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최대한 싸게 가져와도 비싸"...추석 앞두고 '걱정' 앞서는 시장가

농산물 가격 급등에 "여러 접시 말고 한 접시만 할까"
수해 피해 겹쳐 상인들 '이중고'

권현정 기자 | 기사입력 2022/09/02 [17:02]

[르포] "최대한 싸게 가져와도 비싸"...추석 앞두고 '걱정' 앞서는 시장가

농산물 가격 급등에 "여러 접시 말고 한 접시만 할까"
수해 피해 겹쳐 상인들 '이중고'

권현정 기자 | 입력 : 2022/09/02 [17:02]

▲ 2일 서울시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한 매장 매대에 고랭지 무 가격이 3500원에서 3000원으로 고쳐 쓰여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올해 무가 없어요. 이것도 하나에 4000원씩 하다가 내린 가격이고요."

 

'개당 3000'원이 적힌 고랭지 무의 가격표 뒤에 4000원, 3500원 짜리 지나간 가격표가 덧대어진 모습에 질문을 던지자 상인이 설명했다. 이어 가까운 매장에서 "어디 가도 올해는 다 이렇게 비싸다"는 상인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2일 추석을 앞두고 가을볕이 구석구석 내리쬐는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찾았다. 추석을 앞두고 시장을 먼저 찾은 시민들로 북적이는 분위기였지만, 시민들도, 상인들도 마냥 명절을 즐기기에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물가상승으로 줄어든 상차림에 최근 수해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까닭이다.

 

■ 무, 배추, 시금치 등 농산물 가격 급등..."추석 준비 양 줄일 듯"

 

A씨는 이날 추석을 앞두고 '시장조사' 차 이곳을 찾았다. "시장이 물건 회전이 빠르니까 먼저 들러서 품목별로 (대형마트와) 가격 비교해가면서 살 계획"이라는 A씨는 "오늘 산 게 밤, 고구마, 파, 생선 등인데, 채소는 두 배 이상 오른 것 같고, 특히 무나 배추가 많이 올랐더라"라고 덧붙였다.

 

서울농수산식품공사가 지난 1일 발표한 추석 성수품 가격 및 물량 현황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농산물 경매 낙찰가는 캠벨얼리 포토, 깐마늘, 새송이버섯, 느타리버섯을 제외하면 모두 전년보다 상승했다.

 

특히, 20kg 무 한 상자가 5개년 평균(1만 3347원)보다 약 두 배(198%) 오른 2만 6367원, 4kg 시금치 한 상자가 5개년 평균(2만 5572원)보다 약 두 배(232%) 오른 5만 9430원에 낙찰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세 배(321%), 두 배(232%) 오른 가격이다.

 

▲ 한 매장 매대에 가지, 애호박, 배추 등이 가격과 함께 진열돼 있다  © 팝콘뉴스

 

이날 시장을 찾은 B씨 부부는 "평균 20~30%는 오른 것 같다. 토마토도 며칠 전까지는 1만 4900원이던 게 오늘은 1만 8000원씩 하더라"며 "추석 상차림 비용 (예산이) 30만 원 정도인데, 이번에는 한 접시씩만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청과 매장을 운영하는 C씨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고 말했다.

 

C씨는 "올해 비가 많이 오다 보니까,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올랐다. 너무 비싸다 보니까 작년에 비해 손님들이 돈 쓰는 걸 주저한다"며 "저렴하게 드리고 싶은데 가져오는 데 (도매가에) 한계가 있으니까, 최대한 싸게 파는 건데도 비싼 거다.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 "살아가는 과정이려니 하지만"...수해 상처 '아직'

 

지난달 입은 수해 역시 시장 상인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시와 정부가 복구에 인력 및 재원을 투입했지만, 피해규모가 방대한 만큼, 상인들이 감당하는 몫이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이다.

 

지난 8월 강남구, 동작구 등 일대 폭우 이후, 서울시는 시장당 최대 1000만 원의 긴급복구비, 점포당 최대 250만 원 전기시설 복구비 등 지원책을 발표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시장당 긴급복구비 최대 1000만 원, 전기설비 복구사업 점포당 250만 원 등 지원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시장 초입에서 만두 매장을 운영하는 D씨는 "피해를 입긴 했는데, 다른 데 견주면 심한 정도는 아니"라면서도 "물이 어깨까지 올라왔다고 보면 된다. (냉장고, 찜기 등) 다 고장 나서 부품 사고 그랬다. 얼마 전 수해피해 신고하라고 해서 신고했는데 아직은 받기 전"이라고 설명했다.

 

▲ 1일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남성사계시장에 손님들이 북적이고 있다     ©팝콘뉴스

 

내리막인 시장 초입에서 지면보다 3~4계단 아래 두부 매장을 운영하는 E씨 역시 "물이 여기까지 올라왔다"며 가슴께 높이의 벽을 손으로 짚었다.

 

D씨는 "전기가 안 들어오면 우리는 장사를 못하는데, 전기 고치는 사람들이 여기까지 못 오니까, (가게를 함께 운영하는 가족이) 고쳐보려다가 쓰러져서 119 부르고 그랬다. 오늘도 손 다친 것 때문에 병원에 갔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D씨는 "어제 동작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더라"며 기대를 보이면서도 "(긴급복구기금 등) 신청해놨지만, 얼마 나올지 모르겠다. 여기만 피해본 것도 아니고, 살아가는 과정이려니 한다"라고 말했다.

 

특별재난지역은 재해종료일로부터 7~10일 피해조사를 거쳐 피해가 큰 지역에 대해 선포하는 것으로, 해당 지역에 대해 추가국비 지원은 없으나 간접지원이 병행된다.

 

찾아오는 손님과 동료 덕에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수해로 출근이 어려운 가족을 대신해 매장에 나왔다는 F씨는 "(사장인 가족이) 몸이 다 지쳤다. 여기 물건 중에 올해 여름에 들어온 게 없다. 기계도 다 다시 들였다. 피해가 말도 못한다"면서도 "가게를 오래 했으니까, 저기하지(힘들지) 않냐면서 오래 아신 분들은 뭐 사오시고 그런다. 정부 지원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이 더 훈훈하더라"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 상차림 예상 비용은 전통시장 약 24만 원, 대형마트 약 31만 원 선이다. 쌀과 밀가루, 부침가루 등을 제외한 과일, 축산품 등은 전통시장이 각각 15%, 28% 더 저렴했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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