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중독·소비중독의 공허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하다

(팝콘뉴스=김진경 기자)[편집자 주: 'MZ팬덤을찾아서'는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의 흐름 속에서 함께 진화하는 팬덤의 양상을 분석한다. 최근에는 비단 연예인이나 방송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군의 소위 '연반인(연예인 반 일반인 반의 줄임말)'을 대상으로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단순히 아이돌을 중심으로 하는 응원 문화가 아닌 콘텐츠의 지형을 톺아보고자 한다.]

후기산업사회의 현대인은 무엇이든 공급이 과잉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건강 문제인 비만은 대부분의 도시문명국가에서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소비중독은 쓰레기 배출 문제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필요 없는 물건을 단지 일시적인 쾌락을 위해 구매했다가 사용 한 번 못하고 유행이 지나서 버리게 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런 총체적 난관을 극복하고 생활을 좀 더 단순하게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미니멀 라이프를 선도하는 멘토들도 부상한다.

▲ (사진=tvN '신박한 정리') © 팝콘뉴스


#1 정리의 여왕, 신애라

TV 드라마 연기자로 유명한 배우 신애라는 2020년 6월부터 2021년 7월까지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의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1'에서 진행을 맡으면서 정리 정돈의 기준을 정하고 독려하는 멘토로 부상했다. '신박한 정리' 프로그램의 정리 정돈 대상자는 거의 연예인이었지만 서민층인 전업주부나 1인가구도 따라 하기 쉬운 현실적인 가이드 라인을 제공해 평범한 대중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었다.

사생활이 크게 부각된 적이 없는 연기자로 예능인으로서의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자기 집과 생활에서 실천하며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멘토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대부분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인테리어가 최대한 많은 공간을 넓게 화려하게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는 것과는 달리 욕실 수납장을 화장대 겸용으로 활용하는 등 지나친 공간 분리를 지양하는 남다른 태도가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정리 멘토로서 타인의 인테리어 취향이나 소유욕에 지나친 간섭이나 훈계질이 아닌 합리적인 조언과 정서적인 지지를 보냈다.

▲ (사진=유튜브 채널 '미니멀유목민') © 팝콘뉴스


#2 여행가방 하나가 집, 미니멀유목민

유튜버 '미니멀유목민'은 구독자 20만 명의 여행가이드 겸 디지털 유목민이다. 아내와 함께 세계 곳곳에서 자신만의 줏대 있는 삶을 사는 다양한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소개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거주하는 자택이 없고 호스텔이나 호텔, 여행지에서 현지 친구의 집을 전전한다. 짐 하나에 모든 필요한 것들을 담아서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이런 노마드 인생이 가능한 가장 큰 동력은 필요한 것들로 구성한 미니멀 라이프 덕분이다.

사계절 날씨가 뚜렷하게 다른 온대 지방을 포함 각국을 돌아다니며 1년 내내 옷 5벌로 생활한다. 콘텐츠 중에서 가장 많은 호응은 얻은 에피소드는 여행지 이야기보다 가방과 옷장 이야기다. '집 없이 가방 한 개와 소지품 80개 전부인 미니멀리스트'는 조회수 70만 회 이상을 기록한 바 있다. 가방 하나에 모든 필수품을 수납할 수 있어 유목민으로 살아갈 수 있다. 미니멀 라이프와 유목민은 서로에게 필수불가결하다.

'미니멀유목민' 채널의 운영자는 그런 명제를 자기 삶 그 자체로 증명하며 큰 불편이나 문제없이 문명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흔히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려고 결심하거나 관심 두는 이들이 도시를 등지고 자연 속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세상 이야기를 듣고 있다.

셰어하우스에서 혼자 생활하는 일본인 노년 여성의 한류에 대한 비판과 일본 내 혐한 문제를 다룬 '금수저로 태어나 쪽방에서 사는 미니멀리스트-일본인인 그녀가 한국을 위해 싸우는 이유' 영상은 조회수 70만 회 이상을 기록한 바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과거를 지닌 미니멀리스트, 유목민을 인터뷰하면서 사회 문제를 미시적인 현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 (사진=넷플릭스) © 팝콘뉴스


#3 넷플릭스 다큐, 미니멀리즘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은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이란 부제로 2021년 OTT 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후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다. "물건에 목적의식이 사라지면 단 하나밖에 없더라도 그건 너무 많은 거예요"라는 극 중 대사 한 줄에 주제 의식이 함축되어 있다.

물건은 단순히 많이 소유하는 것에서 풍요로움이 나오는 게 아니라 물건 단 하나를 소유하는 것에도 목적이 있어야 한다. 아무 목적도 없는 물건과 소유는 아무런 목표가 없는 삶만큼이나 무가치하고 대다수 현대인이 잦은 공허감에 시달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더 많은 물건과 더 많은 복잡성을 소유하는 삶을 향해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가기만 하는 인생에서 많은 이들이 환멸과 무력감을 느끼는 가운데 미니멀리즘이 이런 현대인의 정신적 공허에 어떤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 인생에 완벽한 단 하나의 해결책이나 정답은 없지만 기준이 없는 삶에 어떤 기준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당분간 좋은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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