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장애인문인협회, 29일 창립...초대 회장에 강남국 씨

▲ 29일 강서구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실에서 열린 ‘강서구장애인문인협회 창립 기념식, 강남국 초대 회장 (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서울에서 장애인 인구가 가장 많기로 소문난 강서구가 머지않아 장애인 문인(文人)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자치구가 될 전망이다.

'강서구장애인문인협회 창립' 기념행사가 29일 오전 서울 강서구 발산동에 있는 강서구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강서구장애인문인협회' 초대 회장은 '활짝웃는독서회' 강남국 회장이 맡는다.

강 회장은 기념식 초청장에 "평생 시(문학)를 사랑하는 문청(文靑)으로 살면서 18년째 '활짝웃는독서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강서구에는 3만여 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는데 그중에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단 한 사람에게라도 문인(文人)의 길을 걷도록 인도하는 터잡이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문학은 힘이 셉니다. 시대의 역병으로 인해 몇 년째 표류하다 이제 돛을 올리게 되었으니 오셔서 축하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정중하고도 힘 있는 글로 장애인문인협회의 묵직한 첫걸음을 예고한 바 있다.

이날 행사에는 강서구장애인단체총연합회 김용제 회장과 종목별 단체 회장들이 참석했다. 내빈으로는 강선우 국회의원(보건복지위원회), 강서구의회 최동철 의장, 미래복지위원회 강선영 위원장, 조기만 박주선 최세진 구의원, 이의걸 전 구의장 등이 자리했다.

김용제 회장은 축사를 통해 "강서구장애인문인협회 강남국 회장님은 강서구에서 활짝웃는독서회를 오래도록 운영하시면서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계신다. 여러모로 항상 존경하고 있다. 이번에 발족하는 강서구장애인문인협회 또한 지역 장애인들의 정신적인 면 등 여러 방면에서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행사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께서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 29일 강서구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실에서 열린 ‘강서구장애인문인협회 창립 기념식(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이어 강선우 국회의원은 "여러분들 삶 속에서 느꼈던 그런 많은 감정과 일들을 글로 마음껏 표현해 주셔서 우리 사회 세상에 큰 감동 주시리라 기대한다. 설레기도 한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제 의정활동 상당 부분이 장애인 복지에 관한 부분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데 이것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이 참여해야 하고 고용노동부가 참여해야 한다. 더 원활하게 소통해서 여러분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강남국 회장은 많은 장애인에게 문학이 가진 힘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밝히는 것으로 강서구장애인문인협회 소개를 시작했다.

강 회장에 따르면 강서구장애인문인협회는 문학에 관심과 재능을 가진 장애인들을 많이 발굴하고, 등단을 위한 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관련 일정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등 그야말로 문인으로서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된다.

▲ 활짝웃는독서회 제203호 소식지. 강남국 회장이 혼자 제작해 400여 명 회원에게 발송하고 있다. 절반은 우편으로, 나머지는 PDF 파일로 받아서 보고 있다.(사진=팝콘뉴스) © 팝콘뉴스


강 회장은 "(나는) 서른네 살이 돼서야 휠체어에 처음 앉아볼 수 있었다. 학교에 다니지 못해 집에서 독학했다. 열심히 책을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의식을 완전히 바꿔주는 책을 발견했다. 그 책에는 이러한 문장이 있었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나 말고도 세상 사람 모두가 상처 하나 정도씩은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때야 처음으로 알게 됐다. 또 어떤 책의 제목은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였는데 이 역시 위로가 됐다. 양귀자 씨는 슬픔도 힘이 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한 글귀들이 당시 나에게 세상을 달리 보는 눈을 갖게 했다. 이처럼 문학은 힘이 세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바로 어제 발행한 제203호 활짝웃는독서회 소식지는 400여 명이 받아보고 계신다. 절반은 PDF로 받고, 나머지 반은 우편을 통해 책자로 보고 계신다. 이 책 한 권 만드는 데 한 달이 꼬박 걸린다. 돈이 없으니 집에서 편집해 프린트한 뒤 우편발송까지 전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번거롭고 수고가 많이 따르는 이 일을 십수 년째 하는 것은 단 한 명이라도 소식지에 실린 글을 보고 희망을 품고 변화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서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이 밝힌 일화는 그가 장애인문인협회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강 회장은 "활짝웃는독서회 회원 중 중증 지적장애인이신 회원 한 분이 4년 만에 짧은 시 한 편을 외워 낭독하셨던 날, 그만 울고 말았다. 활짝웃는독서회가 아니었다면 그분이 과연 그 시를 다 외울 수 있으셨을까를 생각하니 내가 왜 이 길까지 오게 됐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됐다. 강서구장애인문인협회 창립이 바로 같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강조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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