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라진 개그 프로그램 대신 5분 영상으로 만나는 개그 콩트

(팝콘뉴스=강나은 기자)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가요?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인지는 모르겠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은 공감 갈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 웃음을 터뜨릴 때를 살펴보면, 별것 아닌 익숙한 공감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렇듯 지나치게 현실적인 하이퍼리얼리즘을 통해 웃음을 주는 유튜브, '숏박스'도 마찬가지입니다.

* 과거의 우리의 문화생활은 어땠나요? 음악을 감상하고, 책을 음미하며 산책을 즐기기도 했죠.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문화생활은 어떤가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동영상을 즐기며, 책을 읽기도 하고, 운동도 합니다. 우리의 문화생활 모두가 어느새 스마트폰 속으로 쏘옥 들어갔죠. 그런데 너무 콘텐츠가 많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시겠다면, '디지털 문화생활'에서 애플리케이션, 유튜브,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내 손바닥 위에서 즐기는 디지털 문화생활,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사진=유튜브 채널 '숏박스') © 팝콘뉴스


개그 프로그램 대신 유튜브를 점령하기 시작한 공채 개그맨들

한때는 일요일 밤마다 방영되었던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돌아오는 월요일을 준비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학교든, 직장이든, 모임이든 어딜 가도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유행어가 자주 들려오던 시절이었죠. 이러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과장된 말투와 표정, 어이없는 정도로 딱 들어맞는 상황으로 유행어를 반복하며 인기를 끌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방송사마다 하나씩 있었던 대표적인 개그 프로그램의 인기가 곤두박질쳤고, 결국에는 폐지에 이르렀습니다. 막상 개그 프로그램을 안 본 지 꽤 오래되었음에도 폐지 소식이 안타까웠던 것은 이러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개그 콩트를 볼 프로그램이 마땅히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개그 프로그램이 저문 지 꽤 오래 지났는데요. 최근 유튜브를 통해 공채 개그맨들이 재조명받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우리가 그리워하던 개그 콩트와 함께였죠. 게다가 다시 돌아온 개그 콩트는 이전에 우리가 개그 프로그램에서 봐오던 것과는 약간 달랐습니다.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과장된 모습보다는 일상 속 재미있는 포인트를 세세하게 찾아내 '공감'을 무기로 미세하게 웃음 짓게 했죠. 이러한 개그 유튜브 중 현재 꽤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브가 바로 '숏박스'입니다.

▲ (사진=유튜브 채널 '숏박스') © 팝콘뉴스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가 콩트가 되는 '숏박스'

'숏박스'는 처음에만 해도 김원훈, 조진세 개그 듀오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첫 영상은 '말하지 말라고'라는 영상이었는데요. '오징어게임'을 스포하려는 자와 스포 당하지 않으려는 자의 에피소드입니다. 미리 결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결말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물어보며 은근히 스포하는 얄미운 진세도, 궁금해서 자꾸 물어보면서도 결말만은 듣고 싶지 않은 짜증스러운 원훈도 우리의 일상과 정말 닮아있습니다.

그러나 숏박스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지난 1월이었는데요. 엄지윤이 동반 출연을 시작한 '장기연애' 편 이후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2022년 4월 100만 구독자를 달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었길래 이렇게 많은 인기를 얻었냐고요?

예를 들어 '장기연애 - 벚꽃놀이' 편을 보면, 장기 연애한 커플의 노련한 벚꽃놀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선은 유명하고 사람 많은 벚꽃 명소 대신 숨겨진 동네 벚꽃 명소를 찾아갑니다. 지윤은 오래간만에 새 나들이옷을 입고 나왔고, 늘 그렇듯 원훈은 트레이닝복 차림입니다. 그러나 지윤은 덕분에 오히려 자기가 예뻐 보인다며 원훈의 트레이닝복 차림을 놀리기 시작하죠. 둘은 그동안 함께 다녀왔던 벚꽃 명소를 되짚으며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지윤이 요일마다 아파트에 찾아오는 길거리 음식을 떠올리며 원훈에게 사다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원훈은 지윤이 이야기했던 다코야키는 물론, 곱창까지 사 와 벤치에 음식들을 펼쳐놓고 먹기 시작합니다.

둘은 서로 놀리기도 하고, 상대방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뜬금없는 말을 꺼내기도 하지만, 은근히 서로를 챙겨줍니다. 서로가 좋아하는 음식도, 가고 싶은 곳도 다 알고 있는 이들이니까요. 음식을 다 먹고 나서 다시금 사진찍기에 열중하고 있는 둘은 이 벚꽃 명소 역시 다른 벚꽃 명소처럼 방송에 소개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이 둘은 이렇게 걱정합니다. '내년에는 어디 가지?'라고요.

▲ (사진=유튜브 채널 '숏박스') © 팝콘뉴스


일상의 대화에서 웃음 찾기

이외에도 '숏박스'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은 화장실 안에서 옆 칸에 있는 사람에게 휴지 빌리기, 밸런스 붕괴한 밸런스 게임에 대답하기, 길거리에서 만났는데 기억 안 나는 동창과 대화하기, 아이언맨과 헐크 중 누가 더 센지 말싸움하기, 마감 30분 전 미용실에 들어가기, 술집에서 서로 헌팅 미루기, 찐 남매의 코로나19 극복하기 등 아주 사소하고도 치밀합니다.

이러한 에피소드들 모두 하나하나 뜯어보면 폭소를 터트릴만한 유머를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피식 웃을만한 이야기에 공감하게 됩니다. 물론 이 콩트가 우리의 일상을 보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데는 세 사람의 연기력이 큰 몫을 합니다. 친근하면서도 얄밉고, 공감 가면서도 웃음이 터지는 건 이 덕분이겠죠.

별 웃음없이 지나갔던 일상의 대화가 더 즐거워지도록 만들어줄 유튜브, '숏박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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