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대한 인식 바꿔야 하는 당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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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뉴스=한경화 편집위원·천안동성중학교 수석교사)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미래에 없어질 직업군과 잔존할 직업군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되며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지 6년이 지났다. 그동안 다양한 직업들이 사라지고 생겨나며 우리의 직업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직업생태계를 변화시킨 요인 중 가장 으뜸은 현재도 진행 중인 코로나19 팬데믹일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기존의 직업군에 적신호를 보내며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고, 새로운 분야의 직업군을 양산하고, 특정 분야 직업군의 성장은 아주 빠르게 가속화하며 우리의 삶까지 바꾸어 놓고 있다. 전염병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이제 '직업'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바꾸어야 하는 당위성 앞에 서 있다.

내가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던 1990년대만 해도 '평생직업'을 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이제 이 말은 옛말이 되었다. 안정적이고 좋은 정규직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비정규직 일자리와 단기 아르바이트와 같이 일시적이고 다양한 유형의 일들이 '직업'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직업'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일'이 대신 들어선 것이다.

얼마 전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찾아보다가 '긱 워커로 사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을 보고는 호기심에 읽어 보았다. 사실 책 제목보다도 제목 옆에 작은 글씨로 쓰여 있는 부제 '원하는 만큼 일하고 꿈꾸는 대로 산다'라는 내용이 더 흥미로웠다. '원하는 만큼 일한다?' 그리고 내가 '꿈꾸는 대로 산다?'는 말은 "그게 가능할까? 어떻게?"라는 물음으로 이어졌다.

나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섭렵하고 새로운 개념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래 교육이나 수업, 독서와 글쓰기, 책 쓰기 등등의 주제로 강의도 다니기 때문에 항상 다양한 분야에 관한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는 편이다. 특히 일과 직업에 관해, 평생 공부를 어떻게 하며 살아야 하는가는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런 내게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라는 말이나, 일자리의 새로운 선택지 '긱 워커(Gic Worker)'라는 개념은 뜨거운 용암처럼 훅 다가왔다.

'긱 워크(Gic Work)'라는 말은 '긱'이란 말로 인해 파생된 신조어이다. 1920년대 미국에서 재즈가 유행하던 시절, 그날그날 열리는 공연에 필요한 연주자를 섭외해 공연하곤 했는데 그것을 '긱'이라 불렀다. 그리고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실직자들이 여러 군데에서 동시에 일하는 현상을 일컬으며 '긱 경제'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현재는 노동력이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공급되는 경제 환경을 의미하는 '긱 이코노미'란 말로도 통용된다.

'긱 이코노미'는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을 맺고 고용하는 단기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그 대가를 지급한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일회성의 일을 하는 '긱 경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긱 이코노미가 새로운 고용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일자리 시장에서 새로운 선택지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립형 단기 계약 근로자를 통칭하는 '긱 워커'가 바로 그것인데, 이는 프리랜서, 자기고용 근로자, 독립 계약자를 포괄한다. 디지털 시대의 플랫폼 노동자나 N잡러 또한 여기에 해당한다. N잡러는 수학에서 '여러 개의 수'를 의미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잡(JOB)'과 '~하는 사람'이라는 영어 표현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로 여러 직업으로 다채로운 삶을 사는 사람을 일컫는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전통적인 노동 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긱 워커'라는 새로운 개념의 직업 선택지가 등장함으로써 누군가에게는 원하는 때에 다양한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렸다. 반면, 작업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당황스러운 직업 환경에서 어떤 일을 하며 먹고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절실해졌다.

'투잡(Two Job)을 넘어 긱 워크 시대가 되었다', '세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긱 잡러들이 점점 늘고 있다', '직장이 없는 긱 워커 시대', '플랫폼 노동자와 긱 워커가 대세다' 이런 키워드들이 실시간 우리 삶에서 넘실대고 있는 지금.

새로운 희망과 냉혹한 현실이 공존하는 '긱 이코노미' 시대이자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자신과 후배·자녀들에게 '어떤 직업관을 갖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팝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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