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의 메카, 가나북스

(팝콘뉴스=강나은 기자)공교육에서 학원의 역할까지 하곤 했던 시절에는 학교 앞 문구점이나 작은 서점에서 학교에서 채택한 문제집을 팔곤 했다. 아이들은 이 문제집을 사 와서 문제를 풀고, 학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문제를 푸는 방법을 해설해주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이, 오프라인 서점이 아닌 온라인 서점이 비대해졌다. 하지만 과거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던 서점, 학습지의 메카 가나북스는 아직도 살아남아 그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가까운 곳, 어쩌면 허름해서 그냥 지나친 곳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30년 이상 이어왔고, 어쩌면 100년 넘게 이어질 우리 이웃은 가게를 운영하며 어떤 사연을 쌓아왔을까요. 힘든 시기에 몸도 마음도 지친 소상공인은 물론, 마음 따뜻한 사연 있는 가게를 찾는 고객들에게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 백년가게: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곳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하는 평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점포.

▲ (사진=가나북스) © 팝콘뉴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해온 가나북스

아르바이트로 관련 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한 배수현 대표는 이 경험을 토대로 교육사업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가나북스라는 서점을 차린다. 그 뒤로 38년이 지나는 동안 교육 환경과 시스템은 변했고, 가나북스도 그때마다 시대적 흐름에 맞춰 변화해왔다.

"그때 당시에는 학원이 거의 없었어요. 대학 입시 준비반만 간간이 있을 정도였죠. 그래서 일일 학습지에 많이 의존했어요. 이렇게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교육방식도 자주 바뀌었죠. 이 흐름에 따라서 우리 서점도 많이 변했고요."

낱장으로 판매되던 일일 시험지가 문제집으로 바뀌면서 가나북스는 이러한 문제집을 주로 취급하는 서점이 되었다. 이후에는 학교에서 교재를 채택해 그 교재를 바탕으로 가르치면서 가나북스는 더욱 날개를 달았다. 매달 각각 다른 과목의 문제집을 사야 하는 학생들이 있었기에 학교 앞 작은 서점으로 다량의 문제집을 납품해야 했다. 1996년까지 공교육에서는 문제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학생들의 입시를 준비시켰으나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90년대 후반부터 사교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선생님들도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게 되었어요. 게다가 특정 문제집을 채택하지 않게 되고, 야간 자습도 금지되면서 참고서 시장이 빠르게 쪼그라들었죠."

사교육에 들어가는 교재는 대체로 학원에서 직접 만든 교재였기 때문에 기존의 문제집이 필요하지 않았고, 동시에 가나북스 역시 위기에 봉착했다.

▲ 가나북스 배수현 대표(사진=가나북스) © 팝콘뉴스


시대의 역풍을 순풍으로 바꾸어가며 이뤄낸 성공

서점에 들이닥친 고난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 뒤로는 오프라인 서점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고, 서점의 서점이었던 가나북스는 더욱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오프라인 서점의 경우에는 정가대로 팔고, 할인을 거의 안 하다 보니 학생들이 오프라인을 점점 꺼리게 되었어요. 그래도 장사를 잘하는 서점에서는 책받침 등 나름의 상품을 준비해서 담아주기도 하면서 단골을 만들기도 했지만, 단골이 한 권 살 책을 열 권 살 수는 없다 보니 그마저도 점차 끊기더라고요."

이러한 위기의 순간 가나북스는 신의 한 수를 꺼내 들었다. 바로 국내 최초로 판매 영업대행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었다. 당시 한 출판사 책은 출판사와 연결된 대리점에만 납품되곤 했으나 온라인 판매가 활기를 띠기 시작하자 이러한 대리점 체제는 위기를 맞이했다. 이때 가나북스는 지역적 총판 시스템이 아닌 전국적인 판매 영업대행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몰아닥치던 온라인 판매의 위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시대의 흐름을 빨리 탔어요. 더 이상 오프라인 시장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가나북스를 경기도로 이전해서 전국적인 판매시스템을 만들었어요.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예전에 서점 문을 닫았을 거예요."

이런저런 문제로 출판업계는 큰 위험에 처했지만, 가나북스는 지금까지 축소 이전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여덟 번 그 자리를 옮기는 동안 확대 이전만 해올 정도로 성장세가 뚜렷했다.

▲ 가나북스 배수현 대표(사진=가나북스) © 팝콘뉴스


독서의 계절, 가을에도 책을 읽지 않는 우리에게

가나북스는 다른 서점과 달리 지금까지 사업체를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로 신뢰, 신용, 정직을 꼽았다.

"다른 건 없어요. 지금까지 한결같이 하는 것 하나였죠.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것이 아니라 힘들어도 꾸준히 믿고, 믿게끔 하는 것뿐이었죠. 그러니 수십 년이 지났어도 거래처가 아직도 찾아준다고 생각해요. 백년가게로 선정된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요."

출판업계에서는 최초로 백년가게로 선정된 가나북스는 먼저 백년가게에 신청한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제안으로 신청서를 내게 되었다. 이후 백년가게 선정까지 순차적으로 이루어졌고, 가나북스에는 백년가게 현판이 걸리게 되었다.

"백년가게라는 이름은 앞으로 100년 갈 수 있을 만큼 어떤 분야에 있어서 열심히 성실하게 해온 가게에 준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그간의 시간을 인정받은 것 같아 조금은 뿌듯합니다."

백년가게의 이름에 걸맞도록 가나북스는 배수현 대표의 딸과 사위에 의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배수현 대표는 마지막으로 독서의 계절, 가을에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요즘 가장 힘들고, 어려운 업계가 출판업계, 서점이에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점점 책을 읽지 않으니까요. 예전이라면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면서 여기저기에서 책을 홍보하고, 독서를 촉진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거예요. 그런데 요즘에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아무도 책을 보라고 권하지도 않고, 책을 보지도 않는 것 같아요. 점점 자극적인 영상만 많아지고요. 사람들이 인성과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라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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