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 한국투자, NH투자증권 미매각영구채 인수
RBC비율 141.6%로 약 5.7%포인트 개선 추정, 당국 권고치에 못미쳐

▲ 한화손해보험 사옥(사진=한화손해보험) © 팝콘뉴스



(팝콘뉴스=최성해 기자)한화손해보험이 우여곡절 끝에 신종자본증권(영구채, 후순위채)을 발행했다.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했으나 주관사가 미매각 영구채를 인수하며 자본을 확충했다. 채권자금조달관련 시장의 부정적 시그널이 확인돼 운신의 폭은 좁아졌다.

◇대규모 미매각 영구채발생에 채권시장 자금조달 입지 좁아져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손보의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조건이 확정됐다. 모집규모는 850억 원으로 희망금리(발행수익률)는 연 6.5% 결정됐다. 앞서 지난 14일 수요예측(기관사전청약)에서 똑같은 모집규모로 공모희망금리는 연 5.80%~연 6.50%를 제시했다.

흥행은 참패했다. 최고 상단금리에 10억 원, 단 1건 주문이 들어오며 미매각규모는 총물량의 98.4%인 840억 원에 이른다.

대규모 미매각에도 한화손보가 계획한 자본확충에 이상이 없다. 총액인수계약에 따라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미매각 영구채를 모두 인수하기 때문이다.

이번 신종자본채권의 발행 목적은 지급여력(RBC)비율 개선이다. 신종자본채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을 가지면서 자본 안정성 요건을 충족하고, 당국이 자본금으로 인정해 RBC비율개선에 효과가 있다.

RBC(Risk Based Capital)란 '위험기준자기자본'이라는 뜻으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보험사가 계약자의 보험금 요청 시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가에 나타내며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대표하는 지표로 통한다.금융감독원은 RBC비율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에도 금감원 RCB비율 권고치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85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한화손보의 RBC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135.9%에서 141.6%까지 약 5.7%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의 눈높이에 충족하려면 한화손보는 추가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장벽이 낮은 자금조달수단인 채권시장에서 이번 대규모 신종자본증권 미매각발생으로 채권을 통한 자본확충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것이다.

채권 전문가는 "보험사뿐만 아니라 은행도 신종자본증권발행 등을 통해 앞다퉈 자본확충에 나서며 기관이 A급 신용등급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을 외면하고 있다"며 "금리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량채 쪽으로 수요가 쏠리는 우량채와 비우량채의 양극화 현상은 계속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주주 한화생명도 RBC비율제고 등 주력…한화손보 자체 추가 자본확충방안 찾을 듯

자본확충의 확실한 방법인 증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분현황을 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한화손해보험의 최대주주는 한화생명으로 지분 51.36%를 보유했다.

한화생명도 한화손해보험처럼 RBC비율 개선, 재무건전성 강화가 발등의 불이다. 한화생명의 RBC비율은 지난 6월말 기준 167.6%로 당국 권고치를 소폭 웃돌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한화생명은 지난 1일 이사회에서 7억5000만 달러(약 1조88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조달자금의 사용목적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보험업법에 따른 RBC비율을 제고하는 차원”이라며 “재무건전성 관리용도의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최대주주가 자회사를 챙길 여력이 크지 않음에 따라 한화손보는 자체적으로 추가 자본확충방안을 찾을 전망이다.

유력한 방안이 사옥매각이다. 한화손해보험은 여의도 사옥의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부동산의 토지 및 건물 장부가액은 3760억 원이고, 인근 오피스빌딩이 약 6400억 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사옥매각시 대규모 현금이 유입돼 RBC비율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채권발행, 사옥매각 등 다양한 자본확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당국의 권고 RBC비율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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