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갖고 태어난 것도, 극단적 선택도 그들만의 책임 아냐... '사회적 재난'"
"24시간 지원체계 마련해야"

▲ 12일 대한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과 발달장애인 당사자 및 그 가족들이 '발달장애인 참사 49재'를 마치고 분향소가 설치된 삼각지역에서 대통령 집무실로 행진하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지난 5·6월 두 달간 국내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가족에 의해 숨지거나 그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은 다섯 건이다.

지난 5월 23일, 서울 성동구 거주 40대 어머니와 인천 거주 60대 어머니가 각각 발달장애인 6세 아들, 복합장애인 30대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고, 같은 달 17일 전남 여수시와 30일 경남 밀양시, 6월 3일 경기 안산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12일 삼각지역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진행된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추모 49재 및 정부 책임 촉구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한 종교계는 일련의 사건들이 '사회적 참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49재를 주관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지몽 스님은 "발달장애인 특성상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24시간 가족이 함께해야 한다. (발달장애인 구성원이 있는 가족들은) 돌봄으로 인해 몸과 마음의 한계에 부딪히며 죽음을 선택하도록 내몰리는 상황"이라며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24시간 지원체계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5월 26일부터 49재까지, 종교, 시민단체를 넘어 '공동체'로서 연대 속에서 모두가 영혼을 위로하고 내세의 평안을 기도했다. 국가와 지자체는 종교계가 사회적 약자인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엄중하게 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현욱 원불교 인권위원회 교무는 "왕정 시대에는 특정 계급, 위치에 있지 않으면 사람 취급받지 못했고, 제국주의 시대에는 '효용성'이 없다면, 강자가 아니라면 사람 취급받지 못했다. 지금은 더 이상 아니다"라며 "내가 어려움에 부닥치면 공동체가 나서서 나를 보호해줄 수 있다는 신뢰가 민주주의 사회를 유지하는 동력이다. 누구도 영원히 강자나 약자가 아니다. 누구든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하고, 누구든 나서서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시민사회와 국가책임을 강조했다.

▲ 12일 삼각지역 분향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주최 추모 49재가 진행되고 있다 ©팝콘뉴스

이날 추모 발언에는 지난 5월부터 49재에 해당하는 지난 10일까지 삼각지역에서 운영된 분향소 앞에서 추모 미사, 추모 예배 등을 차례로 진행한 여러 종교계 역시 힘을 보탰다.

이날 추모 발언에 나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국 김영주 목사는 "종교가 있어야 할 곳은 가장 소외된 사람의 옆자리"라며"장애를 갖고 태어난 것이 죽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그들만의 책임일 수도 없다. 그들 곁에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고, 이 사회는 이들을 밀쳐냈다. (일련의 참사는) 국가가 마땅한 책임을 방기하면서 발생한 '사회적 재난'"이라고 강조했다.

또, "(2018년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수립 전후로) 발달장애인 지원 법률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24시간 지원체계 마련은 포함되지 않았다. 가족에게만 무거운 짐을 지우는 현실도 바뀌지 않았다"며 발달장애인국가책임제 마련을 촉구했다.

김종화 천주교 남자수도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신부는 "가톨릭 성경 요한복음에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는 말씀이 있다. 종교, 인종, 민족, 피부색 등 서로 다른 여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진리'고, '생명'의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이라며 "발달장애인(의 생명은) 존엄하고 수평적으로 소중하다"고 말했다.

▲ 추모발언 중인 종교계 5대 종단 © 팝콘뉴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49재까지 매주 각 종단에서 한 곳씩 위로를 보냈다. 위로와 함께 정부에 제도 개선 요구까지 함께해줘 고마운 마음"이라며 "함께 살아가겠다. 열심히 활동해서 살아남은 자들의 희망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 마련을 위한 촉구 결의안'이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국회 발의됐다. 해당 입법안에는 각각 176명, 178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골자는 발달장애인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한 실태 전수조사 시행과 이를 위한 참사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등이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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