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차제연 국회 앞 단식 농성 마무리
"차금법은 일상의 평등 '감각' 마련하는 '토대법'"
"인권을 모르는 자유는 권력의 자유일뿐"

▲ 26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국회 앞 단식 농성 마무리 기자회견에서 활동가 및 시민들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팝콘뉴스

(팝콘뉴스=권현정 기자) 활동가 단식 각각 46일(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 39일(이종걸 친구사이 사무국장), 21일(이진숙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 17일(임푸른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활동가), 제정 촉구 성명 연명자 5000여 명, 문화제 35회, 기자회견 24회, 비상시국선언 연명 813명, 동조단식 참여 시민 900여 명.

지난 4월 11일부터 국회 앞에서 한 달 반 동안 진행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이 만든 기록이다.

26일 국회 앞 농성장 앞에서 진행된 차별금지법 쟁취를 위한 46일 농성·단식투쟁 마무리 기자회견에 모인 이들은 "우리의 실패가 아니라 정치의 실패이므로 절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 냈다.

이호림 무지개행동 활동가는 "차별금지법 제정하라고 곡기를 끊으니 수많은 국회의원이 찾아왔지만, 논의는 진전이 없었다"며 "우리가 동료 시민들을 설득하고, 매일같이 문자로 절박함을 호소하고, 시민들이 행동하는 동안, 국회는 뭘 했나. 대중적인 지지도, 법사위 공청회도 국회가 아니라 우리의 투쟁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짚었다.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첫 정부 발의 후 국회 발의와 계류를 반복하다 지난해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국회 법사위에 회부됐으나 지난 11월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이 2024년으로 심사 시한을 연기하면서 21대 국회 회기 내 심사 가능성이 다시 묘연해졌다.

지난 25일 법안 소위원회 공청회 수준에서 첫발을 뗀 국회 내 논의 역시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이 반대 측 패널 추천도, 출석도 거부하면서 '반쪽짜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차제연) 등은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박광온 법사위원장에 차별금지법의 '신속처리 법안 지정'을 촉구하는 질의서를 발송했으나 답변 시한이었던 지난 25일까지 답변은 없는 상황이다.

지오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에) 과반의석 가지고 논의 테이블에 올리기라도 하라고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요구했지만, 어제 12시까지 답변은 없었다"며 "(박홍근 원내대표는) 끝내 당 차원의 입장을 내지 못했고 (박광훈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핑계를 대면서 여야합의사항이라는 권고로 책임을 방기했다"고 꼬집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미루는 이유가 개별 조항의 부적법, 사회적 합의 여하 때문이 아니라 일부 보수 개신교의 성소수자 혐오를 용인하기 때문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이호림 무지개행동 활동가는 "(농성 기간) 국회가 증명한 것은 다른 누가 아니라 당신들(국회)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가로막고,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점"이라며 "성소수자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돌림노래를 부르면서 15년을 미뤄온 당신들은 비겁하고 무능하다"라고 짚었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차원에서 열린 토론회는 찬반 동석으로 패널을 구성하면서, 반대 측 패널로 '성지향은 선택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보수 개신교 목사 등을 섭외하면서 비판을 들은 바 있다. 당시 토론회에 찬성 측 패널로 참석한 조혜인 변호사는 "'어떤 사회 구성원들은 보호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서 토론을 시작할 수는 없다"고 현장에서 지적한 바 있다.

미류 차제연 활동가는 "(국회의 논의 지연은) 보수 개신교의 반대 때문이라면, 개신교 신자 중 찬성 의견이 더 많다는 조사가 있다. 목사 중에 반대 의견이 더 많기 때문이라면, 목사의 뜻을 따르는 게 정치냐고 묻고 싶다. 사회적 합의는, 대통령 득표율보다 높은 70%가 찬성하는데, 만장일치가 돼야 한다는 말이냐"며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조차 부정하는 (국민의힘은) 여당의 자격이 없다. 대통령이 자유를 부르짖으면 뭐 하나. 인권이 없는 자유는 권력의 자유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제도가 아니라 교육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회와 국가가 차별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먼저"라고 짚었다.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대표는 "우리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상적으로 차별하고 차별을 겪는다. (법이 제재하거나 조력한다는) 감각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고, 더 우선한 이유는 사회와 국가가 그래도 된다고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차별과 혐오, 배제가 '나쁘다'는 것을 학습하게 만들고, 혐오에 가담했더라도 각성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각성과 반성과 토론이 가능할 수 있게 '토대법' 하나, '기본법' 하나 만들자는 게 우리 취지다. 이게 뭐가 그렇게 이상하고 힘든가"라고 말했다.

인권위의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살펴보면, 응답자 중 71.7%는 차별받은 후 '무대응'했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실효성 부재(40.0%), 더 심각한 문제 우려(30.8%), 대응방법 미인지(26.7%) 순이었다. 김영옥 대표는 "취약한 상황에서 적어도 내 편이 돼주는 법 하나는 곁에 있다, 이 법이 있으면 힘들더라도 잘 버텨볼 수 있다는 감각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차제연은 이날 저녁 집회로 농성을 마무리한 후, 제정 촉구 활동에 다시 나선다.

미류 차제연 활동가는 "수많은 분이 간절한 마음으로 국회 앞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싸웠다. 평등의 밥상은 나날이 풍성해졌다. 누구도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서로를 단단히 연결했다. 이제 사위어가는 몸을 걱정해주시는 분들께 지켜보고 함께해달라고 요청할 수가 없다. 국회는 미안해할 줄도 모르는데, 미안할 이유가 없는 시민분들에게 그 인사를 받을 염치가 없다"면서도 "우리는 곧 다시 만나 새로운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오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은 "단식투쟁 46일, 국민동의청원부터는 1년하고 하루째, (더 거슬러 오르면) 15년간,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여기까지 왔다"며 "충분히 슬퍼하고 분해하면서 다시 싸우겠다. 이곳이 우리가 끝내 살아가야 하는 터전이기 때문이다. 끝내 여기서 발 딛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차별의 현실, 혐오의 정치를 바꿔낼 것"이라고 말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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