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 상징도 다양성으로 포용해야 하나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지난달 이란에서 22세 한 여성(마흐사 아미니)이 히잡을 쓰지 않고 식당을 출입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뒤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 국제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일명 '히잡 의문사 사건'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복잡한 생각들에 휩싸였다. 정확히 말하면 문화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사회적 인식 변화의 어려움에 관한 생각들이 뒤엉키는 가운데 과거 히잡을 썼던 여인들과 마주쳤던 기억들이 소환됐다.

몇 년 전 일본 여행을 갔을 때 남편과 함께 네 살쯤 된 딸아이의 손을 잡고 사진 찍으며 환하게 웃던, 얼굴이 너무 예뻐서 자꾸만 쳐다보았던 젊은 여인의 얼굴에 죽은 마흐사 아미니의 얼굴이 오버랩됐다. 또, 유럽 여행에서 우리 일행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며 자신들을 방학을 맞아 여행 중이라고 소개하던 한 무리의 히잡을 쓴 여대생들의 해맑은 얼굴과 눈빛도 떠올랐다.

지구상에는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들고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타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데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일로 여성을 히잡 안에 가두는 문화 자체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생겼다.

이란에 여성들의 복장을 감시하는 도덕경찰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이번 사건의 기사들을 접하며 알게 됐다. 이슬람 문화권의 여성들이 히잡을 쓰게 된 이유는 중동지역의 뜨거운 햇빛과 모래폭풍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또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여성들이 성 노예로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 여성의 노출을 최소화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오늘날 이 히잡이 마치 이슬람의 고유문화처럼 자리 잡은 것이다.

이슬람의 경전 쿠란에 '여성들은 자신의 성적 매력을 가리기 위해 히잡을 써야 한다. 특히 여성의 머리카락은 남성을 유혹하기 때문에 꼭 가려야 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는 글을 읽으며 쓴웃음을 지어본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히잡이 오히려 여성을 차별하고 옭아매는 시대착오적인 상징이 되었다는 것을 다변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왜 인식하지 못하는가 의문이 생겼다.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개인이나 집단이 안고 있는 이기심과 아집, 독단과 독선, 편견과 선입견 등 다양한 요인 때문이다. 물론 더 강력한 요인은 기관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이권이 개입되는 것이라는 걸 우리는 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부턴가 그 요인들에 분노하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저항은 촛불 시위로 이루어낸 무서운 '민심의 힘'을 만들어내는 동력이 되어 사회와 국가적 인식까지 바꾸고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속도가 매우 빠른 나라가 되었다. 최근 몇 년간 교육계에서는 '사회 변화'와 '시대적 가치' 변화를 근간에 두고 가르치는 방식과 훈육 방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커졌고, 이에 따라 학교와 교육 현장은 정말 많이 변화하고 있다. 또, 사회 전반에 걸쳐 그동안 관행처럼 따르던 일이나 문제의식 없이 맞닥뜨렸던 일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의 움직임이 크고 작게 일어나고 있다. 나는 그것이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믿는다.

'사회적 인식'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기 어렵다. 다양한 계층과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이고 변화를 갈구하는 크고 작은 몸부림들이 모여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이루어질 것이다. 긍정적인 시각은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고, 부정적인 시각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시대 정신에 반하고 무엇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하는 사회적 인식들은 바뀌는 게 마땅하다.

'히잡 의문사 사건'으로 커져 버린 이번 사태가 이란 사회에 변화를 불러오는 단초가 되기를 바라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우리 사회 곳곳에 꽈리를 틀고 있는 부조리한 일들과 특히 우리나라 정치에 깊게 드리운 낡고 구태의연한 것들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이 변화의 갈망에 함께 실어본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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