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대학 중 12개 대학 집단교섭으로 '400원 인상' 합의, 덕성여대만 남아
지난 12일부터 파업...학내 게시판 '총장 연대', '교육기관 볼모' 등 반대 의견 붙어
노조 "집회 권리 당연...학교 측 주장을 정당한 주장인 양 받아들여"

▲ 학내 게시판에 붙은 노조의 대자보 위로 학생들이 쓴 것으로 추측되는 연대 반대 메모가 붙어 있다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이하 서울지부) 덕성여대분회 소속 청소노동자들이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에게 단체교섭 테이블에 나올 것을 요구하며 지난 4일 철야 농성, 지난 12일 파업에 나선 가운데, 덕성여대 내부에서 연대 목소리와 함께 '연대 반대'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연대 반대 의사를 밝힌 학생들은 '시위의 모습이 변질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노조는 '학교'의 사실 왜곡이 그 배경이라고 주장한다.

■ 학교 게시판 채운 'NO 연대'

20일 덕성여대 학내 설치된 게시판에는 학교 청소노동자와 '연대할 수 없는 이유'를 적은 학생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청소노동자와의 연대를 요청하는 유인물 위로는 'NO 연대', '민주노총 X' 등 포스트잇(메모)이 덧붙었다. '네? 학생들이(연대)요?', '고작 400원(인상)이면 동결하길' 등 조롱 조의 표현이나 '계약해지하고 청소근로 모집' 등 날 선 주장도 볼 수 있었다.

덕성여대 3학년 A씨는 "수업하는 중 (시위)소리가 소란스러워서 방해되기도 하고, 최근 파업하면서 환경이 깔끔하지 않은 부분도 (불만)"이라며 "(청소노동자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도 (임금이) 적당한 액수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3학년 학생 B씨 역시 "원래 덕성여대가 (서울지역 대학 중) 원래 가장 높은 시급을 적용하고 있었고, 임금, 인센티브, 상여금을 다 지급하고 있다. (2022년 임금상승 요구안인) 400원에 내년 최저임금이 오르면 시간당 천 원이 오르는 꼴인데, 학교 재정도 그렇고 합리적이지 않은 요구같다"라고 말했다.

현재 덕성여대를 포함한 서울지부 소속 13개 대학 청소용역노동자들은 매년 진행되는 집단교섭 결과에 따라 시간당 9390원의 시급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용역 노동자가 임금에서 연차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연차와 상관없이 최저임금(2022년 기준 9160원)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받는 셈이다.

2022년 집단교섭에서 마련된 잠정 합의안은 시급 400원 인상, 처우 개선 등으로, 지난 8월 대상 13개 대학 중 12개 대학이 해당 잠정안에 합의했다. 덕성여대는 임금 동결을 요구하면서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안에 담긴 '논리'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학내 게시판에 청소노동자들이 써 붙인 대자보 위에는 학교 측의 주장을 옮겨적은 포스트잇이 덧붙어 있었다. ▲노조가 주장한 인당 노동면적인 706평이 학교 잔디밭을 포함하고 있고 ▲월 급여를 세전이 아닌 세후 금액으로 제시해 논리를 왜곡하고 있으며 ▲원청인 학교가 아니라 용역업체가 교섭 주체라는 주장 등이다.

▲ 덕성여대 정문 벽에 마련된 '청소노동자 연대 메시지 공간'에 연대 메시지와 연대 반대 메시지가 같이 붙어있다 ©팝콘뉴스

박장준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706평은 학교가 제시한 계약 입찰 자료에 나와 있는 평수다. 청소 건물 (바닥)면적이 인당 706평이고, 건물 옆면도 하고 위도 청소한다"라고 말했다. 용역업체가 교섭 주체라는 주장에는 "다른 12개 대학(의 용역노동자) 모두 사정이 힘들다. 이걸 원청 스스로 인정하기 때문에 13개 사업장이 다 같이 지난 10년간 교섭해왔던 것"이라며 "정규직으로 전환해 개별교섭이 가능한데, 하청업체로 일을 주고 집단교섭 틀에 들어왔으면서 못하겠다고 하는 건 떼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부족에 대해서도 정규직 교직원의 예산 인상 및 위로금이 추경을 거쳐 지급된 바 있고, 이미 하청업체가 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감당하겠다고 합의에 나선 바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반박했다.

■ '노조OUT' 포스트잇에..."청소노동자는 조합원, 노조 간부 사업장 출입 가능해"

▲ '우리가 왜 연대할 수 없냐면요!'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학내 게시판에 붙어있다 ©팝콘뉴스

이날 현장에서는 '시위 방식'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B씨는"학생들이 맨 처음에는 (청소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휴게공간에 안마기를 설치하기도 하고, 휴게공간이 협소하다고 해 모금해 전달해 드리기도 했다. 그런데 노조가 들어오면서, 말이 함부로 나오더라. 성적으로 비하하는 언행도 나왔다"며 "엊그제 고3 학생들이 응시하는 예대 실기시험에서는 일부러 평소 시위시간보다 일찍 와서 시위를 하시더라"고 주장했다.

서울지부가 시위에 함께 나서면서 시위가 '변질'했다는 주장이다.

'성적으로 비하하는 언행'에 대한 불만은 이날 게시판에 붙은 학생 대자보에서도 드러났다. 시위 중 "생리대가 많이 나와 노동강도가 세다", "플라스틱 소비를 많이 한다" 등 발언이 나왔다는 주장이다. 예대 실기시험 시 시위에 대해서는 '볼모' 등 날 선 표현도 확인할 수 있었다. '노조가 왜 우리 학교에 오나' 등의 발언도 나왔다.

박장준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실기시험 시에는 "통행을 방해한 적도 없고, 구호를 외친 적도 없다. 한 시간씩 피케팅을 했는데, 도로로 학생들이 불편 없이 걸어 다녔고, 입실 시간이 끝나기 전에 먼저 종료했다. '시험 잘보시라'고 인사도 했다. 침묵으로라도 예비 덕성인들에게 (상황을) 알리려 했다"라고 해명했다.

시위 시 문제가 된 혐오 발언에 대해서는 "노원구 의회 최나영 의원의 발언"이라고 정정하면서 "연대하는 이들은 다들 여대에서 일할 때의 특수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받아들였다"라고 덧붙였다.

학교 측의 주장을 일부 학생들이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박 조직부장은 "대부분의 학생이 투쟁에 대해 지지를 해줬다"면서도 "조합원들은 집회할 권리가 있고, 조합원들이 집회에 나서면 노조 간부는 당연히 사업장에 출입할 수 있다. 학생들이 휴업 투쟁을 하면, 다른 학교에서 와서 지지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학생들을) 설득하려고 유인물('사실은 이렇습니다!')을 게시하고, 글을 쓰는데 (여전하다) 학우분들이 정당한 주장인 양 생각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덕성여대를 제외한 12개 대학의 잠정안은 덕성여대까지 합의해야 각 대학에 적용이 가능하다. 박 조직부장은 "총장님이 파업 이후에는 단 하루도 학교에 출근하지 않은 걸로 안다. 업무공간은 (이전에) 도서관장실로 옮겼다"며 "해결하냐 안 하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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