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화요집회

▲ 18일 오전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열린 10회차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우리들의 이야기' 화요집회에서 부모 활동가와 당사자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우리가 아이들을 '동지'로 부르는 게 우리 아이들이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이들이 자기 시간을 설계하고 사는 것 자체가 투쟁이니까, '동지'인 거죠"

18일 서울시 영등포구 이룸센터 앞 농성장에서 제10회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우리들의 이야기' 화요집회에서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사의 발언이다.

"언제라도 우리(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의 사는 이야기가 궁금할 때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이날 10회차 화요집회에서 나온 '투쟁 이야기' 중 일부를 옮겼다.


충북지부 제천지회 전산월 부모 활동가


"'일할 수 있을까' 했는데 '행복하다' 돌아왔다"

아이가 지금 스물넷인데, 아이가 어릴 때 나는 '지적장애'가 뭔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는 분이 '서울에 가서 1년만 살면 100% 낫는다' 그러더라. 서울시 중곡동에 방 하나 얻어 일 년을 살다가, 청주에서 또 2년 '조기유학'을 했다.

그러다 집에 돌아왔는데, 어린이집도, 초등 특수반도 없더라. 교장실을 찾아가서 담판을 지어 특수반을 만들었다. 선생님들도 그간 힘들었다고 좋아해 주시더라. '이렇게 만드는 수도 있구나' 했다.중학교에서도 교장실을 찾아가 특수반 약속을 받아냈다.

지금 제천에서도 서울과 경남 등에서 시범사업하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운영하는데,지난해 우리가 계획서를 써다가 당시 시장에게 가져가서, 대상자 10명에 강사 인건비까지 1억 5000만 원 규모 예산을 요구했다. '오케이'가 떨어졌다. 지난 7월부터 (일자리 참여자들에게) 난타를 가르쳐서 공연 올리고 있다. 새로운 시장이 취임할 때도 (당사자 참여자들이) 난타공연을 했다.

지금 제천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30명 정도 참여하고 있다. 우리 아이도 참여해서 하루 4시간 일하고 한 달 86만 원을 받는다.

네 종류다. 직무지도, 요양보호사 보조, 권리형 공공일자리,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제천(지회)의 자랑'인데, 고용장려금을 받아서 제천지회 자체 일자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월급 주고, 3개월 지나면 보너스 주고 한다.

'월급 탔으니까 커피 드세요', '월급 타서 휴대폰 바꿨어요' 하면서 (참가자분들이) 찾아온다. 집에만 계시다가 서른넷에 권리형 일자리에 처음 참여하신 분도 있다.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4개월간 근무하면서 느낀 점에 '행복합니다' 써서 주셨다. 우리가 고맙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일자리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아이를 위해 투쟁하고 삭발하고 하는데, 아이를 만나 목적과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게 항상 행복하다. 내년이면 나이 앞자리에 '7'이 붙는다. 최고령자로서 앞으로 함께 같이 하겠다.


박마루치 음성 피플퍼스트 당사자 활동가


"좋은 분들 곁에 많아 행복"

스물네 살이다. 어릴 때는 가족 일로 음성에서 외할머니와 살았다.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대전에 있는 '그룹홈'에 갔다. 빨래하는 법, 밥 짓는 법을 배웠고, '삼촌'이라고 불렀던 원장님 두 분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 먹어보지 않은 음식도 먹어봤다.

계속 시설에 있었다면 국가에서 지원금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포기하고 퇴소했다. 후회되는 일이다.

고향으로 돌아왔다. 좋은 분을 만나 장애등록을 하고 고3을 끝으로 졸업했다. 방황이 더 이어진 끝에 음성 장애인자립센터 소장님을 만났다. 일을 시작했는데, 뿌듯하고 보람을 느꼈다.

와중에 안 좋은 일도 있었다. 주변에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휴대폰 사기를 많이 당한다. 다른 사람 휴대폰을 본인 명의로 개통해 금전 피해를 보는 거다. 내 경우에는 충북에 장애인 지원기관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목표는 당사자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다. 부모연대에서 맡은 일도 열심히 하고, 계속해서 제 주위에 있는 당사자, 동료상담 계속하고 싶고 이끌어서 함께 가고 싶다. 열심히 할 예정이다.

좋은 분들이 옆에 많이 있어 행복하다. 모든 당사자 가정에 평화와 소망이 이뤄지길 바란다.


서울지부 서초지회 엄지이 부모활동가


"형 걱정하는 동생에게 '나라에서 돌봄 선생님 보내준다' 약속했다"

아이는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다. 자폐성 장애가 있고, 급수로는 1급이라 중증이다. 중학생이 되니까 키도 나보다 커지고, 덩치도 커졌다. 공종장소나 마트에 데리고 다니는 게 부담스러울 때가 많더라. 아이는 지금 말을 잘하지 못한다. '엄마', '물' 그 정도만 할 수 있다.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성인이 돼도 아이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 그대로일 테고 나는 늙어갈 텐데, 걱정된다.

둘째는 초등학교 5학년인데, 어렸을 때부터 형 걱정을 많이 했다. '엄마 없으면 형 어떡하냐, 같이 살아야 하나' 묻더라. 그때마다 '정부에서 선생님을 보내준다. 다 돌봐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현재는 아니지 않나. 24시간 돌봄 지원체계가 완성돼야 둘째에게 햇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지원체계 완성을 바라고 있다.


경남지부 함양지회 박정자 부모 활동가


"사고는 친다. 그래도"

아이는 다운증후군이다. 지역마다 행복주택 사업을 하지 않나. 거기 혼자 독립해 산다. 10평 원룸인데,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아침저녁으로 챙겨주고 낮에는 주간활동하고, 하루 3시간 일해서 아파트 관리비 자기가 내면서 살고 있다.

지금 장애인 일자리가 2년 하고 그만두게 돼 있는데,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성인 장애인이 많다 보니 제도화까지 올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들고, 돌아가며 할 수 있다면 해야지 생각도 든다. 그래도 2년 했으면 쉬었다가 다시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끔 제도화됐으면 한다.

(복지부는 장애인 일자리 반복참여는 최대 연속해 2년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중증 장애인 등은 예외로 계속 참여를 허용한다.)

아이가 어릴 때는 걷지도 못했고, 말도 잘 못 했는데, 이제는 같이 서울 가자고 하며 '안 갈 거다. 엄마 다녀와라' 그런다. 한 번 가자고 설득해서 오늘 아이와 함께 왔다.

아이가 혼자 살면서 사고는 친다. 밥을 해 먹겠다고 쌀을 냄비에 가득 넣더니 생 쌀밥을 만들고, (최근 공동체 상영으로) 영화 '채비'를 보더니 컵라면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기도 했다. 사고는 친다. 그래도 부모가 옆에서 코치하면 자립은 가능하다고 본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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