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가족] "평생 배워야 하는 아이...모두가 '알려주는 역할' 함께했으면"

13일 5회차 화요집회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2/09/13 [15:30]

[발달장애인가족] "평생 배워야 하는 아이...모두가 '알려주는 역할' 함께했으면"

13일 5회차 화요집회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2/09/13 [15:30]

▲ 13일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열린 5회차 화요집회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이기도 한 정은혜 작가 겸 배우가 발언하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드라마 방영 이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여기 오신 부모님들도 연락 많이 받으셨을 거다. 궁금하다고 일일이 전화하지 않아도 이제 화요일마다 여기 오면 누구나 우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어떻게 사는지, 어떤 소망을 갖고 사는지."

 

지난 8월 2일 제1회 화요집회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에서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사가 밝힌 화요집회 소개말이다. 김종옥 이사는 화요집회가 "나와 우리 아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에 대한 기록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13일 5회차 화요집회 현장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쓰인 '자서전' 일부를 옮겼다.

 


황숙현 강남지회 활동가, 박정훈 씨 어머니


 

"분절된 지원 시간, 분절된 희생으로 메꾸는 상황 여전"

 

중증 자폐가 있는 박정훈 씨는 최근 빨래에 재미를 붙였다. 특수학교 직업교육을 통해 배웠던 '호텔식 수건 개기'를 집에서 시도하면서다.

 

수건을 개는 동안 박 씨가 보내던 뜨거운 눈빛을 놓치지 않고, 어머니 황숙현 씨가 수건 개는 방법을 '호텔식'으로 바꾸고, 빨래 개기를 박 씨 몫으로 넘겨주면서, 박 씨의 몫은 수건에서 모든 식구의 옷가지까지 빠르게 넓어졌다. 지금은 빨래 돌리기부터 개기까지 전 과정을 박 씨가 담당한다.

 

황 씨는 "세탁기에 양말 한 짝 먹는 요정이 있지 않나. 그런데 아들이 맡고부터는 한 짝만 돌아다니는 일이 한 번도 없었다"며 "자폐 특성"이라고 부연했다. 

 

"한 번은 빨래가 급해서 내가 돌리고 있었더니 아들이 동생 방까지 들르더니 빨래를 들고나와 세탁기에 추가하더라"라는 경험담도 덧붙였다.

 

자녀의 '자립' 시기를 묻는 말에 '곧'이라고 즉답한 황 씨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쳤다"는 설명이다.

 

황 씨는 "여전히 지원은 흩어져 있고, 끊어진 시간에 아이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서 다시 주변의 분절된 희생으로 (돌봄 공백을) 메꿔야 하는 현실은 바뀐 게 없다"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김지원(가명) 활동가, 나원우(가명) 씨 어머니


 

"'단계적' 지원... 20~30년을 더 기다리라는 건지"

 

김지원(가명) 씨에게 나원우(가명) 씨는 생각하면 눈물이 앞서는 아들이다. 현재 스물셋인 나 씨가 태어났을 당시, 유아기, 학령기 발달장애아동에 대한 지원은 지금보다 미비했다. 의사는 아이가 "청력이 일반인의 20배가 넘는다"고 진단할 뿐, 어떤 소리에 예민한지, 어떤 상황을 피해야 하는지 일러주지 않았다. 소리에 예민한 아들이 한밤중에 울음을 터뜨리면 김 씨는 아이를 업고 도로를 내내 걸었다.

 

아이는 태어나고 20개월 후 자폐성 장애 2급 진단을 받았다. 유명하다는 병원, 놀이치료, 심리치료 교실을 꼬박 돌면서 도전행동이 천천히 교정됐다고 느낄 때쯤, 학교에 입학하면서 국면이 다시 바뀌었다.

 

집 근처 학교에는 아이가 교육받을 수 있는 '학습 도움반'이 없었다. 30분 거리의 학교로 아이를 입학시켰지만, 또래 친구들의 이해를 구하기는 어려웠다. 친구와 다투다가 음식물이 옷에 묻어 도전행동을 보인 일 등으로 아이에게 '문제아' 딱지가 붙으면서, 김 씨는 나 씨를 특수학교로 전학시켰다.

 

이제 "엄마를 이해한다"고 말할 만큼 큰 첫째 아들이 어렸을 적 혼자 버틴 시간에 대해 미안함도 김 씨에게는 남아있다.

 

"사회가 아직도 가족이 다 감당하라고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죽고 나면 큰아들이 케어하다가 둘 다 잘못되진 않을까(걱정된다)"라고 말한 김 씨는 "정부가 단계적으로 (지원시간 확대를) 한다고 하는데, 성인기까지 같이 커온 부모는 그런 마음이다. '20~30년을 더 기다려야 하나'"라며 "24시간 체계는 나라가 나서서 마련하고, 또, 온 사회가 조금씩 배려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봐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하진이 인천서구 지부 활동가, 차유미 씨 어머니


 

"제도 중요하지만,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회 됐으면"

 

올해 스물일곱 차유미 씨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어머니 하진이 씨도 학교생활을 함께했다. 발달장애 1급 진단을 받은 차 씨가 학습할 수 있는 '학습도움실', '특수반' 등이 마련된 학교를 수소문했고, 부모회(장애인부모연대 전신) 활동을 통해 학교에 직접 제도 마련을 요구했다.

 

하 씨 등의 조력으로 차 씨는 무사히 졸업했다. 다만, 졸업을 하자 차 씨가 "할 수 있는 일이, 받아주는 곳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하 씨와 가족들이 차 씨를 집에서 보호하는 동안 12년 공교육을 통해 나아진 차 

씨는 다시 '폐쇄적으로' 변해갔다.

 

하 씨는 "야생동물을 폐쇄적인 공간에 가둬두면 상태가 나빠진다더라. 동물도 그런데, 사람을 집에만 둔다면 어떻게 되겠나"라며 "우리 아이를 백 번, 천 번 훈련해서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고, 사회에 나설 수 있도록 끌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백 번, 천 번'의 훈련에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 씨는 "아이가 어렸을 때 학교에 다니면서 왕따나 소외를 느꼈을 텐데, 그런 걸 어떻게 표현할지 어려워했다. (표현하는) 방법을 평생 알려줘야 한다. 모든 분이 알려줘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국가(제도), 법도 중요하지만,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임정훈 강동지회 활동가, 최준우 군 어머니


 

"치료와 반복 학습만으로는 '인간적으로 살기'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날 임정훈 씨는 학교 공사로 50일 더 늘어난 여름방학을 마침내 끝낸 아들을 오랜만에 등교시키고 집회 현장을 찾았다. 임 씨는 "아이가 학교에 가니 나온다는 것만으로 기쁘다"고 너스레를 부리면서도 "방학 맞이해보니까 성인이 돼 아이가 갈 곳이 없어지는 게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덧붙였다.

 

임 씨의 아들 최준우 군은 올해로 14세이다. 덩치가 커지면서 화가 나면 힘으로 해결하려는 등의 도전행동도 커지고 있다. 임 씨는 "아이가 언젠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면서 키웠지만, 최근 아이가 자라지 않고 성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임 씨는 그래서 최근 '그다음'을 고민하는 중이다.

 

임 씨는 "(낫지 않을 수 있다는)상황을 받아들이고 나니까 치료나 반복학습만을 통해서는 아이가 '인간적으로'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사회, 정부뿐 아니라 인식개선이 없으면 아이들이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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