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우리들의이야기' 화요집회

▲ 2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 제1회 화요집회에서 자리에 앉은 부모들이 발언자의 자녀 이름을 부르고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손으로 하트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드라마 방영 이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여기 오신 부모님들도 연락 많이 받으셨을 거다. 궁금하다고 일일이 전화하지 않아도 이제 화요일마다 여기 오면 누구나 우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어떻게 사는지, 어떤 소망을 갖고 사는지."

2일 제1회 화요집회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에서 김종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사가 밝힌 화요집회 소개말이다. 김종옥 이사는 화요집회가 "나와 우리 아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에 대한 기록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화요집회 현장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쓰인 '자서전' 일부를 옮긴다.


임배원 씨 아버지 임영화 씨


"집회가 아니라 쇼핑하러, 우리 아들과 서울에 놀러 올 수 있길"

임영화 씨의 아들 임배원 씨는 올해로 스물두 살이다. 당초 어머니가 아이를 돌봤지만, "아빠보다 덩치가 크고 아빠보다 힘도 세진" 아들을 돌보기에 어려워 지금은 아버지인 임 씨가 자녀를 돌보고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의 여유'나 '퇴근하고 한 잔'은 '달나라' 이야기다. 모두 잠든 밤에도 수시로 깨는 자녀를 돌보는 일을 평생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면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지만,'우리가 떠나고 사회에 남게 될 아들' 생각보다는 덜 막막하다.

이날 화요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경남 합천군에서 서울로 올라왔다는 임 씨는"장애로 인해 아이의 삶을 부모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남들이 누리는 소소한 일상을 부러워만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빨리왔으면 좋겠다"며 "화요집회 말고 우리 아들과 쇼핑을 하러 서울에 올라오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류재용 씨 어머니 최수미 씨


"우리 사회도 우리 아이를 사랑해줬으면"

올해로 스물세 살이 된 류재용 씨는 "숨 쉬고 소화하는 것을 빼고는 모든 것을 끊임없이 가르쳐야"하는 중증 지적장애인이다. 평생에 걸쳐 일러주고 돌봐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지금껏 최수미 씨와 남편이 그 '누군가'의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최근 부부는 부모만의 힘으로는 돌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더 늙지 않고 오래 살기를" 바라보지만 최 씨 부부에게도 시간은 비껴가지 않고 흐른다. 올해로 스물세 살인 류 씨는 몇 년 전 사춘기를 겪더니 이제는 부모 품을 떠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눈치다.

하지만, "사회와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복지관, 평생교육기관으로 난 문은 "운에 맡겨야" 할 정도로 좁기만 하다.

최근 '아이를 왜 혼자 자립할 수 있도록 키우지 않았느냐', '너무 응석받이로 키웠다', '그러니 평소에 훈련을 잘 시켰어야 했다'는 무심한 질문과 조언이 마음을 찌른다는 최 씨는 "지역사회에 사는 진짜 발달장애인의 삶을 돌아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진우·정진하 씨 아버지 정충모 씨


"진하에게. 이제 눈물 없는 날만 있을 거야"

발달장애가 있는 두 자녀의 아버지 정충모 씨에게 두 자녀는 애틋하다.

올해 학교를 떠나 또 다른 돌봄 기관을 찾아야 하는 둘째 진하 씨 생각을 하면 마음이 막막하고, 때로 '나는 의무를 다했지만, 나에게 의무를 다하지 않는 국가'를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

그래도 태어나자마자 맞은 큰 위기를 잘 버텨내 준 아이를 두고 기도하던 밤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

이날 정 씨는 둘째 진하 씨가 태어난 지 100일째 맞이하던 날 쓴 편지를 들고 와 낭독했다.

"진하야. 하늘은 결코 널 버리지 않더라. 회사가 기금을 마련해주고, 동료 친구들이 도와주고, 여러 사람이 너를 위해 많이 기도해줬다. 이제 우리가 겪은 이런 일들이 추억이 되고, 우리 가족이 아픔 없이 늘 즐거운 날을 맞이하며 눈물 없는 날만 있을 거라고 믿는다. 사랑한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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