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뉴스=강나은 기자)뱀파이어하면 잘생겼지만, 어딘지 냉소적이고 음험한 분위기를 내는 남자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우리나라에 뱀파이어가 살고 있다면 어떨까요? 아마 밤에만 일하면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포식자보다는 안쓰러운 유기 동물에 가까운 뱀파이어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과거의 우리의 문화생활은 어땠나요? 음악을 감상하고, 책을 음미하며 산책을 즐기기도 했죠.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문화생활은 어떤가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동영상을 즐기며, 책을 읽기도 하고, 운동도 합니다. 우리의 문화생활 모두가 어느새 스마트폰 속으로 쏘옥 들어갔죠. 그런데 너무 콘텐츠가 많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시겠다면, '디지털 문화생활'에서 애플리케이션, 유튜브,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내 손바닥 위에서 즐기는 디지털 문화생활,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사진=네이버 웹툰 '와이키키 뱀파이어') © 팝콘뉴스


다르다는 이유로 수많은 편견과 싸워야 하는 뱀파이어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야식 배달원 김샛별에게는 큰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뱀파이어라는 것. 우리가 흔히 보는 콘텐츠 속 뱀파이어는 부자에 멋있기만 한데, 샛별 군은 잘생겼기는 하지만 엄청 가난하고, 부모도 없는 고등학생일 뿐입니다. 보호소에 있다가 뱀파이어의 본성이 드러나 도망쳐 나왔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습니다. 낮에는 햇빛 때문에 일도 못 하고, 대부분의 한식에 들어있는 마늘도 먹지 못하며 십자가를 보면 기절해버리는, 따지자면 생활력이 없어도 너무 없는 어린아이입니다.

김샛별은 사람을 해치지 않기 위해 선지를 먹으며 고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동네에 연쇄살묘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때 김샛별 군은 의심스러운 용의자 한 명을 발견하는데요. 늦은 시간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며 말을 걸고, 얼굴과 몸 전체를 가리고 다니는 이상한 여자입니다. 그리고 그 여자에게 풍기는 피 냄새를 보니, 뱀파이어일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 (사진=네이버 웹툰 '와이키키 뱀파이어') © 팝콘뉴스


뒤처졌다는 이유로 지루한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임용고시생

결론적으로 그 여자는 뱀파이어도, 연쇄살묘범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있어 낮에는 문밖으로 나오지도 못하는 사람이었을 뿐이죠. 이 사람이 또 다른 주인공 최행복입니다. 고양이들이 걱정되어 아는 형에게 맡겼다는 김샛별에게 고양이 사진을 받는 대신 검정고시 과외를 해주겠다고 나선 그는 사실은 과거 임용고시생이었습니다. 늘 가족들에게 비교당하다가 처음으로 선생님에게 따뜻함을 느낀 이후로 소외당하는 아이들이 없는 교실을 만들고 싶다며 교사를 꿈꾸게 되었죠. 그런데 임용에 몇 번 실패한 뒤, 기간제 교사로 들어갔다가 큰 상처를 입고 우울증에 빠집니다.

다행히도 김샛별의 과외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꿈을 다시 되새기는데요. 이렇게 자기 삶을 열심히 살아가려고 할 때마다 가족이 자신을 다시 망가뜨리곤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되었던 남동생과의 차별, 그리고 부모의 무시는 최행복의 행복을 계속해서 방해했는데요. 최행복은 수년의 무기력증과 공황장애, 우울증을 겪으며 여러 번 극단적 선택을 시도합니다. 이런 최행복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 (사진=네이버 웹툰 '와이키키 뱀파이어') © 팝콘뉴스


사회에서 밀려 나간 이들의 행복한 와이키키 여행을 응원하며

'와이키키 뱀파이어'는 먹고 살기 힘든 뱀파이어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학교 밖 아이들로도 읽힙니다. 아이를 돌봐주지 않는 가정,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보호소, 문제아 취급하며 아이를 보듬어주지 않는 학교에서 김샛별이 있을 곳은 없었습니다. 그런 김샛별을 안아준 것은 선지해장국 할머니와 가출 후 나름대로 자신의 길을 찾은 형, 야간 아르바이트생이었지만 두 번째 아들로 받아주는 치킨집 사장님 부부, 그리고 교사가 되고 싶었던 우울증 환자 최행복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김샛별은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는 삶입니다. 결국 이 아이를 키워온 것은 사회가 아닌 사람이었죠. 그리고 샛별이 역시 사회에서 받은 수많은 상처를 자신을 믿고 사랑해주는 사람들로 치유를 받습니다.

뱀파이어라고 오해받았던 최행복은 낙오자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판검사, 대기업 집안에서 자란 최행복은 이름과는 달리 행복해지고 싶지만, 행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요. 풍족한 집안이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극심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꿈이 대단하지 않다는 이유로, 몇 번 실패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가족들은 문득문득 그의 삶에 제멋대로 들어와서 그를 헤집어놓습니다.

김샛별, 최행복은 성장해서 만족스러운 현실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보다 능력을 빨리 보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점차 사회에서 밀려 나간 이들의 행복한 와이키키 여행을 응원하는 만화, '와이키키 뱀파이어'였습니다.

비슷한 웹툰 추천

이보다 훨씬 어둡고, 매혹적인 뱀파이어 이야기: '올가미'(해무리)

뱀파이어와 반대로 먹혀야만 하는 아이의 이야기: '달로 만든 아이'(온윤)

디지털 유목민의 한 줄 평

드라큘라백작(남, 30대 후반): 뱀파이어라는 판타지 빼고는 흔한 우리 주변의 이야기

송곳니보유자(여, 30대 초반): 사람이 아닌 사회가 이들을 안아줄 수 있기를[팝콘뉴스]

저작권자 © 팝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