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오랑에 다녀왔습니다

▲ 3일 오전 광진구 청년공간 광진오랑에서 진행된 마을 환경 축제 '광진오랑이지구'를 찾았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5일 세계환경의날을 맞아 환경 관련 행사들이 곳곳에서 한창이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오는 8일까지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되고, 중앙정부 차원의 환경의날 행사도 매년 개최 중이다. 다만, 혹 '알고' 가야 할 것 같다는 부담에 하루씩, 이틀씩 계획을 늦추다가 결국 마음을 접어버리는 경험을 반복하고 있다면, 지나가다 들러도 좋은 '마을 축제'는 어떨까.

지난 3일 오전 소외되는 사람 없는 환경 축제, '광진오랑이지구'가 진행된 서울청년센터 광진오랑을 찾았다.

■ '놀면서해가지구'

이날 행사는 제로웨이스트 팝업스토어 '제로가지구', 의류교환 부스 '구제가지구', 가죽팔찌 만들기 '자투리가지구', 등 제로웨이스트 체험, 상품 구매, 물물교환 등 상가 거리를 방불케 하는 다채로운 부스들로 꾸려졌다.

하지만, 이 모든 부스를 제치고, 통과의례처럼 방문객이 가장 먼저 거쳐 가는 부스가 있었으니, 게임부스인 '게임해가지구' 부스다.

'게임해가지구' 부스는 페트병 뚜껑을 가장 멀리 밀어내는 '뚜껑 알까기', 제한 시간 30초 안에 운영진보다 높은 뚜껑 탑을 쌓는 '뚜껑 쌓기', 상자 안에 마구잡이로 들어있는 쓰레기를 빠르고 바르게 분리배출하는 '분리배출 게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본격 환경보드게임 판도 한편에 벌였다.

게임에 참여하면, 탄소제로로 향하는 '발걸음'을 얻을 수 있고, 높은 성적을 내 '랭킹'에 올랐다면 더 많은 발걸음을 얻는다. 35개의 발걸음을 모으면, 제로웨이스트 상품 뽑기의 기회가 돌아간다.

게임들 사이에 머뭇거리며 서 있는 것 역시 적절한 참여 태도다. 발견 즉시 안내에 돌입하는 프로페셔널한 운영진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 한 방문객이 광진오랑이지구 분리수거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 팝콘뉴스

이날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곳곳에 붙은 QR코드(정보무늬)를 찾아내 '퀴즈'를 풀어보는 데도 열을 올렸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은 몇 리터일까", "세계오염산업 2위는?", "국내 매립지의 절반 이상이 포화상태가 되는 데 남은 시간은?" 등의 질문에 관한 답을 운영진에게 이르면 관련한 토막 상식과 함께 몇 개의 발걸음을 또 얻을 수 있다.

답이 헷갈린다면, 운영진이 슬쩍 보내는 눈짓에 주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름다운가게 봉사활동단으로 현장을 찾은 박성현 씨(23, 광진구)는 "게임에도 참여해보는 게 재미있는 것 같아서 게임도 해봤는데, 일단 만들어진 게 재미도 있지만, 분리배출 게임 같은 경우에는 뭘 잘못했고 이런 걸 알 수 있어서 재밌더라"며 "영수증을 '종이' 칸에 버렸는데 일반 쓰레기더라. 새로운 걸 알아간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휴가 맞이 딸과 데이트 차 '광진오랑이지구'를 찾았다는 이성미 씨(47, 광진구)는 "뉴스에서 흘려듣는 것과 퀴즈 풀고 하면서 알게 되는 정보는 다르더라. 더 와 닿았다. 특히 8년 후면 국내 매립지 절반은 못 쓴다는 게 제일 충격적이었다"며 "보통 철 지난 옷이 있으면, 귀찮기도 하고 재활용 방문 수거를 맡겼었다. 그런데, 좋은 일도 하면서 옷들도 그냥 버려지지 않는다니까,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해볼까 한다"라고 말했다.

■ '함께해가지구'

게임과 퀴즈에 열띠게 참여했다면, 목이 마를 때가 됐겠다. 입구 바로 앞 주방에서는 '웰컴 드링크'를 제조해 방문객이 들고 온 텀블러에 배급했다. 자몽과 레모네이드 2종, 부스는 광진구 아차산 인근 중고등 대안학교 '아름다운학교'가 맡았다. 아름다운학교는 비건이나 기후 위기에 관한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 내 텃밭에서 학생들이 직접 기른 작물로 페스토를 만들어 판매하는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이날 오후에는 수업이 끝난 학생들이 축제에 운영진으로 직접 참여해, 오후 시간 '페스토가지구' 체험부스를 운영한다. 또, 페트병을 이용한 화분 키트에 상추 모종을 심어 전달하는 '상추가지구' 체험부스도 이끈다.

이날 웰컴드링크 바에서 부스를 운영한 이범용 아름다운학교 교사는 "학교에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교육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사회나 집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이야기할 때의 온도와 우리가 교육할 때의 온도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거였다. 집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학교에서는 시급하다고 하니까"라며 "이런 공간에 친구들이 오면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많고, 이런 활동이 우리 사회에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것 같아, 개인적으로 기쁘다"라고 말했다.

▲ 아름다운 학교에서 마련한 웰컴드링크 바 © 팝콘뉴스

오후 체험을 아름다운학교 학생들이 채운다면, 오전 체험은 아름다운가게 리사이클링 디자인 제품 브랜드 '에코파티메아리'가 맡았다.버려진 소파가죽 조각이나 아름다운가게에 기부됐지만, 판매는 할 수 없는 옷을 재료 삼아 새활용하는 브랜드다.

에코파티메아리 체험 부스 옆에는 아름다운가게 친환경숍 지구살림 2호점 광진화양점에서 꾸린 제로웨이스트 제품 판매 부스가 자리했다. 친환경 수세미, 샴푸바, 에코파티메아리의 가방 등이 정갈하게 오른 매대 앞으로 방문객들이 북적였다.

안금영 아름다운가게 광진화양점 매니저는 "아름다운가게에서 친환경숍 '지구살림'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판매하는데, 우리가 2호, 1호는 송파가락점"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축제에는 아름다운가게와 아름다운학교 등 지역 공간과 함께, 환경의제를 다루는 단체들도 손을 보탰다.

옷에 사연을 적어 공유하는 '21%파티'는 '구제가지구' 부스에 툴킷을 제공했고,이날 오후 진행된 수다 프로그램 '두시티톡'에는 퍼펫을 만드는 인형꾼 배시시이자 광진구 환경활동 프로젝트 팀 '쓰장'의 장이가 자리했다.

다다 광진오랑 청년매니저는 "광진구에서 환경 의제를 중심으로 몇몇 기관과 단체들이 협력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중 기관 몇 개소에 헙업을 제안드렸고, 이때 아름다운가게 금영 매니저님과 소통하여 협업 결정을 했다"라며 "부스 참여 외 아름다운가게도 마을이지구에 참여해서 지구를 살리는 공익상품 특별전, 우유팩 수거 캠페인(6/3~6/10) 역시 운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 21%파티와 협업한 '구제가지구' 부스 뒤에 이날 방문객들이 전달한 안 입는 옷들이 걸려 있다. 옷걸이 목 아래 사연을 적은 택이 보인다 © 팝콘뉴스

다양한 주체가 꾸린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 만큼, 이날 현장에는 각 주체와 접점이 있는 방문객, 마을과 접점이 있는 방문객, 광진오랑에 관심이 있는 방문객 등 다양한 이들이 모여서 북적였다. 오게 된 계기도 '당근마켓', '지역 잡지', '부스 운영진을 알아서' 등 다양했다.

21%파티 행사에 두 번째 참여한다는 김우정 씨(27, 광진구)는 "21% 파티에 처음 참여해보고 좋다고 생각했었다. 가봐야지 했는데 동네에서 진행한다기에 왔다. 와보니 행사가 많은 것 같아 둘러보고, 오늘 성수에서 환경영화제가 있어서 오후에 그리로 넘어갈 예정"이라며 "안 입는 옷을 교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너무 좋다. 옷에 얽힌 이야기 보는 재미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21%부스의 운영진으로 참여한 '람' 광진오랑 서포터즈는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실천하고 공부하고 있다. 마을환경축제를 한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며 "재미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니까,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 우리마을이 지구


광진오랑은 환경 축제 등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광진오랑은지난해 두시티톡 샴푸바 만들기 , 환경의제 캠페인 기획 프로젝트 '쓰리 리(RE:RE:RE:, reduce, reuse, recycle)' 등 환경의제 모임을 진행한 바 있다. 이밖에 마을자치센터와 한살림 등과 함께 제로웨이스트 제품 전시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환경축제를 함께 기획한 광진오랑 '서포터즈'처럼, 지역 안팎에서 환경운동을 계속하는 이들과의 관계도 돈독해졌다는 부연이다.

다다 광진오랑 청년지원매니저는 "장기적인 관점에선 우리가 지치지 않고 서로 '연대'하면서 실천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크게 느낀다. 이들을 모으기 위해, 이번 축제처럼 환경의제를 많은 청년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걸 가볍게 풀어나가는 것도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한다"라고 행사의 의의를 밝혔다.

▲ 아름다운가게 광진화양점이 마련한 친환경 팝업 숍 부스에서 방문객들이 친환경 제품을 고르고 있다 © 팝콘뉴스

광진오랑은 앞으로도 환경 의제에 대해 지역과 협업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청년들이 나 혼자만 환경운동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도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이 의제로 같이 활동하고 있다는 든든함을 느끼면 좋을 것 같아서"라는 설명이다.

이날 부스를 차린 광진오랑의 1인가구 건강끼니 사업 '프룻프룻'도 매달 이어진다.2022년에는 환경교육 RE:RE:RE:season.2, 광진오랑 환경축제 쓰리리S2 서포터즈를 운영하여 환경 의제에 관심 있는 청년들과 관내 기관 및 단체와 협업으로 축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다 매니저는 "환경운동을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진짜 작은 '실천'부터도 환경운동이다. 분리배출할 때도 페트병 라벨은 분리한다거나, 깨끗하게 씻어서 배출한다거나. 작은 것부터 실천할 수 있으니까,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축제 등 함께할 재미있는 기회로 접점을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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