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은 '베짱이'들에게 드리워지는 '사기' 그늘

▲ (사진=픽사베이) © 팝콘뉴스


(팝콘뉴스=박윤미 기자)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3월.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던 박 씨(당시 39)는 전 직장 동료로부터 댓글 아르바이트 일을 권유받았다. 시간 구애 없이 하루 200개 댓글을 작성하면 순수 15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일이었다. 가정 보육을 해야 하는 처지가 돼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박 씨에게 솔깃한 제안이었다. 출퇴근에 드는 교통비와 점심값, 세금 등을 계산하니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버는 150만 원은 꽤 쏠쏠했다.

인사 담당자와 메신저로 인사 나눈 뒤 간단한 질문에 답을 마치자 면접은 어이없게도 끝이 났다. 즉석에서 채용이 결정됐다. 담당자는 "하나도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박 씨에게 "열심히 해주는 것도 좋은데, 제발 오래 해달라"고 여러 번 당부했다. 업체는 브래지어 기능이 탑재된 기능성 의류를 개발해 판매하는 곳이었다. 박 씨는 구매자인 척하기만 하면 됐다.

박 씨는 후기 10개를 작성하고서야 "하나도 어렵지 않은 일"이라던 인사 담당자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 시작하고 반나절이 지나자 댓글 200개 채우는 것에 부담감이 들기 시작했다. 구매자의 키, 몸무게와 구매한 물품 치수를 적정하게 체크하기 위해 가상의 구매자를 상상하는 일은 일이 거듭될수록 버거웠다. 주변인을 모조리 떠올렸지만, 소스는 금세 바닥났다. 여성 체형이 거기서 거기라지만 자신의 체형이 아니다 보니 가늠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박 씨는 문득 자신이 큰 노력 없이 돈 벌기를 꿈꿨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 에어컨 쐬며 누워서 돈 버는 일?

아무 때나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모르긴 해도 대부분은 사기이거나 내 차지가 될 확률이 낮을 것이다.

누구나 적게 일하고 많이 벌기를 바란다. 오죽하면 최근 "적게 일하고 많이 벌라"는 덕담을 다 주고받을까.

인터넷에 접속하면 '놀면서 돈 벌 수 있는 일인 것'처럼 현혹하는 구인 광고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부분 블로그 포스팅 아르바이트나 댓글 아르바이트 광고다.

스마트폰을 다룰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문구는 매력적이다. 학력도 경력도 나이도 따지지 않으니 학생도 주부도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사용이 능숙한 은퇴자에게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댓글 아르바이트(이하 댓글 알바)'는 생각처럼 누워서 떡 먹기처럼 쉬운 일일까?

이 일을 경험했던 이들에 따르면 절대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댓글 알바는 자칫 사기에 연루될 수 있는 위험한 일로 오염된 댓글을 정화하는 일이 아니라면 가급적 하지 않는 게 낫다.

대구에 사는 홍 씨(37)는 20대 발병한 루푸스와 조울증으로 사회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고양이 여덟 마리를 반려하는 까닭에 매달 고정지출이 있어 같이 사는 남자친구에게 의존할 수만도 없다. 그녀가 택한 것은 '댓글 알바'. 아이디 여러 개를 만들어 여러 커뮤니티 게시글 댓글난에 제품 홍보 글을 다는 일인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일주일에 10만 원 벌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홍 씨는 "댓글 알바도 종류가 다양하다. 안 해 본 일 없이 거의 다 해봤는데 대부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받는 돈은 얼마 안 된다. 업체에서 정해주는 양이 있어 열 개 하고 싶다고 열 개 하고 스무 개 쓰고 싶다고 스무 개 쓰고 그런 구조가 아니다. 목표량을 채우려면 온종일 컴퓨터나 핸드폰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댓글 알바 고용한 업체 및 대표 '형사 처분' 받을 수도

댓글 알바를 고용하는 업체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단기간 내 높은 이익을 거두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댓글 알바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소비자 구매력을 높이는 데 영향력을 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요새는 SNS 광고에 달린 후기를 믿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대놓고 "찐(진짜) 후기 없나요?", "알바 티 너무 난다"는 글이 달릴 정도로 후기에 의구심을 품는 현명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 거짓 후기에 속은 경험이 소비자들의 분별력을 높인 것이다.

한때 파워블로거들이 업체로부터 물품이나 현금 등의 대가를 받고 홍보성 게시물을 작성하던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이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소정의 고료를 받고 작성했습니다. / 물품을 지원받았습니다' 같은 문구를 반드시 명시하게끔 법이 손을 쓴 것도 소비자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시기 혜성처럼 등장한 단어가 있으니 바로 '내돈내산(내 돈 내고 내가 샀다는 뜻)'이다. 대가에 연연하지 않은 진짜 후기를 궁금해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알 수 있는 단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 댓글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법적인 제재가 마련돼 있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찐' 소비자들이 찐 후기를 작성함으로써 선량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늘고 있다는 것.

법조계에 따르면 사익을 위해 댓글 알바를 고용해 거짓 후기를 작성하게 하는 업체와 그 업체의 대표, 직원 등은 형사처분 받을 수 있다. 거짓으로 미래 소비자를 현혹하는 행위가 '대중을 기망하는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인 이 모 씨(45)는 "정당한 값을 주고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는 거짓으로 후기를 작성할 이유가 없다. 이런 경우는 그야말로 후기가 소비자들에게 순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기존 고객이 전혀 없는 신생 소자본 기업 등에서는 입소문이 날 때까지 버틸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대박을 터트리고자 하는 계산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예인,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 영향력 있는 이들을 통해 물건을 광고하는 것이다"며 "문제는 이 같은 방법을 넘어 판매량이 많아 보이기 위해 댓글 알바를 고용해 거짓 후기를 대량생산 하는 업체들인데 이는 어디까지나 눈속임이자 사기"라고 말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댓글 알바를 해서 벌 수 있는 돈은 댓글 1개당 평균 200~350원이다. 최저임금 수준이다. 그러나 이 일을 했던 이들의 복수의 증언에 따르면 댓글 1개당 10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휴학 기간 중 댓글 알바 일을 했었다는 C씨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며 "택배 상하차 작업 같은 고된 일과 비교하면 편한 일은 맞지만, 바보가 되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고 스스로가 매우 부끄럽게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단 3일 일했다는 D 씨 또한 "여태까지 했던 일 중에 최악의 일"이라며 "그만두고 1년이 지났는데도 거기(업체)에서 계속 일할 생각 없냐고 카톡이 온다. 그 일 덕분에 이제 대형 쇼핑몰 말고는 후기 같은 건 안 믿는다. 악플 다는 사람이나 댓글 알바하는 사람이나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편하게 돈 벌고 싶으면 열심히 공부해서 스펙 쌓고 좋은 데 취직하면 된다. 남의 돈 벌기 어렵다는 어른들 말이 진리다"고 말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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