들을 통해 방앗간을 소개해줬다. '우리 건물에 방앗간이 있는데, 보니까 젊은 애가 참하고, 확실하게 일을 잘해. 나를 봐서라도 기름이든, 고추든 빻아서 써봐' 그 말에 갑작스럽게 방앗간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 (사진=깨볶는부부방앗간) © 팝콘뉴스


장사가 잘되기 시작하니 2시, 3시까지 밥도 못 먹고 일하던 때, 주인 할아버지가 집에 계실 때면 언제나 큰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빨리 올라와서 밥 먹자고 했다. 아이가 밥을 다 먹고 나면 아내가 식사할 수 있도록 올라오라고 했다. 게다가 아내가 다 먹고 나서 설거지라도 하려고 하면 '얼른 가서 장사하라'라며 손사래를 치곤 했다. 이뿐이 아니었다. 세 가족이 좁은 방에 살고 있으니 당신 돈을 들여서 옆 땅에 집을 지어서 살게끔 해주기도 했다. 심태규 대표는 아직도 주인 할아버지를 떠올리면 눈물이 글썽해진다.

"지금은 돌아가셨는데요. 아직도 할아버지를 떠올리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정말 감사해요. 할아버지가 아니셨으면 벌써 한참 전에 고향으로 갔을 거예요. 그때 도와주셨기에 여기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으니까요. 덕분에 저는 지금 손녀가 둘 있는 할아버지가 됐네요."

1년에 5%씩 향상되어 100%를 이룬 생참기름

그 마음이 고마워서라도 심태규 대표는 자기 일에 더욱 열정적으로 매달리며 스스로 많은 연구를 거듭했다. 특히 그는 30여 년 전부터 참기름, 들기름 등 기름류를 외국인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왔다.

그간 건강에 좋으면서도 맛도 좋은 기름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여왔다. 장사하면서 짬 나는 대로 연구에 나섰다. 1년에 5% 정도 나아지는 맛과 향을 100%로 만들기 위해 하루에 네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을 정도로 시간을 들였다. 여러 번 그만둘 생각도 했지만, 하루 머리를 식히고 와서는 다시 그 문제에 뛰어들었다.

▲ (사진=깨볶는부부방앗간) © 팝콘뉴스


그렇게 만들어진 상품이 깨볶는부부방앗간에서 만드는 생참기름이다. 생참기름은 기존의 한식류에 곁들여지는 건 물론이고, 생채소에 곁들여도 괜찮다. 이 생참기름과 간장을 섞어서 토마토, 당근 등을 찍어 먹으면 굉장히 맛이 좋다. 아이스크림에도 몇 방울 떨어뜨려 먹으면 풍미가 남다른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이 참기름은 빵이나 과자, 샐러드, 스테이크 등 양식과도, 그리고 물냉면 등 심심한 한식에도 어울린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김치를 이 참기름에 찍어 먹기도 한다. 그러자 먼 곳에서도 깨볶는부부방앗간을 찾아오는 이들이 생겨났다. 분당, 서울은 물론,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서산에서도 꼭 이곳을 찾는다.

단골들이 깨볶는부부방앗간을 찾는 이유는 또 있다. 이곳만큼 믿을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30년이 되었지만, 기름때 전혀 없이 새것 같이 빛나는 기계만 봐도 이 방앗간이 평소 청결에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 덕에 지난 11월 4일에는 식약처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올해에는 처음으로 양평에서 열린 경기도 소상공인 박람회에도 참가했다. 이전까지는 기름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기에 출품하지 않았지만, 이제야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손님들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빵을 찍어 먹으면 눈이 똥그래지시더라고요. 그걸 직접 눈으로 보니 참 좋아요. 그동안 기름을 만들기 위해 오래 고생했는데, 사람들이 이걸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까요."[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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