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화 칼럼] 세계 기부지수 110위 한국, 힘들수록 나눔 문화 확산되어야

연탄 한 장의 온기 갖춘 사회

한경화 편집위원 | 기사입력 2022/09/16 [13:37]

[한경화 칼럼] 세계 기부지수 110위 한국, 힘들수록 나눔 문화 확산되어야

연탄 한 장의 온기 갖춘 사회

한경화 편집위원 | 입력 : 2022/09/16 [13:37]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 태풍 힌남노의 피해가 심한 지역에 대한 전수 조사가 이뤄지고 복구 대책 수립과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지역의 의회나 자치단체에서는 태풍 피해로 절망에 빠진 시도민들의 일상생활 회복을 위해 각종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자연재해와 관련한 재난지원금이 생각보다 적어 현실에 맞는 지급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태풍 힌남노의 수마 상황과 처참한 현장에 대한 뉴스와 신문 기사를 접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제14호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또다시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난마돌의 북상에 대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14일부터 수리, 원예, 축산, 산사태·태양광 등 취약시설에 대한 특별점검을 태풍 상황 종료 시까지 실시한다고 하니 이번에는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국어 시간에 안도현 시인의 시를 읽는 시간이 주어졌다. 아이들에게 시인의 시 세계를 소개하며 '너에게 묻는다', '연탄 한 장', '반쯤 깨진 연탄'이란 시를 함께 감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태풍 피해와 지난 8월 예상치도 못한 비로 인해 수해를 입고 삶의 터전과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들과 그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칠판 화면에 '너에게 묻는다'란 시를 띄우자, 한 아이가 자신이 아는 시라며 큰 소리로 읽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일상에서 보기 힘든 '연탄'에 아이들의 관심이 쏠렸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나 대부분 집은 기름이나 가스보일러로 난방을 하지만, 아직도 값싼 연료인 연탄에 의지해 겨울을 나는 사람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자 연탄 한 장이 얼마냐고 묻는다. 현재 연탄 한 장의 가격은 800원. 연탄 한 장으로 6~8시간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으니 연탄은 분명 서민들에게는 값싸고 고마운 연료라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을까?'란 물음 앞에 나와 아이들 모두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시인은 겨울철 길가에 쌓여있는 연탄재를 보며 생각했을 것이다. 연탄은 자기 몸을 태워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해준 뒤 길가에 쌓여있다가 눈이 내린 날이면 누군가의 발길에 밟혀 가루가 되어 길에 뿌려지고 미끄러움을 방지하는 재료로 쓰인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보며 나눔과 희생정신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겨울이면 연례행사처럼 연탄 봉사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기부 행렬이 줄었다는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아직도 늦여름의 길목에 서 있는 지금은 마음에 와닿지 않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옷깃을 여미는 때가 되면 연탄 봉사에 관한 이야기를 또 듣게 될 것이다. 각종 재해와 질병으로 인해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들어진 사람들이 추위까지 겪게 된다면 정말 살기 힘들어질 것이다.

 

어제는 퇴근길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2020년 세계 기부지수에서 우리나라의 기부 참여지수가 114개국 중 110위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유독 가슴 시리게 귀에 꽂혔다. 우리나라는 가뜩이나 기부에 대한 의식이 낮은데다 코로나 이후 기부문화가 더더욱 위축되고 있어 그나마 기부의 손길로 따뜻한 겨울을 나고 삶에 희망을 얻었던 사람들의 한숨과 슬픈 눈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14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파타고니아(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창업자 일가가 그동안 일군 전 재산(약 4조 1천억 원)을 기후변화 대처와 전 세계 미개발 토지 보호를 위해 써 달라며 환경단체에 기부했다는 소식은 그들의 통 큰 생각에 대해 '어떻게 저런 결론을 내릴 수 있었을까?'를 한동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과 나와 같은 일반사람들과의 생각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오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우리나라 문화재 보존과 복원을 위해 써 달라며 작년에 이어 또 1억 원을 기부했다는 신문 기사를 함께 읽으며 기부와 나눔에 대한 생각을 펼쳐보려 한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번 돈을 멋지게 쓰는 사례들을 접하며 사회적 분위기를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나만 생각하고 내 가족만 바라보며 살다 보면 시야가 좁아져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의외로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음을 깨닫게 된다. 기성세대들은 물론이고 특히 나라의 미래를 만들어갈 젊은 세대들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에 함몰되지 않고 거시적인 안목과 통 큰 생각, 따뜻한 시선을 갖는 사람들을 롤모델로 삼고 본받았으면 좋겠다.

 

많은 이들이 어려워졌다고 호소할 때, 코로나 특수로 많은 돈을 번 사람, 대중의 인기로 많은 수입을 올린 사람과 기업 등이 앞장서고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하여 삶의 고통 속에서 쓸쓸하게 시름하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연탄'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내 가슴에도 실천 의지를 깊게 새긴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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