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인해 물순환 변화 예측 불가능, 근본적 대응책이 필요


(팝콘뉴스=김재용 기자)지난주에 폭우가 내려 집이 침수돼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많은 이재민이 생기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도로가 침수돼 수많은 차량 피해까지 있었다. 서울은 시간당 강수량 136.5mm를 기록했다. 단기간의 폭우로는 역대 최고치였던 1942년 8월 5일 118.6mm의 기록을 넘어섰다. 한국인 대부분은 생애 처음으로 경험해 본 폭우인 셈이다.

이번 폭우의 원인은 뭘까? 많은 환경과학자는 이런 것들이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기후 변화의 주범은 단연 지구 온난화이다. 이 많은 물이 다 어디서 왔을까? 간단히 말해서, 온난화로 인해 남극, 북극 지역의 만년설이 짧은 시간에 녹아서 생긴 물과, 호수에서 증발한 물이 지구를 순환하다가 어딘가에서 집중호우가 되어 내린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물순환의 변화는 예측할 수 없어

강수는 지구 물순환이라는 거대한 시스템과 연동되어 있다. 그런데 지구의 물순환은 온실가스의 증가로 계속 변동하고 있다. 온실가스가 없던 옛날의 기후 변동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물순환의 변화는 불규칙한 강수량의 변동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온실가스 기반의 경제 구조가 없어지지 않는 한 앞으로 이번 같은 일은 계속 벌어질 수 있다.

기후변화가 인간의 행동으로 야기된 재앙이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결과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1990년대 전부터 고조되고 있다. 세계는 1990년대 이후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인 공조와 협력을 위해 여러 차례의 국제회의와 각종 국제 협약을 체결하고 선언했다. 이런 배경에서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정치·외교적 문제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국가나 정치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니 내가 할 일은 아니라는 인식이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온실가스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자 기후변화 문제를 윤리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2009년에 기상청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제1차 기후변화 윤리 포럼'에서 도널드 브라운(Donald A. Brown)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는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로 매년 30만 명이 사망하고 앞으로는 5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 때문에 5억 명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고 그의 반이 되는 2억 5천만 명은 기후변화 때문에 심각한 보건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운 교수는 본 포럼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고 말하며 "전 세계가 기후변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히 선진국 정부가 기후변화 문제를 윤리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유한 국가가 윤리적 책임 의식을 가져야

브라운 교수는 "미국 학계가 자국 이익에 부합하도록 기후변화 문제를 논하면서 의도적으로 '비용편익분석' 틀에만 의거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는 개별 국가, 개별 지역 문제가 아니고 부유한 국가가 배출한 탄소가스로 가난한 국가 국민이 고통받는 문제이므로, 개별적인 비용편익분석 틀보다 윤리적인 규준 설정에 따라야 한다. 특히 부유한 국가 사람들이 이를 윤리적 이슈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기후변화를 집단적 책임이나 행동의 문제로만 다루어졌고,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개인윤리의 문제로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보다는 배출량이 못하지만 우리도 이제는 그 '부유한 국가'에 포함되므로 개인윤리의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도 그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인 대응을 논의한 지도 30년이 지났지만 어떠한 문제 해결에 다가섰는지는 의문이다. 기상이변 현상은 더 고조되었다. 제도나 집단적 행동 요구는 익명성에 기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책임감 있는 결과를 끌어내기 어렵다. 또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제도를 통한 강제의 방식은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개인적인 생각의 변화와 행동의 실천이 더욱 중요해진다.

실천적 행위를 위한 기후-매개적 관계 인식

브라운 교수는 "세계가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구공동체 특히 탄소 물질 배출량이 높은 부유한 국가 구성원의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당연시하던 생활 습관을 고쳐야 한다. 변화가 요구되는 생활 습관의 정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현재 선진국 국민의 삶의 기준으로 봤을 때 많은 변화가 일어나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을 실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에 관심을 두는 사람조차도 그럴 것이다. 자신에게 직접적 이익이 되지 않고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양 불교의 한 분야인 유식 철학에서는 나와 타인을 연결된 관계로 본다. 나와 타인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내가 타인에게 하는 안 좋은 행동 하나하나가 다 내게로 그대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반면에 남에게 좋은 행동을 하면 그 또한 내게 돌아온다. 이 철학을 기후-매개적 관계(climate-mediated relationships)라는 개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구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지구의 기후체계를 매개로 서로 관계되어 있다고 본다면 나의 행위들은 다른 사람들과 그들의 복지에 연결되어 있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의 행위는 나와 나의 복지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나와 남은 모두 기후-매개적 관계로 엮여 있다. 이렇게 철학을 기후변화 문제에도 적용해 보면 실천적 행위를 위한 추동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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