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브이로그, 다견 가정과 반려 문화의 모범이 되다

(팝콘뉴스=김진경 기자) [편집자 주: 'MZ팬덤을찾아서'는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의 흐름 속에서 함께 진화하는 팬덤의 양상을 분석한다. 최근에는 비단 연예인이나 방송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의 소위 '연반인(연예인 반 일반인 반의 줄임말)'을 대상으로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단순히 아이돌을 중심으로 하는 응원 문화가 아닌 콘텐츠의 지형을 톺아보고자 한다.]

소위 문제견이라는 낙인찍히는 개들이 있다. 국내 반려견 솔루션 프로그램 단골인 한국 토종견인 '진돗개'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진도 품종 말고도 문제견 리스트가 길어지고 있다. 양몰이견 출신 '보더콜리'와 사냥견 출신 '비글'과 '레트리버' 등은 활동량이 다른 견종에 비해 몇 배는 높아서 해소되지 못하면 집안 물건을 파괴하는 '파괴신'으로 돌변한다. 이렇게 인간과 공존 생활에 골칫거리를 몰고 다니는 문제적 강아지들도 반려인의 태도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멋지고 행복한 강아지가 될 수 있다. 반려견 전문 훈련사도 아니고 상담가도 아닌 평범한 우리네 이웃이 올린 반려견 브이로그가 이를 증명한다. 문제적 강아지들도 얼마든지 행복하고 평범한 강아지가 될 수 있다고.

▲ (사진=유튜브 채널 '언제나가을') © 팝콘뉴스


#1 예민해도 괜찮아, '언제나가을'의 가을이

'언제나가을'은 가을의 햇살과 볏짚을 닮은 노란색 보더콜리를 양육하면서 일어나는 일상을 영상일기로 올리고 있는 채널이다. 보더콜리는 사역견 출신으로 텐션과 예민도가 높고 필수 활동량이 많아서 반려견으로 쉽지 않은 견종으로 알려져 있다.

언제나가을의 반려인들은 강아지 시절부터 보더콜리의 특성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그에 맞는 훈련법으로 꾸준히 반려견 '가을'과 소통해오고 있다. 가을이의 훈련과 성숙도는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처럼 한두 번 만에 마술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훈련과 소통이 얼마나 큰 인내심과 포용력이 있어야 하는지 실감할 수 있다.

낯선 사람과 낯선 장소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과호흡과 구토 증세를 보이곤 한다. 낯선 장소에 대한 훈련을 꾸준히 해오고 있어서 한결 편해지고 괜찮은 듯하다가도 다시 나빠진 모습을 갑자기 보인다. 그래도 채널의 주인이자 가을의 반려인 부부 '가마'와 '가빠'는 그냥 그런 모습을 지켜봐 주고 다시 곧 괜찮아질 거란 믿음으로 기다려준다. 반려견을 사람 입맛에 맞춰서 고치려고 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적응할 시간을 준다.

▲ (사진=유튜브 채널 '터보롤리알밤이') © 팝콘뉴스


#2 다견 가정의 이상향, '터보롤리알밤이'

한 마리의 강아지를 키우다가 다른 한 마리를 데려와서 함께 키우면 2배의 노동과 성의가 필요한 게 아니라 4배로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는 말이 있다. 각각 한 마리당 투자해야 하는 산책 시간과 훈련 시간뿐만 아니라 반려견들 사이의 정서적 사회적 이슈까지 반려인이 꾸준히 관리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반려견 관련 문제 상담 방송 프로그램 중에 한두 편 만 봐도 많은 문제가 다견 가정에서 일어나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한 마리도 사회화가 쉽지 않다는 진돗개 두 마리와 시바견 한 마리를 함께 키우는 '터보롤리알밤이' 유튜브 채널은 다견 가정의 이상향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진돗개라는 종 자체가 지닌 경계심과 야생성은 편견과 악명을 양산하기도 한다. 다른 개들 특히 같은 스피츠 계열의 강아지들과는 잘 섞이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변하기 쉽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고는 한다. 하지만 진도믹스(추정)인 '터보'와 '롤리'는 진돗개를 함께 키워도 어느 다른 다견 가정보다 더 화목한 분위기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두 강아지가 처음 만났을 때 경계심이 사라질 충분한 시간만 들인다면 반려인과의 우애만큼이나 강아지들 사이의 우애도 좋을 수 있다. 셋째로 시바견을 임시보호하기 위해 들였는데도 진도견 터보와 롤리는 적당히 투닥거리며 원래 같은 배 형제였던 양 친해졌다. 이들은 그저 일상을 올렸을 뿐이지만, 다견 가정은 마치 좁은 아파트에 강아지들을 대량으로 가둬두고 학대하는 무책임한 빌런 집단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다른 가능성을 증명한다.

▲ (사진=유튜브 채널 '올리버쌤') © 팝콘뉴스


#3 아이와 함께하는 반려견의 모범, '올리버쌤'의 왕자와 공주

올리버쌤은 본래 영어 회화 스터디 유튜버로 국내에서 인지도를 얻었으나 최근에는 육아 브이로그와 반려견 브이로그로 더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왕자란 이름의 수컷 진돗개를 생후 2개월 지났을 무렵 데려와 키우다가 이후 개 농장 출신의 대인 트라우마가 있는 성견 암컷 진돗개도 입양해 공주란 이름을 붙여주고 키우고 있다.

전혀 다른 성장배경을 지닌 강아지들을 함께 키우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전문 훈련사 못지않은 침착함과 인내심으로 슬기롭게 해결하는 모습이 하나둘 쌓여 구독자와 시청자들이 이모나 삼촌이 되어 함께 키운 뿌듯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현상을 '랜선이모'라고 한다.

다견 가정으로 모범적일 뿐만 아니라 강아지와 아기가 함께 적절하게 소통하는 모습으로 더욱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유아가 아직 분별력이 없어 강아지들의 꼬리나 털을 잡아당기거나 아프게 해도 반려견들이 화를 내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만큼 반려인들과 유대감이 안정적으로 형성된 덕분이다. 유아에게 강아지를 부드럽게 대하는 법을 가르치고 반려견에게도 유아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걱정하지 않도록 중재한다. 조부와 조모의 사랑과 관심까지 받으며 자라는 어린아이와 반려견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충만하고 영감이 가득하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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