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세 번째 취미, 'LP 음악 감상'

(팝콘뉴스=강나은 기자)대중적으로 음악 감상이 대중화된 첫 저장매체가 LP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LP는 플라스틱으로 복제할 수 있어 저렴한 가격에 공급될 수 있었고, 여기에서 DJ(Disk Jockey)라는 명칭도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도 라디오, 혹은 클럽에서 DJ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가 LP에 있었다.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LP가 세월을 건너뛰고 다시금 관심을 받고 있다.

*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며 누구에게나 당연히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취미를 묻는 말에 잠시 고민하게 된다면, 현재 내 삶에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시간이 넉넉한데도 떠오르는 취미 하나 없다면, 새로운 취미에 맛들일 기회가 아닐까요?

▲ (사진=저스트 재즈) © 팝콘뉴스


다시금 돌아가기 시작한 턴테이블, 그리고 LP

블랙핑크 리사 솔로, 2PM 7집, 유희열 프로젝트 앨범 등 새로 선보이는 신규 음반은 물론, 김광석, 변진섭 등 오래된 가수의 앨범이 재발매되는 등 최근 LP의 인기가 뜨겁다. 자취를 완전히 감추는 듯했던 LP는 최근 몇 년간 신규 발매가 줄을 잇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LP로 음악을 감상하는 취미, LP를 모으는 취미가 과거처럼 다시 한번 매섭게 번져가고 있다. 실제로 LP 바를 찾는 고객 중에서도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야 젊었을 때부터 듣던 음악이라서 익숙하다고 생각할 법하지만, 젊은이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는 호기심, 그리고 두 번째로는 LP의 힙한 감성에 대한 선망이다. 물론 누군가는 음원으로서 가장 훌륭한 저장매체로 LP를 꼽기도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는 다르다.

"사실 물리적으로 LP가 가장 훌륭한 저장매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마찰 면을 이용해 음악을 재생하는 원리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음질이 점점 저하되니까요."

LP 바 저스트 재즈를 운영하는 김종인 주인장은 이렇게 단언하지만, 음악을 듣는 대상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음원의 손실률보다는 음원에 얽힌 추억이 음악을 듣는 우리에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턴테이블 위에 올려진 LP판은 우리에게 아날로그가 주는 심리적인 편안함과 음악을 온전히 즐기는 만족감을 주곤 한다. 게다가 작은 흠집이 만들어낸 잡음은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또한 LP판을 구매하면서 듣는 즐거움은 물론, 보는 즐거움도 크다. 1949년부터 LP 출시가 시작되었기에 오랜 시간 동안 멋진 재킷이 많이 나왔다. 한참 지난 재킷 디자인이 다시금 신선하게 느껴지고, 색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그렇기에 LP를 듣는 용도가 아닌 보여주는 용도로 공간 인테리어에 사용하기도 한다.

▲ (사진=저스트 재즈) © 팝콘뉴스


오랜 시간을 들이고, 소중하게 구해 내 공간의 한구석을 할애하며

그러나 LP로 음악을 감상하거나 LP판을 수집하는 이 취미는 꽤 많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시간적인 여유는 물론, 경제적인 여유, 심지어 공간적인 여유도 필요하다. 시간적인 여유부터 살펴보자면, 스마트폰으로 손가락 몇 번의 움직임으로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음원과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LP판을 찾아서 턴테이블에 올리고 나야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또한 흔하게 나오지 않는 LP판을 구매할 때도 꽤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럴 테지만, 정말 갖고 싶었던 음반을 하나 구하면, 굉장한 희열을 느끼곤 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그 음반을 만지면서 그때의 감정이 살아나곤 해요. 그러니 음악을 듣는 감성이 음악을 듣기 전부터 준비되는 셈입니다."

경제적으로도 디지털 음원을 듣는 것보다 실물 음반을 구매하는 데 더 비용이 들어가며, 공간적으로도 꽤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 LP판은 가로로 눕혀 보관하면 변형될 가능성이 크며, 햇빛에 노출되어도 안 되기 때문에 세로로 보관할 수 있는 LP 장을 어두운 곳에 갖춰놓아야 한다. 음반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도 필요하다.

김종인 주인장은 '연인 다루듯이 LP판을 다뤄야 한다'라며 LP판을 다루는 방법이 까다롭다고 말을 잇는다.

"함부로 다루면, 흠집이 생기거나 이물질이 끼기 쉽죠. 또 판 자체가 휘어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사용할 때는 가능하면 약품이 아니라 융이나 부드러운 면 수건 등을 물에 적셔서 먼지만 닦아내야 합니다. 절대 쌓아놓으면 안 되고요. 90도에 가깝게 세워서 두어야 합니다. 햇빛이나 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요."

하지만 오랜 시간을 들이고, 소중하게 구해 내 공간의 한구석을 할애한다는 것에 LP의 매력이 있다.

▲ (사진=저스트 재즈) © 팝콘뉴스


LP 입문자에게는 멀티 턴테이블, 중급자 이상에게는 고품질의 턴테이블

김종인 주인장은 LP 입문자에게는 턴테이블과 라디오, CD와 USB도 모두 읽을 수 있는 멀티테스킹이 가능한 턴테이블을 추천한다. 이러한 턴테이블은 비록 소리만 비교하자면, 음질이 좋지는 않지만, LP에 관한 관심이 식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저장매체로도 음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멀티 용도의 턴테이블로 LP 감상을 하다가 오랜 취미로 이를 지속하고 싶다면 중급용 턴테이블은 물론, 여기에 더해 앰프 등의 기계도 갖추는 것이 좋다. 디지털 기기의 경우, 음악 감상에 있어 질의 편차가 크지 않지만, 아날로그 기기일 때 그 편차가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이다.

"소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계속 턴테이블을 바꾸면서 오히려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해요. 그래서 취미생활이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면, 쓸만한 턴테이블을 구매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입니다."

이렇게 LP로 음악을 감상하다 자신만의 생각에 갇힐 수 있다. 자기 경험을 지나치게 믿은 나머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만이 좋은 음악이라고 말하곤 한다. 게다가 이를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현명한 음악 감상이 되지 않는다.

"음악은 내가 좋을 대로 들어야 합니다. 남에게 강요하지도, 남의 말대로 따라 하지도 않는 것이 중요하죠. 유난스럽지 않은 애호가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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