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달 7일부터 12월 22일까지 '우리동네 펫위탁소' 운영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대상…올해 결과 보고 내년 확대
(팝콘뉴스=박윤미 기자)#.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별하고 혼자 지내던 A(52) 씨는 5년 전 지인으로부터 하얀 강아지 한 마리를 받아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처음에는 "(내 처지에) 무슨 개냐"며 거절했는데, 지금은 그 개가 나락으로 떨어진 자기 삶을 구원해 준 은인과 같이 소중한 마음이다. 정성 기울일 상대가 있으니 외롭지 않고, 개 또한 자신만을 바라보며 갖은 애교를 보여줘 집에 둘만 있어도 심심할 틈이 없다.
지난해 A씨는 척추 협착증 수술을 받았다. A씨의 반려견 '우유'와 일주일 넘게 떨어져 지낸 시간이었다. 사정을 아는 옆집에서 우유의 사료와 물을 갈아주기 위해 몇 번 들러주긴 했지만 함께 놀이한다거나 정서적 교감을 쌓는 일은 없었다.
이웃이 방문할 때마다 우유는 잔뜩 긴장했고 그래서인지 전에 없이 짖어댔다. 퇴원 후 A씨가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현관문 밖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기라도 하면 말려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짖어댔다.
그런 우유에게 또 한 번의 헤어짐이 기다리고 있다. A씨가 미루고 미뤘던 백내장 수술을 위해 또다시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A씨는 '이번에는 우유를 잘 돌봐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하지만 돈 있는 사람들이 한다는 호텔링 서비스를 이용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
개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을 반려하는 사람 중에는 A씨와 같은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개, 고양이를 키우면서 좋아하던 여행을 끊었다는 농담 같은 진심을 고백하기도 한다. 반려인이라면 이들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수 없다.
밥그릇에 사료를 수북하게 담고 물그릇은 여기저기 여러 개 놔두는 행동은 반려인이 하루 이상 외출할 때 반려동물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살핌이다. 그런데도 집사들은 외출이 길어지거나 외출이 외박으로 넘어갈 때면 집에 있는 생명체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편치마는 않다.
여기 이러한 집사들의 마음을 안심시킬 만한 서비스가 있다. 아직은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시범 단계지만 머지않아 반려인 모두에게 유용한 서비스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 하나로 사회적 약자인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반려견을 최대 20일까지 위탁 보호하는 '우리동네 펫위탁소'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이달 7일부터 올해 12월 22일까지 실시된다.
2019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약자는 명절, 입원 등으로 장기간 집을 비울 때 반려동물을 집에 혼자 두고 가는 경우(26.8%)가 적지 않았다. 이들에게는 도움을 청할 지인이나 가족이 없는 경우(62.1%)가 많았다.
그러나 장기간 집을 비우는 동안 개를 집에 혼자 두면 보호자도 보호자지만, 반려견이 받는 스트레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스트레스에 자주 노출된 개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밤낮없이 시끄럽게 짖을 수 있다. 이웃에 사는 사람은 이러한 소리를 쉬지 않고 들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주인에게 일어난 어떠한 문제로 반려인과 반려견이 상당 기간 분리될 때 그 둘 사이뿐 아니라 사회적 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주민 간 소란이나 다툼이 발생할 수 있고 그 수위가 세지면 경찰이 개입해야 하는 일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인뿐 아니라 지자체가 함께 극복하겠다는 취지 아래 서울 노원구와 서초구에서는 강당 및 유기동물 입양센터 등을 활용, 명절기간 중 반려견을 위탁한다는 소식이다.
'우리 동네 펫위탁소'로 이름 지어진 이 사업은 사회적 약자(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가 반려견 돌봄을 필요로 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동물위탁관리 서비스'를 말한다.
서울시가 지정한 펫위탁소에 문의한 후 수급자 증명서 또는 차상위계층 확인서를 지참한 뒤 반려견과 함께 위탁소에 방문하면 최대 20일까지 무료로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다.
서울시내 펫 위탁소는 총 9개소로 4개 권역별로 분산돼 있다. 꼭 내 동네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위탁서비스가 필요하면 가까운 위탁소를 검색해 찾아가면 된다. 상대적으로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1인 가구는 '반려견 이송 서비스'를 무료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올해 우리동네 펫 위탁소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2023년 사회적 약자의 반려동물 방문 돌봄 및 위탁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사회적 약자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것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산책 등으로 인해 운동량이 커지는 한편 교감을 통해 우울증이 완화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팝콘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