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두 번째 취미, '마카쥬'

(팝콘뉴스=강나은 기자)교과서 표지에 그림 그리기, 책등에 학번과 이름 쓰기부터 스마트폰 배경 화면 바꾸기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나만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물건에 나만의 표식을 남기는 것은 단순한 소유욕을 넘어 개성과 자의식을 내보이는 표현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이러한 취미를 오랫동안 갈고 닦았다면 색다르면서도 단순하고, 쉽지 않으면서도 '나'다우면 그만인 마카쥬도 딱 맞는 취미생활이 되어 줄 것이다.

*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취미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게 된다면, 현재 내 삶에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시간이 넉넉한데도 떠오르는 취미 하나 없다면, 새로운 취미에 맛들일 기회가 아닐까요?

▲ (사진=여뜰리에 화실) © 팝콘뉴스


21세기에도 이어지고 있는 나만의 표식 그리기

마카쥬는 19세기 귀족이 자기 트렁크에 이니셜을 새겨 물건을 쉽게 찾으려던 것에서 시작되었다. 요즘 말로 '커스텀'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마카쥬는 보통은 가죽제품에 많이 하곤 하는데 가죽뿐만 아니라 캔버스, 유리 등에도 나만의 표식을 그려 넣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가죽'보다는 나만의 표식을 그려 넣는 '행위' 자체이다. 여뜰리에 화실 여인영 대표는 마카쥬를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움이 넘치는 현대 사회에서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됐는데요. 마카쥬는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기성품에 나만의 표식을 함으로써 새로운 방법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처음 마카쥬를 시작하면 자기 생각대로 붓질이 되지 않아 답답할 수 있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집에서도 쉽게 마카쥬를 즐길 수 있으며, 다른 물건이나 재질에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명품 가죽제품을 구매할 때 마카쥬 커스텀을 추가하면 아주 작은 이미지도 몇십만 원이 추가되곤 하는데, 직접 마카쥬 커스텀을 배운다면 내 상상대로 나의 손으로 직접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또한 마카쥬는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소품을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유행이 지나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제품을 꺼내어 색상을 바꾸거나 그림을 그려 넣을 수도 있으며 이니셜, 이름을 새겨 넣어 나의 소유임을 드러낼 수도 있다. 생채기가 난 제품이나 손이 가지 않는 물건에 나의 방식대로 숨을 불어넣어 주면 금세 다시 나만의 제품으로 되살아난다.

▲ (사진=여뜰리에 화실) © 팝콘뉴스


넣고 싶은 그림을 덧붙여 만드는 마카쥬

그렇다면 마카쥬는 어떻게 시작할까? 우선은 마카쥬 전용 물감과 마감재, 클리너, 붓, 물통, 은색 펜 등의 기본 재료가 필요하다. 물론 마카쥬를 그릴 제품도 있어야 한다. 손이 잘 가지 않아 오랫동안 묵혀놓았던 가방이나 지갑, 파우치, 운동화 등 가죽이나 캔버스로 만들어진 제품을 가져오자.

그다음으로는 그려 넣고 싶은 이미지를 고른다. 직접 생각해낸 그림을 새겨넣어도 좋지만, 초보자여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원하는 그림을 원하는 크기로 프린트해서 이미지의 테두리를 오린다. 이번에는 가죽이나 캔버스에 프린트를 대고 은 펜으로 따라 그려보자. 그림 실력이 없어도 이는 어렵지 않다.

만약 가죽제품이라면 표면에 코팅이 되어서 나오기 때문에 클리너로 이미지가 들어갈 부분을 닦아주고 난 뒤에 그림을 그려야 한다. 면봉을 사용해서 이미지가 들어갈 부분의 코팅만 벗겨내고 마카쥬 전용 물감 중 화이트를 사용해 베이스를 칠해준다. 여러 번 칠해야 색을 넣을 때 발색이 더 좋다.

"작업하다 보면 그림을 그리는 과정보다도 밑 색을 칠하는 이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흰색으로 여러 번 덧칠을 해서 마르는 속도가 달라 울퉁불퉁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걸 방지하기 위해선 얇고 평평하게 여러 번 바르는 것이 중요해요."

밑 색 작업이 끝나면 다시 프린트를 조각조각 자르고 펜으로 새긴 뒤 색을 넣으면 된다. 그림에 따라 다르지만, 검은색으로 테두리를 그리는 이미지를 선택할 때도 많은데, 이때는 세필로 선을 따고 나면 그림이 확 살아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존 제품에서 내는 광택과 같은 마감재를 사용하여 그림을 코팅해주면 나만의 마카쥬가 완성된다.

▲ (사진=여뜰리에 화실) © 팝콘뉴스


아름다움에 취(醉)하고, 이를 다시 내 것으로 취(取)하다

마카쥬를 시작한 한 수강생은 첫 작품으로 지갑의 색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알록달록한 색이 입혀져 있던 지갑의 코팅을 모두 지워내고 검은색으로 지갑 전체를 덮었다. 색이 변한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큰 상황에서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려 넣은 뒤에는 정말 아이처럼 좋아했다. 이후에 집에 쌓아놨던 가방과 지갑, 운동화를 왕창 가져와 모두 리폼에 나섰다. 심지어 갖고 싶었던 가방이 중고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사 와서 마카쥬로 자신이 원하는 색상으로 바꾸기도 했다. 작은 이미지를 따라 그리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이렇듯 점차 자신만의 창작품으로 완성해가기도 한다.

2019년에는 여뜰리에 화실 회원들의 첫 번째 전시회가 있었다. 전시 제목은 '취미(醉美)'였다. '취할 취'에 '아름다울 미'를 써서 '아름다움에 취한다'는 뜻이다.

"그림에, 붓질에 서툴더라도 2시간 혹은 3시간 동안 온전히 나를 위해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멋진 작품이 완성되어 있곤 하는데요. '곰손'이였던 분들도 붓과 물감의 아름다움에 자연스럽게 취하게 된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렇듯 마카쥬는 아름다움에 취(醉)하고, 이를 다시 내 것으로 취(取)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평소 나만의 표식을 남기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오래 쌓아두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업사이클링을 하고 싶다면, 마카쥬로 나도, 환경도 살릴 수 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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