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발달장애인 부모들 삭발투쟁, 지난 4월 이어 두 번째
정부 사업 발달장애인 배제해 지방정부 역할 시급
"더 이상 우리를 예비 가해자로 만들지 말라"

▲ 27일 서울시청 앞에서 숨진 발달장애인과 가족 추모제 및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서울시 규탄대회가 열렸다. 이날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19명은 삭발투쟁하고 서울시에 요구안을 전달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2020년 4월 한 어머니가 4개월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했다. 같은 달 다른 발달장애인은 부모 사망 후 노숙 생활을 하다 발견됐다. 같은 해 8월, 9월, 10월에는 발달장애인이 추락사하는 사건이, 12월에는 집에 혼자 있던 발달장애인이 화재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021년 2월과 4월에는 발달장애인 부모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지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지난 23일에는 서울 성동구에서 4세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를 살해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모두 서울시에서 지난 2년간 발생한 사건이다.

27일 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는 서울시청 앞에서 숨진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의 추모제 및 서울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서울시에 사는 3만 4천여 명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가지 말라"며 서울시 차원의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발달장애인 부모 19명이 삭발투쟁에 나섰다. 지난 4월 19일 발달장애인 부모 556명이 삭발하고 15일간 단식투쟁을 진행한 지 한 달 만이다.이날 추모제 및 규탄대회 현장에는 100여 명의 장애인 부모, 당사자 등이 자리했다.

김수정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고 여기서 기자회견을 했다. 부모가 자녀를 죽이는 끔찍한 사건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요청했고, 수많은 면담 요청을 했다. 그런데 오늘까지 한 번도 만나주지 않고 있다"며 "최근 2년 동안에만 서울에서 죽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9명이다. 엊그제는 한 엄마가 여섯 살짜리 아들을 품에 안고 죽었다. 그러면, (오 시장은) 이 자리에 시장으로서 한번 내다봐야하는 것 아니냐"라고 일갈했다.

▲ 연대가 마련한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 추모비 앞으로 발달장애인 부모 등이 헌화를 위해 줄 서 있다 © 팝콘뉴스

■ 중앙정부 소관, 활동지원·주간활동 발달장애인 배제해...지방정부 역할 절실

현재 발달장애인 지원서비스는 크게 센터 등을 통해 당사자에게 낮시간 프로그램을제공하는 '주간활동서비스(이하 주간활동)', 활동지원사를 시간제로 고용할 수 있는 급여를 제공하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이하 활동지원)' 두 갈래로, 모두 복지부 사업이다.

그간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활동지원 급여를 결정하는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가 신체 기능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별도 조사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 내 왔다.

또, 발달장애인이 주간활동에 참여하는 경우, 최종 책정 활동지원 급여가 추가 삭감된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박미라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성동지회장은 "지금 만 6세 이전에는 '발달지연' 소견은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지원책은 없다. 돌봄도, 활동지원도 못 받는다. 만 6세가 지나야 받을 수 있는데 그조차 '장애등록'을 하지 않으면 못 받는다. 누가 (아이와 숨진) 그 엄마를 비난하겠나"라며 "성인이 된 아이들도 엄마가 오롯이 집 안에서 데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복지부의) 평생교육 사업이 있지만, (이용 기간은 최장) 5년밖에 안 된다. 주간활동서비스도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시간이 부족하고, 돌볼 선생님을 구하는 것조차 힘들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 요구안 전달을 위해 서울시청으로 이동 중인 김수정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회장, 박미라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성동지회장, 정희경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 © 팝콘뉴스

이날 모인 당사자와 가족들은 지방정부인 서울시의 역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 냈다.

서울시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서울시청 앞 단식 및 노숙 농성을 통해 발달장애인 지원책 마련을 요구했던 2016년 지자체 중 선도 격으로 발달장애인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지자체 최초로 장애인 지원주택(24시간 활동보조 인프라 적용), 장애인자립생활주택(자립 준비기간 일시 거주) 등을 제도화한 바 있으며, 현재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조력 시설을 지역 내 운영하고 있다.

다만, 장애인 지원주택은 현재 158가구(지난 1월 기준)로 2018년 서울시가 밝힌 목표(2022년까지 248호)에 못 미치고,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광진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피플퍼스트성북센터, 피플퍼스트 서울센터(영등포구)3곳이다. 올해 성동구와 마포구에 신설 예정인 두 곳을 합해도 다섯 곳에 그친다.

서울시 내 설치된 장애인 이용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50여 곳 중 극히 일부만 발달장애인 이용 시설인 셈이다.

조미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강남지회 감사는 "지난 2016년 42일간의 노숙 농성과 26명의 삭발로 서울시에 평생교육센터와 가족지원센터 등이 설립됐다. 2018년 4월 209명의 부모와 당사자, 뜻있는 사람들이 삭발했고,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와 종합지원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며 "삭발이 마지막이길 바라지만, 머리카락을 잘라내는 일이 또 생긴다면, 다시 그 일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경남에 살고 있는데, 경남은 18개 시군에 별도 사례(조사기관)가 있어서 위기 가정이면 미리 찾아가서 예방하고 있다"며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24시간 지원체계 마련은) 생존을 위한 정책"이라고 짚었다.

▲ 이날 현장에는 발달장애인 부모 등 약 100여 명이 모여 함께 목소리냈다 ©팝콘뉴스

이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는 서울시청에 정책 요구안과 이날 삭발투쟁으로 잘린 부모들의 머리칼을 담은 상자를 함께 전달했다.

제안서에는 ▲재가발달장애인 지원주택 자치구당 10호 공급 ▲서울형 도전적행동(발달장애인 자해, 공격 행동 등) 지원 체계 구축 ▲발달장애인 일자리 및 권익옹호 지원 확대 ▲주간활동지원 및 평생교육 지원체계 구축 및 강화 ▲발달장애인 돌봄지원 및 가족 지원 확대 ▲발달장애 전담부서 설치 등이 담겼다.

윤종술 회장은 "우리는 추모제를 열면 '우리를 제발 예비가해자로 만들지 말라'고 외친다. 우리 중 절반은 자녀와 함께 세상 떠나는 것을 생각해 봤을 것"이라며 "중앙정부, 지자체, 부처, 다 이런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장애인부모연대는 서울시 부시장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홍수희 서울장애인부모연대 광진지부 회장은 "(서울시장과의 면담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시장과 면담 약속을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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